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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75] 모두의 문화유산답사기 '궁궐문화원'

지역 아동센터 무료 방문교육… 평생 직업전문가 양성 목적

하영인 기자 | hyi@newsprime.co.kr | 2014.02.13 15:55:25

[프라임경제] 어지러이 숨 가쁘게 변해가는 세상에 맞춰 살다 보면 가끔 심신이 지칠 때가 있다. 이런 기분이 들 때면 변치 않는 존재가 그리워진다. 한적한 겨울, 기다랗게 늘어진 돌담길을 따라 거닐다 홍화문에 들어섰다. 다행스럽게도 이곳에는 아직까지 도심에서 좀체 보기 힘든 문화유산이 역사를 품은 채 고유의 정취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렇게 소중한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유산을 보전하고 활용함은 물론 그 속에 담긴 지혜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 창경궁 내 자리한 궁궐문화원(원장 황금희)을 방문했다. 황 원장은 즐거운 일이 많았다는 듯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입을 뗐다.
 
"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역사나 문화유산을 감동이라고까지 표현하더라고요. 아이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거꾸로 저희가 아이들에게 배운다는 마음이 들어요. 이 분야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죠."
 
◆지역 아동센터 무료 방문교육 "올해도 와주세요"
 
2007년 설립된 궁궐문화원은 현재 상시 출근하는 4명의 직원과 40여명 정도에 이르는 파트타임 형태의 교육 분야 강사 및 자원봉사자가 함께하고 있다. 궁궐문화원의 철칙은 돈을 지급할 수 있는 일반인들에게만 돈을 받는 것이며 소외계층 아이들에게는 무상교육을 진행한다.
 
업체는 무상교육프로그램 중 하나로 비용 부담이나 안전에 대한 부담 탓에 현장방문하기 어려운 지역 아동센터까지 찾아가는 방문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모두에게 배움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요청이 들어오는 곳을 찾는 방문교육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작년 방문한 20개 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도 참여하고 싶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단다.
 
   궁궐문화원은 지역 아동센터를 대상으로 문화유산 방문교육을 뮤료 진행하고 있다. @ 궁궐문화원  
궁궐문화원은 지역 아동센터를 대상으로 문화유산 방문교육을 무료 진행하고 있다. @ 궁궐문화원
또한 궁궐문화원은 봄부터 가을까지 매주 토요일, 가족단위로 궁궐 나들이를 온 사람들에게 자원봉사자들이 문화유산에 대해 해설해주고 있다.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으며 10%는 현장 접수를 받고 있다.
 
유료 프로그램은 해설사와 같이 서울의 5대 궁궐을 중심으로 곳곳의 유적지를 찾아다니는 체험부터 △궁궐체험학교 △세계궁궐기행 △한국사 기행 △테마기행 등이 있어 원하는 프로그램 일정에 맞춰 접수하면 된다. 이뿐 아니라 학교 현장학습·수학여행 등도 대행해 아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역시 차상위계층 아이들에게는 모두 무료로 이뤄진다.
 
특히, 궁궐문화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궁궐기자단은 문화유산을 둘러싼 국제 간 갈등·협력 등을 취재하며 여러 경험을 쌓는데 일조한다. 그간 기자단 20명 모집에 100여명 정도가 응시했던 전례로 미뤄 이번 4기 모집경쟁률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탄력 받은 궁궐문화원은 올해 '해설학교'와 '기자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을 해설사로 키우고 싶다는 요청과 궁궐기자단 교육기관 개설 문의가 꾸준히 있어 계획하게 된 것으로 오는 3, 4월경 접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은퇴 걱정 없는 평생직업 '문화유산 전문해설사' 
 
궁궐문화원은 자체적 자격검정센터를 갖고 있다. 1년에 모두 4차례 정기시험과 상시시험을 통해 정부에서 허가받은 '문화유산체험학습지도자'와 '문화유산교육전문가' 자격증을 관리한다.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이 모여 하동녹차체험을 하고 있다. ⓒ 궁궐문화원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이 모여 하동녹차체험을 하고 있다. ⓒ 궁궐문화원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필기시험과 현장시험에서 합격해야 하는데 아는 게 많다고 꼭 붙는 것도 아니란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거친 이들에게 힘들다는 하소연도 많이 듣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의 90%인 아이들이 해설사의 몇 마디 말에 장래희망을 바꾸기도 할 만큼 매력적인 영향력을 가진 직업으로 자격부여에 엄격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처럼 엄격한 검증절차를 알기 때문에 궁궐문화원이 아닌 외부에 나가서도 인정받아 사전교육 없이 실전에 바로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 교육과정은 기본과정 3개월, 심화과정 4개월에 실무 투입 준비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걸린다. 모두 1년에서 1년6개월가량 소요되는 셈. 
 
이와 관련 궁궐문화원은 3개월 기본과정을 수료하고 기초자격증을 따 자원봉사하면서 자신감을 쌓으며 교육에 대비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강사가 되기 위해서는 경험이 관건으로 현장경험은 많을수록 좋다는 게 황 원장의 부연이다. 
 
무엇보다 해설사의 경우 은퇴개념이 희박해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궁궐문화원에 교육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 나이도 가능하냐"고 묻는 50대 후반부터 은퇴 준비자, 주부, 선생, 젊은 사람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문을 열고 있다.
 
  = 정수지 기자  
황금희 원장이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변화를 언급하며 미소 짓고 있다. = 정수지 기자
이쯤해서 실적이 궁금해졌다. 이에 대해 황 원장은 "궁궐문화원의 작년 연 매출은 1억5000만원 정도로 활발한 기업활동에 비해 매출이 적어보일 수도 있다"며 "이윤추구보다 사회공헌을 취지로 설립한 곳이어서 앞으로도 돈을 따르기보다는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무상교육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원장은 끝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길 바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적기업은 품질이 떨어질 것이다, 딱한 곳이라 도와줘야 한다는 등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사회적기업은 공익을 추구하는 곳입니다. 궁궐문화원은 시장경쟁도 자신 있고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분들이 활동하고 있어요. 비록 궁궐문화원에는 장애인이 없지만 직원 일부가 장애인인 곳도 초점을 그곳에 맞추지 말고 그들이 얼마나 업무에 혼을 쏟고 열심인지를 봐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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