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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71] 재활체계의 재정립 '정립전자'

LED조명·CCTV카메라 포함 방송기기 생산 주력 '이윤보다 복지 최우선'

하영인 기자 | press@newsprime.co.kr | 2014.01.28 14:36:26
[프라임경제] "장애인들이 만든 제품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타 기업과 견줘도 손색없는 품질이라 자부합니다."
 
'정립전자'는 초기 한국소아마비협회(이사장 이완수·이하 협회) 산하 직업재활프로그램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102명의 장애인부터 비장애인 28명, 직업재활 도우미 26명까지 직원 160명을 보유한 국내 최초 장애인 근로사업장으로 입지를 굳혔다.
 
27일 오르막길을 걷고 올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아차산 중턱에 위치한 정립전자(대표 김현국)를 찾았다. 정부가 제공한 대지 위에 협회의 자본과 기업 후원을 받아 세운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실내복도·엘리베이터·화장실 등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
 
"고개를 조아릴 줄 아는 게 저희의 비법입니다. 다들 체면 차리고 고개 뻣뻣하게 들지만, 저희는 '도와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겸손함과 진심을 더해 호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취재 후 이틀이 지났지만 김 대표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귓전에 남아있다.
 
◆전문인 뺨친 사회복지사의 경영능력
 
정립전자가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2008년 폐업 위기까지 몰렸던 정립전자는 협회에서 1년의 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적자가 계속되자 2009년 다시 문을 닫기 일보직전까지 갔다.
 
  정립전자는 직원들에게 회계장부를 오픈한다. 깨끗한 경영이 지금의 신뢰를 만든 것. 김 대표는 직원들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설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정수지 기자  
정립전자 직원들은 언제든 회계장부를 열람한다. 깨끗한 경영이 지금의 신뢰를 만든 것. 사진 속 김현국 대표는 직원들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설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정수지 기자
당시 대기업에서 경영을 많이 했던 전문경영인들이 있었지만, 정립전자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렇듯 모든 걸 포기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이완수 협회 이사장은 '한 번 더'를 외쳤다. 이런 가운데 '사회복지사인 우리가 한 번 해보자'라는 굳은 결의를 앞세운 김현국 대표가 2010년 1월 정립전자를 이끌게 됐다.
 
당시 사회복지사였던 김 대표는 '전문경영인도 살리지 못하는 업체를 어떻게 살릴까' 난색을 표하며 수장자리를 여러 차례 거절했었으나 결국 장애인을 외면할 수 없어 이를 수락했다. 복지관에 있을 때는 전문경영인들이 해야 한다는 판단을 굳혔던 그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어떤 사람이 와서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차례 보청기·공기청정기·살균 수저 등 여러 제품을 시도했던 정립전자는 다시금 좌절이라는 쓴맛의 결과를 맛봤다. 충분한 연구인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체진단을 바탕 삼아 김 대표는 '기술력도 없고 아무것도 없으니 도와 달라'며 기업인들을 따라다니고 편지를 썼다. 수없는 냉대와 거절을 감내한 결과 드디어 지원하겠다는 기업이 나타났다. 
 
이후 정립전자는 차츰 중소업체들이 지원해주는 기술을 활용하며 생산과 영업을 담당했다. 약점을 만회하고 장점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은 것. 
 
탄력을 받은 정립전자는 2011년 7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고 여러 업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 현재 LED 조명·CCTV 카메라·방송기기 등의 제품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 정립전자  
ⓒ 정립전자
기업·고객과의 신뢰 속에 성실히 업무에 임한 결실은 2008년도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매출증가로 이어졌다. 
 
우수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후 자체 기술로 운영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도 몇 차례 들었지만 김 대표의 생각은 확고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사회복지시설은 우리만 먹고살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중소기업들과도 공생해야 한다"며 "장애인들과 비장애인을 떠나 열악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품질·사후서비스 '자신감 충만'
 
정립전자는 장애인들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최저임금 보장은 물론 직원들의 노고를 고려해 기존 주야 2교대 12시간씩 근무하던 밤샘작업도 현재는 주중 2교대로 변경했다.
 
또한, 거처가 없는 장애인들과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기숙사와 출퇴근용 셔틀버스도 운영 중이다.
 
아울러 정립전자는 자체적인 힘을 기르기 위해 장애인들이 직접 영업을 담당한다. 경증 장애인을 채용해 현장에서 중간 조정하며 하나씩 알려주다 보니 이제는 영업부 본부장 총괄비중이 커지고 있다. 
 
  ⓒ 정립전자  
ⓒ 정립전자
"장애인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는 아직 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재작년에는 LED 조명, 작년에는 CCTV 카메라가 매출에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안주할 틈도 없이 직업재활시설들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런 만큼 정립전자는 항상 안주하지 않고 사업 분야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이런 정립전자가 자신 있게 내세우는 강점은 품질과 사후서비스다. 정립전자는 장애인들이 만들었다는 편견을 부식시킬 수 있을 만큼 품질이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중국 저가재료를 사서 만드는 기업의 경우 LED 조명 30%가 불량이지만, 정립전자는 반품요청도 거의 없을뿐더러 불량품이 있을 때 언제든 완제품으로 교환해준다. 
 
이 같은 현재 경영방침과 기세를 고스란히 유지해 관련 업계에서 모범이 되겠다는 김 대표는 인터뷰 말미 당당히 자신의 포부를 전했다.
 
"정립전자에는 동남아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견학을 옵니다. 중증장애인도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어 수출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항상 앞서 가는 메이저급의 복지사업장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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