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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 직원채용도 고객심사도 '스펙 맹신' 그만

 

노현승 기자 | rhs@newsprime.co.kr | 2012.07.25 08:54:22

[프라임경제] 지난해 고용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고졸채용 확대’였다. 학연과 지연, 이른바 스펙이 나날이 중시되어만 가던 한국사회에서 고졸채용 확대는 신선한 충격을 주며 사회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우리 사회가 학력지상주의, 학력 인플레 등 고질적인 사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듯 보였다.

고졸채용을 처음 시작한 은행권은 지난해 전체 9621명 중 11%인 1057명을 고졸인원으로 채용했다. 올해는 이보다 늘어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은행들이 너도나도 고졸채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들의 고졸채용 확대라는 훈훈한 이미지에 먹칠하는 사건이 드러났다. 최근 은행들이 대출고객의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대출이자를 높게 받은 것이 밝혀지며 은행권의 이중성이 드러난 것이다. ‘금융권 탐욕’이라는 오명을 이제 겨우 벗나 싶었는데 대출 금리를 멋대로 올려 이자를 챙겨온 것이 드러나며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감사원이 공개한 ‘금융권역별 감독실태’를 살펴보면 은행들이 대출고객을 학력, 대출금액 등을 기준삼아 차별적인 금리를 적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 은행은 개인고객이 대출받을 경우 신용평가 항목에 직업, 급여 이외에 학력도 포함시켰다.

이 은행은 고졸 이하 13점, 전문대 졸업자 38점, 대학 졸업자 43점, 석·박사 54점을 부여해 학력별로 신용평점에 큰 차이를 두며 학력이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에 미달할 경우 높은 금리를 적용하거나 아예 대출을 거절했다. 점수의 간격을 볼 때 그 불이익은 개인적으로 노력해서 다른 평가점을 높이는 식으로 따라잡기에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직업이나 급여 등 요인이 평점에 반영됐는데 학력을 따로 보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지고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은행이 이런 식의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금융당국의 책임도 크다. 당국은 그동안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게 원칙이라며 은행의 가산금리 조정을 감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객심사라는 핑계로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이 같은 행태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은행권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구태의연하게 ‘학력’을 통해 고객을 편하게 평가해 볼 생각을 접어야 할 것이다. 창의적인 심사지표를 개발해 금융소비자가 억울하게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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