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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컨택센터 리더'를 괴롭히고 있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 topia@willtopia.co.kr | 2023.10.17 14:31:03
[프라임경제] 직장 내 괴롭힘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주제이다.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기업활동의 비재무적 지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위해서도 직장내 인권보호와 다양성 존중은 중요한 키워드로 꼽힌다. 이에 지속가능한 컨택센터 조직문화를 위해서 직장내 괴롭힘 금지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비해야 할지 기획 칼럼으로 총 3회에 걸쳐 게재한다.
 
(1)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의 부작용
(2)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을 대하는 센터의 자세
(3)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을 대하는 리더의 자세

몸에 좋은 약도 명연현상이 있다. 직장내 괴롭힘이 사라지는 것이 일상의 문화로 정착되는 과정에는 좌충우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일종의 '성장통'이다. 리더는 그동안 당연했던 행동이 당연하지 않다고 해서 당황스럽고, 구성원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신고할 수 있는지 애매해서 답답하다. 신고는 남용되고 조사는 제대로 되고 있지 않으며 사후 학습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가해자 없이 피해자만 속출하고 동조자도 방관자도 아닌 채 분쟁환경에 노출된 리더들은 겁에 질리고 있다.

최근 직장내괴롭힘 금지법 관련 출강한 컨택센터에서 발생한 사례들이다.

"편의점 간다기에 내것도 사다 달라고 했을 뿐인데 지위를 이용해 사적 용무를 시켰다네요"
"하도 못알아듣길래 손가락으로 책상을 치면서 말했는데 신체적 위협을 느꼈다네요"
"콜이 밀리는 요일에 휴가를 간다길래 어디로 가냐고 물었는데 휴가사용을 제한했답니다"
"이석이 잦아서 주의를 줬는데 정신적 상처를 받았다고 신고했습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접수되는 신고중 '감시, 강요, 폭언,따돌림'의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 객관적 사실 확인이 가능한 '폭행,부당인사,업무 미부여'는 전년대비 줄고 있는데 반해 개인적 경험에 따라 판단이 애매한 신고가 부쩍 늘었다. 업무상 징계였건만 상사 괴롭힘으로 신고하고, 목표달성을 요구하는 조치였건만 지위남용으로 고발하며,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동료를 모아 민원을 넣는 등 대개가 권리 남용 사건 들이다.

신고를 당하면 회사는 주무기관의 눈치를 보며 문책성 조사에 급급하고,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조용히 덮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증인이 되기도 하고 동조자가 되기도 하며 본의 아니게 방관자가 되기도 한다. 이런 사안들은 대체로는 사실 확인을 위해 주변 평판과 증인들에 의해 저촉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판정이 나면가해자 의심을 받은 리더는 형식상 경고나 경징계를 받는다. 이 과정이 암암리에 '카더라'통신으로 와전되면서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게 만든다. 서로 '쉬쉬' 하며 거리감과 체념만 깊어간다. 미친 개에게 물리는 것처럼 재수 없으면 걸릴 수 있는 불운이요, 언제 어떻게 그 불똥이 나에게 튈지 모르는 날벼락으로 치부된다.리더들은 이사건에서 "말을 말자, 건드리지 말자, 최소한만 하자, 믿을 사람 아무도 없다"를 학습면서 발휘하고 싶던 영향력도 점점 사그라든다. 

이처럼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새로운 조직문화 형성의 실마리를 잡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컨택센터조직문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실 컨택센터 리더는 그다지 권한과 권력을 남발할 처지가 못 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리더로서 대접받거나 스스로 리더라고 자부하기는커녕리더의 지위를 내려놓고 싶어하기 까지 하는 게 현실이다. 권한도 없으면서 책임만 많고, 회사 목표를 이루어야 하는 압박감에 더해 상담사에게까지 시달린다. 목표는 달성하되 문제는 안 생기게 하라는 조직의 이중적 요청을 짊어져야 하며, 회사에 갖고 있던 구성원들의 날 선 항의를 견뎌내야 한다. 리더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리더의 목소리는 차츰 작아지고 있다.

왜 유독 컨택센터에서 권리 남용 신고가 많고 괴롭힘 분쟁이 잦은 걸까?컨택센터 구성원들이 유독 윤리의식이 없어서일까?아니다. 환경과 업무적 특성상 직장내 괴롭힘 분쟁의 소지가 많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 그렇다.

고객센터는 매우 밀도있게 일한다. 시간에 쫓기고 일이 바쁘며 결과가즉각 즉각 중계된다.누군가의 느슨함이 누군가의 조바심을 유발하고 누군가가 실수하면 누군가가 대신떼워야 한다.기다려주고 눈감아주고 차근차근 설명할 형편이 못된다. 

게다가 고객센터는 대체로 여성들로 구성돼 있다.여성 특유의 감성적 공감력으로 고객상담에서는 빛을 발하지만 조직 생활에서는 때때로 부작용이 있다.그냥 넘어갈 일도 알아차려지고 무시할 일도 신경이 쓰인다.드러나지 말아야 할 감정이 드러나고 그로 인해 본의아니게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는다.관계지향적인 성향이 강해서 업무 이외의 관계문제가 오히려 심한 스트레스 요인이 되기도 하고,독점적 배타적 우정관계로 의도치 않은 따돌림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컨택센터는 더 예민하게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예방과 대비와 학습이 필요하다.안 그러면 악용하는 권리 남용 구성원에 의해 리더는 힘을 잃고,정작 필요한 괴롭힘 개선책은 블랙홀로 빠져버린다. 어떤 조직이 안 그렇겠냐마는 컨택센터는 특히 중간관리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다. 15명의 상담사에게 정보만 공유하는게 아니라 감정까지 전염시킨다. 그 감정이 열정과 사명감이어야 하는데 두려움과 체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리더가 법 앞에서 위축돼 있으면 컨택센터 마저 소극적으로 변한다. 고객이 말하지 않는 수고로움까지 미리 헤아려 적극적 서비스를 해야 하는 컨택센터가 이래서 되겠는가?

컨택센터에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을 그저 골치아픈 규정 정도로 간주하고 피할 방도만 찾기 보다 두팔 벌려 대비하고 학습해야 할 기회로 여겨야 한다.컨택센터 중간관리자를 법 앞에 내몰아 설 자리를 잃게 하지 말고 새롭게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억울함과 두려움이라는 생존적 감정에서 벗어나 무엇을 배우고 나아가야 할지 이성적 지성을 개발해야 한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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