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중국과 정면 대결에 나섰다. 중국 배터리사들이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내세워 ESS 시장을 장악하자, 국내 배터리업계도 가성비로 맞선다는 전략이다.
ESS는 잉여 전력을 저장한 뒤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대형 리튬이온 배터리다. ESS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배터리라는 의미다. 발전소와 연계돼 대규모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송배전 효율 향상을 위해 설치된다. 상업용·가정용으로도 활용된다.
글로벌 친환경 정책 기조에 따라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 성장하면서 ESS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ESS 시장은 지난 2021년 대비 68%의 성장률을 보였다. 에너지 조사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2030년까지 23%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현재 ESS 시장 내 K-배터리의 입지는 중국에 비해 좁은 상태다. 그동안 글로벌 ESS 시장은 국내 배터리사들이 주도했었다. 그러나 2020년을 기점으로 중국에 주도권을 내줬다. 수많은 중국 기업의 시장 진출로 판이 뒤집어졌고, 이들이 가성비 배터리로 분류되는 LFP 배터리를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인 것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CATL의 지난해 글로벌 ESS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전년 30%대에서 40%대까지 상승했다. ESS 시장 내 확고한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 배터리사들의 점유율은 2020년 55%에서 지난해 14.8%로 급감했다. SNE리서치는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가 2025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삼원계 배터리를 중심으로 확고한 기반을 다졌던 국내 배터리사들이 전략 수정에 나섰다. 값싼 LFP 배터리 개발을 통해 가성비를 확보, 중국을 누르고 ESS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인터배터리 2022'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전시된 ESS 모형. ⓒ 연합뉴스
우선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현재 한국 오창과 중국 난징에 ESS 생산라인이 있는 상태인데, 앞으로 미국 시장을 본격 공략해 5년 내 매출 3배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한 4대 핵심 전략은 △미국 현지 대규모 생산공장(애리조나 공장) 운영 △현지 공급망 체계 강화 △차별화한 LFP 배터리 기술력 △SI(시스템 통합) 역량이다.
올해 초에는 미국 애리조나에 ESS용 배터리 공장 신규 설립을 결정했다.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며, 투자 비용은 3조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검증된 생산능력과 차별화된 ESS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ESS 사업 부문의 매출 성장을 이뤄낼 것이다"라며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애리조나 신규 ESS용 LFP 배터리 생산공장 투자를 결정했고, 앞으로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삼성SDI(006400)도 ESS용 LFP 배터리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울산에 LFP 배터리 생산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전기차용 또는 ESS용으로 생산될 전망이다. 생산능력은 10GWh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집중하던 SK온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ESS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SK온은 올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ESS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 지역과 신재생에너지 연계용 ESS에 집중해 매출 비중을 점진적으로 증대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사들의 대처가 늦은 감이 있지만, 기술력과 노하우로 LFP 배터리 개발에 몰두하면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다시 잡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중국 LFP 배터리와의 차별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