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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석유화학 내재화' 위기의 국내 기업들, 한계 사업 '정리'

중국 석유화학 자급률↑ 실적 추락…"향후에도 중국 통한 효과 기대 어려워"

조택영 기자 | cty@newsprime.co.kr | 2023.08.30 16:46:43
[프라임경제] 중국의 경기 불안, 제품 수요 부진 등에 따른 불황 장기화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내재화율을 높이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과거와 같은 실적을 얻기 어렵다는 위기감으로 한계 사업들을 정리하고 나섰다.

국내 1위 석유화학 기업인 LG화학(051910)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61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9.9% 줄어든 수치다. 2위 기업인 롯데케미칼은 같은 기간 적자 규모가 29.4% 확대한 7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불황을 견디는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이 석유화학 내재화를 위해 설비를 공격적으로 증설하고 있는 상황을 눈여겨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몇 년간 자국 내 에틸렌 등 기초 유분과 중간원료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대규모로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중국 내 석유화학 자급률이 높아졌고, 올해부터는 한국으로부터 석유화학제품 수입도 줄이고 있는 상태다. 사업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하자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한계사업 정리에 나섰다.

LG화학은 정보기술(IT)용 필름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디스플레이용 필름을 생산하는 청주공장과 오창 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지난 21일에는 해당 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열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 롯데케미칼


LG화학은 석유화학 사업의 근간인 나프타분해설비(NCC) 공장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여수 NCC 2공장이다. 석유화학업계 수익성의 가늠자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과 나프타의 가격 차이)가 좀처럼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자 정기보수 후에도 가동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 내 스티렌모노머(SM) 공장을 철거했다. 중국 기업 등의 증설로 공급 과잉이 심각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해당 부지에는 친환경소재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011170)도 최근 중국 화학기업과의 합작공장인 롯데삼강케미칼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다른 해외 법인도 처분하며 국내외 비효율 자산 축소 작업에 나서는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이차전지 분리막용 폴리머, 태양광 소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분기 36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SKC(011790)도 과감한 사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필름 사업부를 매각한 데 이어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자회사 SK엔펄스를 매각하기 위해 한앤컴퍼니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우레탄 원료 사업 자회사인 SK피유코어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SK피유코어는 폴리우레탄의 원료인 폴리올을 제조·판매하며 화학 사업을 담당하는 곳이다. SKC도 수익성이 악화하는 사업을 정리하고 반도체·배터리 소재 등 미래 사업 투자를 늘리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이 이뤄지더라도, 중국의 내재화율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중국을 통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친환경 등 중국과 차별화된 생존 전략을 다시 짜고 실행할 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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