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셀트리온 그룹이 그룹 내 상장 3사 합병을 위한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합병 작업에 돌입했다. 2세 경영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3일 셀트리온 그룹은 공시를 통해 그룹 내 상장 3사인 셀트리온(068270),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셀트리온제약(068760)의 합병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병 주관사로는 미래에셋증권이 선정됐다.
셀트리온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서정진 회장이 셀트리온홀딩스 지분의 대부분인 98.1%(올해 1분기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홀딩스와 별도로 서 회장은 셀트리온스킨큐어 지분 69.12%를 보유하고 있으며,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도 11.2%를 갖고 있다.
셀트리온홀딩스 아래로 셀트리온(20%), 셀트리온헬스케어(24%),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100%)를 둔 구조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제약 지분 54.84%를 보유해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 같은 지배구조를 봤을 때 3사 합병은 우선 셀트리온이 자회사인 셀트리온제약을 흡수합병하고, 이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하는 순서로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3사 합병은 서 회장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현재 셀트리온 그룹은 셀트리온홀딩스가 3사를 거느리고 있다. 셀트리온이 의약품 연구·생산을 맡고,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은 셀트리온의 생산 물량을 각각 해외와 국내에 독점 판매하고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해외에서 셀트리온의 의약품을 구매할 경우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양쪽 모두 매출이 잡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매출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해 왔다.
서 회장은 그룹 내 계열사 간 분업 구조를 없애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경영 효율화와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는 한편, 자신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해 승계작업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21년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던 3사 합병은 당시 불거진 회계 이슈 등으로 지연된 바 있다. 올해 초 경영일선에 복귀한 서정진 회장은 다시 한번 합병 의지를 드러내며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서 회장은 지난 3월28일 주주총회에서도 "경영에 복귀하면서 합병 준비는 거의 끝났으며 이르면 최대 4개월 이내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합병으로 인해 본인들이 보유한 주가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일부 주주들의 반발은 넘어야 할 산이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회사 측에 보유 주식을 매입해 달라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기업의 합병, 영업양수도 등 주주의 이익과 중대한 관계가 있는 특별 결의사항에 대해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의 보유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것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즉 내 주식을 공정한 가격에 사달라는 것.
지난해 말 기준 셀트리온의 소액주주 비중은 66.43% 셀트리온헬스케어는 58.60%, 셀트리온제약은 45.15%에 이른다. 주식매수청구권을 발동하는 주주가 늘어나게 되면 이를 받아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셀트리온은 4차례에 걸쳐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다. 자사주가 인수합병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인수합병은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도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 재고와 함께 인수합병에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취득 완료 후 1개월 이후에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자사주 취득이 마지막이라면 이르면 8월 중순 이후 합병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셀트리온그룹이 그룹 내 상장 3사의 합병을 본격 추진하며 승계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서정진 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만큼 향후 승계작업도 용이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서 회장은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이사회 의장과 차남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 등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 이들은 지주사와 셀트리온 3사에 대한 보유지분은 없지만 주요 계열사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승계 기반을 다지고 있다.
현재 서 회장의 장남 서진석 씨는 셀트리온에서, 차남 서준석 씨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에서 각각 이사회 의장과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준석 씨가 합병법인 이사회에 참여할 경우 부친인 서 회장과 두 아들이 한 회사를 관리하는 체제가 구축된다. 만약 준석 씨가 합병법인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는다면 후계 구도는 장남 승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창업자가 이제 승계를 준비하는 과정이자 창업기업의 새로운 변화로 이번 3사 합병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향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업·글로벌 그룹사로 성장해 나가는 태동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셀트리온 3사 합병의 주요 목적이 기업의 가치를 증대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세간에서 얘기하는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 주요 목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합병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승계나 기업 성장과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