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케이뱅크 "선불전자지급결제수단 정지 원해? 본사 방문해"

정지 방법 놓고 본사‧고객센터 말 달라…개설엔 비대면‧정지엔 대면?

케이뱅크 본사와 고객센터는 부모의 자녀 서비스 해지에 대해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 장민태 기자

[프라임경제] 만 14세 이상 미성년자들의 이용이 급증하고 있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이 미성년자 일탈에 이용돼 이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청소년 마약이나 도박에 부모 몰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입과 정지 등에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케이뱅크가 타 인터넷전문은행과 달리 정지할 경우 대면으로 서울 본사에서만 가능하다고 답변해 지방 고객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 지방에 거주 중인 A씨(54세)는 자녀의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최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만 14세 이상의 자녀는 불법 스포츠토토 등의 도박에 빠진 상태다. 문제는 이러한 도박을 하기 위해서는 통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때 이용되는 것이 선불전자지급수단이다. A씨의 자녀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통해 통장을 만들었다. 부모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데다 비대면 가입으로 용이하다는 게 이용 이유다. 

이런 사실을 안 A씨는 당장 정지와 재가입을 막는 조치를 해 줄 것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요청했다. 카카오뱅크는 비대면으로 필요서류 제출 시 해지와 부모 동의가 있을 때만 재가입 허락 등을 받아들였다. 

문제는 케이뱅크다. 케이뱅크는 정지를 위해서는 서울 을지로에 있는 본사에 방문해야만 한다고 답했다. 비대면으로 정지가 안 된다는 것. 

이에 대해 A씨는 "수익에만 정신이 팔려 소비자의 편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현재 선불전자지급수단은 '내돈내관(내 돈은 내가 관리하는)' 10대가 늘어나면서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도 미성년자의 프라이버시 존중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로 인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을 통해 미성년자에게 돈을 보관하고 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굳이 예금이 아닌 선불전자지급수단을 통해 미성년자에게 계좌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법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점이 없기 때문에 계좌개설 업무를 비대면으로 처리한다.

하지만 비대면 계좌개설은 금융실명법 등에 따라 신분증 사본을 제출해야만 제공할 수 있다. 주민등록증 발급 연령은 만 17세 이상이다. 때문에 17세 이하 미성년자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을 통해 계좌와 유사한 서비스를 우회적으로 제공한다. 이 또한 비대면으로 간단하게 가입할 수 있다. 

문제는 케이뱅크가 비대면으로 미성년자에 대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대비책은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본사 고객센터 간 해당 서비스의 정지 방법에 대해서 말도 안 맞는 실정이다. 케이뱅크의 선불전자지급수단은 '하이틴'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부모가 직권으로 청소년 서비스를 해지하려면 대면으로 방문해야 한다"며 "비대면으로 정지하는 건 미성년자 본인이 직접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과 선불전자지급수단 비대면 처리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자 답변을 바꿨다. 그는 "부모가 자녀 서비스를 모바일로 정지시킬 수 없지만, 고객이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비대면 방식으로 대리 정지를 할 수 있다"고 번복했다.

본사 관계자의 답변을 토대로 케이뱅크 고객센터에 자녀의 '하이틴' 가입 정지를 다시 문의했다. 하지만 역시 '불가능 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케이뱅크 고객센터 관계자는 "자녀 서비스에 대한 부모의 대리 정지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여전히 케이뱅크의 선불전자지급수단인 '하이틴' 서비스의 정지 방법은 오리무중이다. 

"청소년들이 올바른 금융소비 습관을 기르고 좋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한 케이뱅크. 고객 모집할 때의 앞과 가입한 뒤의 뒷모습에서 씁쓸함을 안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