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단독] 전직 국세청장, 사돈간 분쟁에 '부동산 명의신탁' 터졌다

"농어촌 1세대 1주택 주장…조세회피 의도 없었다"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23.06.26 15:55:00

전직 국세청장을 지낸 A 씨가 소유하던 주택을 사돈집 친지 앞으로 명의신탁한 사실이 확인됐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대한민국 세무행정 수장 자리인 국세청장에 오른 전직 A씨가 종부세 등의 세금 탈루 목적으로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동산 명의신탁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제기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조세탈루 의혹 등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 제보에 따르면 전 국세청장 A 씨는 자신이 소유하던 강원도 평창군 소재 '동계올림픽선수촌아파트' 한 호실을 명의 신탁했다. 취재결과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이들은 사돈지간이다. 수탁자는 전 청장 A 씨 차남의 장모 동생 B 씨로 확인됐다. 

양측은 명의신탁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원인과 배경에 대해서는 서로 주장이 엇갈린다. 수탁자 측은 1세대 2주택자 양도세와 종부세 과세를 피하려 할 목적이었다는 데 반해, 전 청장 A 씨는 조세 회피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반박한다. 

부동산실명법에 따르면 부동산의 물권을 명의신탁하여 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해선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에게 정부는 부동산가액의 30%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을 처분할 수 있다.

전 청장 A 씨, "사돈댁네 차입금 담보",,,수탁자 측, 1세대 2주택 "꼼수" 

취재를 종합하면 전 청장 A 씨는 "동계올림픽선수촌아파트"를 3억6400만원에 사들였고 2018년 11월 등기까지 마쳤다. 이후 차남의 처이모 B 씨에게 2021년 9월 소유권을 이전했다. 거래가는 3억2000만원이다. 물론 둘 사이에 매매대금이 오간 근거는 없다. 서류상에 소유자 명의만 다른 사람 이름으로 변경된 것이다. 이 물권은 2023년 3월 다시 A 씨 측에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다.

명의신탁이 진행될 즈음에 전 청장 A 씨의 부인은 서울 강남 도곡동에 이미 고가아파트 한 채를 수년째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에는 서울수도권을 비롯해 지방 아파트 값이 동반 치솟았고, 문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양도세 및 보유세 강화 정책을 쏟아내던 시기다. 다주택자들의 자발적 매도로 폭등하는 부동산값 안정화를 꾀했지만 실패했고, 오히려 친인척 지인 간 음성적인 거래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사건은 관련 당사자들 외 아무도 모를 뻔했으나 지난해 전 청장 A 씨가 수탁자 측 상대로 법원에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사돈지간에 얽히고 설킨 금전 거래 등의 분쟁이 촉발하면서다. 

양측은 명의신탁 이유를 놓고 상반된 주장을 편다. 전 청장 A 씨는 차남의 장모 C 씨로부터 빌린 3억원을 갚지 못한 것에 대한 '차입금 담보' 성격이라는 데 반해, 수탁자 측은 한때 세무행정 수장답지 못한 치졸한 변명이며 금전이 오간 시기가 전혀 다르다고 반박한다. 

수탁자 측에 따르면 “전 청장 A 씨가 주장하는 차입금 3억원은 비상장 주식매입 자금(2017년)으로 빌려준 돈이었다”며 “어떻게 딸아이를 시집보낸 부모가 그것도 국세청장을 지낸 시아버지를 상대로 집 담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었겠냐”고 항변한다. 

그는 이어 “(해당 아파트) 명의신탁을 제안한 것도 A 씨 부부였고, 당시 정부가 "1세대 2주택" 등 강력한 부동산 보유세 정책을 발표하던 때”라며 “고작 세금 몇 푼 아껴보겠다고 저지른 파렴치한 행위였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게 과연 한 정부에서 국세청장을 지낸 사회 지도층 인사가 할 짓이냐”며 “그땐 사돈이라 드러내 놓고 말 못 했으나 부정한 청탁에 대한 부담감에 몹시 괴로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보유세에 해당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2006년 세대별 합산으로 전환 되었는데 당시 국세청장이던 A 씨는 1호 납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그는 부하직원에 받은 뇌물혐의로 구속되었고, 2013년에는 CJ 그룹 세무조사 무마와 대가성 금품수수로 두 차례 걸친 옥살이를 했다. 

전 청장 A 씨는 명의신탁 관련해 조세 회피가 아니라는 주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동계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는 취득시 공시지가 2억3000만원에 불과한 농어촌 소재 주택이라서 종부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당시 조세 특례법 제 99조의 4 규정(3년 이상 보유 농어촌 주택(3억원 미만은 소유 주택 계산에서 제외)에 따라 2주택에서 제외된다“고 해명했다. 

이어 ”(둘째 아들 장모에게 빌린) 2억5000만원의 차용금을 갚지 못하여 아내를 통하여 (수탁자 측)으로부터 수차례 독촉을 받고 (수탁자 측)명의로 양도(담보 성격)하고 채무 변제하면 돌려받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초 자녀들의 이혼 다툼이 시작되자 이건 등기를 빌미로 언론 폭로를 협박하며 (차입금 반환)계좌 번호와 시한까지 적시하며 요구했다“라며 ”전직 국세청장이었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더라도 특정 내용이 언론에 악의적으로 보도된다면 해명하기까지 난처한 상황이 계속될 것을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전직 국세청장을 지낸 A 씨가 소유하는 강원도 평창군 동계올림픽선수촌아파트에 건축물대장.=서경수 기자


채권담보 통상 '근저당권 설정이나 가등기'…제3자 명의신탁 이례적

전 청장 A 씨는 기자와 수차례 전화통화에서 자신은 1세대 1주택자이며, 도곡동 아파트는 아내 명의여서 2주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제3자 명의신탁은 사돈 집안이 결정한 사안이며, 농어촌주택 3억원 이하는 양도세,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A 씨에 평창군 아파트 건축물대장을 보면 △소유권 취득(2018년) △처분금지 가처분(2022년) 등 권리자 및 기타항목에는 그의 주소지가 서울 강남구 도곡동으로 돼 있다. 

소득세법에 규정된 1세대 1주택은 거주자 및 그 배우자가 동일한 주소 또는 거소에서 생계를 같이 하는 1세대가 국내에 한 개의 주택을 소유하고 1년 이상 거주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법적인 부부가 주민 등본상 한 집에 거주하면서 서로 각자 명의로 집을 보유하고, 만약 별도로 분리세대 하였더라도 원칙적으로는 1세대 2주택으로 본다. 다만 불가피한 경우 일부 비과세 해주고 있다.

법무법인 윈스 박희정 변호사는 "채권에 대한 담보 성격이라면 근저당권 설정 또는 가등기 하는 게 일반적이다"며 "통상적으로 볼 때 이 경우도 채권 발생한 시점에 이뤄지는 게 상식적일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담보라면서 채권자 본인도 아닌 제3자의 명의로 소유권 등기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더구나 명의신탁을 인정하면서 법원에 수탁자를 상대로 '처분금지가처분'을 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모순된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명의신탁 행위가 발각되더라도 세무당국에서 형사고발 조치가 있지 않으면, 기초단체에서 신탁자 앞으로 추징금 부과하는 정도에 솜방망이 처분이 이뤄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수탁자 측에서는 전 청장 A 씨 아내 명의의 서울 강남 도곡동 아파트에다가 법원 가압류를 신청했다. 결국 올해 초 A 씨가 차입금 3억 원을 갚으면서 사돈간 명의신탁 분쟁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여전히 양측은 엘로·핑크 다이아반지 2점 반환 소송을 비롯해 아동학대, 가족폭행 등 수건에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채 법정 다툼을 진행 중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