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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하락' 이커머스 상장 무기한 연기...11번가 전망은?

수익성 악화·증시 위축 등 악재…내실 다지기 주력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3.06.19 11:52:28
[프라임경제] 이커머스 업계의 상장 추진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수익성 개선이 숙제로 남았다. 올 초 기업공개(IPO)를 예고했던 컬리가 상장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고, 오아시스도 상장을 중도 포기했다. 내년에도 컬리의 상장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올해 11번가의 이커머스 상장 1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컬리는 2021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서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2016년 인정받은 기업가치가 4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불과 5년 사이에 몸값을 100배 올린 것이다.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은 PSR(주가매출비율) 밸류에이션을 적용한 컬리의 적정 몸값이 8조7000억원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컬리의 지속된 적자와 불안정한 지분 구조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여기에 작년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자금 시장 경색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기업가치 추정치는 1조원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상장 철회를 발표한 올해 초엔 몸값이 8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추산됐다.

© 컬리


기업가치 하락과 함께 컬리는 e커머스 업체 중 처음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했다가 지난 1월 무기한 연기했다. 그 대신 지난달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등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를 통해 1200억원을 조달했다. 컬리가 2021년 이후 세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외국계 주주로부터 수혈 받은 자금만 6000억원에 달한다.

컬리는 이번 출자로 당장은 한숨을 돌렸지만 향후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에 대한 부담은 더 커졌다. 투자자들이 투자 원금을 회수하려면 기업가치가 최소 3~4조원은 돼야 하는데 현재 컬리의 기업가치는 1조원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컬리가 온전히 투자자들의 원금을 보장하기 위해선 기업가치를 지금보다 대폭 높이는 작업에 집중해야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수익성 회복을 위해 컬리는 물류센터 재정비를 통해 고정비용 절감을 노리고 있다. 임대료가 비쌌던 송파물류센터와 경기도에 위치한 화도, 곤지암, 죽전 등 3곳의 위성센터를 폐쇄하고 김포물류센터, 창원물류센터로 거점을 이동하며 임대료 절감을 노리고 있다. 또 신선식품 비중을 줄이고 뷰티컬리를 앞세워 실적 개선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올 초 마켓컬리와 오이시스가 상장 계획을 보류하면서, 올해 안에 상장을 마쳐야 하는 11번가가 'e커머스 1호' 상장 바통을 이어받았다.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으며 5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그 기한이 올 9월 말이다. 이 기간 내 상장하지 못하면 투자금에 연리 8% 이자를 붙여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11번가는 지난해 8월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 이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11번가의 상장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골드만삭스이며 공동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대·내외적 악재로 인해 11번가의 상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 11번가

내부적 이슈는 11번가의 실적이다. SK스퀘어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1번가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1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5%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 손실은 318억원으로 70억원이 증가했다. 외형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적자 폭 확대로 내실 있는 성장은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다만 냉랭한 IPO 시장도 걱정거리다. 이커머스 업계는 금리인상과 경기침체로 인한 증시 위축 및 컬리와 오아시스 등 동종 분야 플랫폼의 IPO 철회로 상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 11번가가 상장을 진행한다고 해도 5000억원 투자 당시 맺은 계약에 따라 3조원 수준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를 지나며 높아진 기저 때문에 이커머스 성장이 다소 둔화하면서 이커머스 기업들의 상장이 올해 초 지연되거나 취소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11번가의 상장예비심사 절차 일정 등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우려에도 11번가는 상장을 계획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11번가는 올 초 '11번가 2.0'으로의 전환을 선언 후 올해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전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11번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상장 시기를 검토하고 있으며, 매출액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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