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 정부가 17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nflation Reduction Act, IRA)에 따라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16개 전기차, 6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하는 총 22종의 대상 차종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의 전기차들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더욱이 기존에는 북미산 조립 요건만 맞추면 보조금 대상이었지만, 올해는 엄격해진 배터리 요건을 맞춰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대상 차종이 크게 줄어들어든 탓이다.
당초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된 제네시스 GV70의 경우에는 배터리 부품 및 핵심 광물 세부 요건 발표 이전에는 보조금 대상이었다. 하지만 현재 GV70에 사용되는 배터리 부품 및 핵심 광물이 모두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에 충족되지 못하는 중국산으로 알려졌다.
강화된 배터리 부품 및 핵심광물 요건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 차종은 기존 41개에서 22개로 대폭 축소됐다.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모두 받을 수 있는 차종도 34개에서 14개로 줄어들었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IRA 법조항에서 최종적으로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형태로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발표된 세부지침에서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라고 하더라도 올해는 △북미에서 제조·조립된 배터리 부품 50% 이상 사용 시 3750달러 △미국이나 FTA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 40% 이상 사용 시 3750달러가 각각 지급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차량 분류 기준에 따른 전기차의 권장소비자가격(MSRP)도 적용받는데, 승용차는 5만5000달러 이하, SUV·밴·픽업트럭은 8만달러 이하여야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 3와 모델 Y를 비롯해 쉐보레 볼트 및 이쿼녹스, 포드 E-트랜짓과 머스탱 등 대부분 미국 브랜드들의 전기차들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해 독일과 일본 브랜드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경우에는 크라이슬러의 퍼시피카, 링컨의 에비에이터 그랜드 투어링이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포드 이스케이프 △지프 그랜드 체로키 및 랭글러 △링컨 코세어 그랜드 투어링은 3750달러의 보조금을 받는다.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이날 미국 정부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추가 대책을 함께 내놓았다. 이번 대책에는 우버를 비롯한 차량 공유 서비스가 동참했으며, 충전 시설과 관련해서는 월마트와 손을 잡았다.
백악관은 "2030년까지 신규 판매 자동차의 5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 달성을 위해 민간 및 공공 부문 전기차 대책을 발표한다"며 "이는 미국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제조업 부흥을 위한 '인베스트 아메리카' 대책의 일환이고, IRA의 전기차 보조금 조항으로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이 활성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미국 정부는 자국 내 전기차 보급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차량 배출용 온실가스 기준을 강화한 새로운 규제안을 내놨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오는 2032년 미국 내 신차 판매 대수의 67% 이상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탄소배출 규제안을 발표했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021년 내걸었던 2030년 신차 판매 50% 이상의 전기차 보급 목표보다 엄격한 규제다.
또 EPA는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성능의 70% 이상을 차량운행 8년 뒤에도 유지하도록 하는 등 배터리 최소성능기준도 함께 도입했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도 당장 미국 전기차시장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해야 한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를 합산한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은 3.9% 수준. 당초 현대차는 2030년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의 58%를 전기차로, 기아는 47%를 채우는 것이 목표였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기존 앨라배마 주 공장과 조지아 주 공장의 전기차 추가생산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6조3000억원이 투입돼 2025년에나 완공될 예정이었던 조지아 주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 완공 시기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길 계획이다.
이외에도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 중인 GV70 배터리를 북미산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