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금융당국의 '이자장사' 지적에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낮추자 개미들의 '빚투'가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고금리로 한동안 잠잠하던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당국의 이자장사 지적에 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을 낮춰서다. 여기에 '챗GPT' 등 급등 종목도 이들을 부추기고 있다. 한탕을 노리는 개미들이 증가하면서 증권사는 뒤돌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이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3일 기준 18조347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27일(18조5928억원) 이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증가한 요인은 증권사들이 이자율을 낮춘 데 있다. 앞서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1조원 넘는 이자장사에 칼을 빼들자, 메리츠증권(008560), 키움증권(039490),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업계 최저'를 내세우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하를 발표했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이자율을 낮추자 개미들의 빚투 분위기는 되살아났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지난 14일 기준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9조987억원으로 연초(7조7568억원) 대비 17.2% 증가했다. 이에 반해 코스피 잔액 증가폭은 미미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8조7742억원에서 9조1646억원으로 4.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코스닥의 빚투 증가폭이 코스피 대비 4배에 달한 셈이다.
코스닥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2차전지'와 '챗GPT' 등 관련주가 연달아 급등하면서, 상승세에 편승하려는 개미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챗GPT 관련주인 코난테크놀로지(402030)는 올해(1월2일~3월14일) 들어 332.4% 폭등했다. 2차전지 대표주인 에코프로비엠(247540)의 경우 같은 기간 110.3% 뛰었다.
이에 대해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수익률 기준 코스닥150 종목 가운데 지수 대비 초과 수익률을 달성한 종목이 27개에 불과할 만큼 (코스닥) 지수 내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빚을 내 투자하더라도 수익을 얻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재의 코스닥 쏠림현상은 테마주 장세가 연출되는 분위기다. 테마주는 단기 급등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빠질 가능성이 커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코난테크놀로지의 경우 지난달 24일 14만77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찍은 후 연일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10일에는 11만7900원까지 주저앉았다. 가파른 상승세에 뒤늦게 올라탔다면 20%의 손해를 본 셈이다.
이같은 개미들의 '추격 빚투' 증가 분위기에 증권사의 반대매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반대매매는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준 뒤 주식 평가액이 일정 수준(주식담보비율의 약 140%) 밑으로 떨어지면 주식을 강제로 팔아 빚을 회수하는 방법이다. 증권사가 반대매매 시 개인의 담보로 잡은 주식을 하한가로 팔기에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고, 증권사는 수익을 보는 구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반대매매는 지난 13일 301억원으로 작년 9월28일(383억원)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로 반대매매가 이뤄질 수 있는 위탁매매 미수금(투자자가 주식 결제대금이 부족할 때 증권사가 사흘간 빌려주는 단기 융자)도 지난 13일 기준 2966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달 들어 76.6% 폭증했다.
결국 금융당국의 칼질에 증권사들은 눈치껏 이자율을 낮췄지만, 개미들의 높은 수요에 반대매매까지 늘리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상황이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높은 신용잔고 금액은 단기적 성격의 자금이기에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더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현 시장 상황과 맞물려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