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쿠팡이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흑자를 기록했다. 연 매출은 26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유통 공룡 롯데쇼핑 매출을 앞섰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26조5917억원(205억8261만 달러·연 환율 1291.95원 적용)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고 1일 밝혔다. 2021년 매출 21조646억원보다 26% 늘어난 수치다. 달러 기준 매출도 전년 대비 12% 증가해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롯데 계열 유통사인 롯데마트·백화점·이커머스 등이 15조70억원을 거뒀는데 이를 10조원 이상 앞선 것이다.
연간 영업적자도 9년 만에 1000억원 대로 내려갔다. 지난해 쿠팡의 영업적자는 1447억원(1억1201만달러)으로 2021년 1조7091억원보다 93% 감소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처음 론칭했던 2014년 연매출 3484억원, 영업적자 1215억원을 기록했었다. 이후 꾸준히 영업적자가 쌓여왔다.
그 결과 쿠팡은 지난해 전체 유통 시장에서 점유율 4.4%(유로모니터 기준)로 롯데 계열 2.5%보다 상위에 랭크됐다. 1위 신세계(5.1%, 매출 30조4602억원)와도 0.7%포인트 격차로 바짝 따라 붙었다.
상품 포장지에 찍힌 운송장 바코드를 스캐너로 인식 후 배송지별로 상품을 분류하고 옮겨주는 '소팅 봇'. © 쿠팡
실적 개선의 원동력은 고객 증가세였다. 지난해 말 활성 고객, 즉 분기 기준 한번이라도 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의 수는 1811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고객 1인 당 매출은 40만원(294달러)으로 4% 증가했다. 또 유료 멤버십인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지난해 200만 명 늘어나 누적 1100만 명을 기록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기술 인프라, 공급망 최적화, 자동화 등 운영개선 결과로 매출 성장을 이뤘다"면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 시장은 602조원 규모로 쿠팡이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높다"라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해 4분기 활성 고객 중 3분의 1만이 로켓프레시 고객인 만큼 핵심 사업인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에서도 성장성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 20개 카테고리 가운데 9개 이상 카테고리에서 구매한 소비자는 20%에 불과해 상품군 확대 역시 기대된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쿠팡의 실적 발표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쿠팡이 연간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지난해 쿠팡의 연간 조정 에비타(EBITDA·감가상각 전 순이익)는 4925억원(3억8121만달러)을 기록했다. 조정 에비타는 영업활동만으로 벌어들인 현금흐름을 확인할 때 쓰인다. 지난해 연간조정 에비타가 흑자를 기록하면서 이런 추세라면 올해 쿠팡의 흑자 전환은 사실상 예고된 상황이다.
쿠팡은 온라인 제품군을 더욱 늘리고, 더 싼 가격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해 신세계, 롯데 등 국내 유통기업과 본격적인 경쟁을 펼쳐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 의장은 "기술 인프라, 공급망 최적화, 자동화 등 운영개선 결과로 매출 성장을 이뤘다"며 "오프라인 중심 유통 시장에서 고객이 '와우'할 수 있는 새로운 순간을 선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앞으로는 이커머스 만이 아닌 대형마트, 백화점 등과도 정면 승부를 벌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쿠팡은 자동화 물류 인프라를 확대해 배송 효율을 높이고 소비자 접점을 높이는 '쿠세권'(쿠팡 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 쿠팡은 무인운반로봇(AGV), 소팅봇(sorting bot) 등 1000여대 이상의 로봇을 운영하는 대구 풀필먼트 센터를 공개했다.
오는 2024년까지 광주, 대전 등에 추가 물류센터도 준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무서운 성장세를 바탕으로 이커머스를 넘어 전통 유통기업들과 본격 경쟁 체제를 예고하고 있다"며 "쿠팡은 올해에도 성장이 예상된다. 이마트, 롯데 등 기존 유통 공룡들과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