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 CJ ENM 사옥 전경. ⓒ CJ ENM
[프라임경제] "팀장이 이름을 써서 냅니다. 고과 성과 아무런 기준도 없습니다. 그래서 친하지 않은 사람을 써서 냈습니다."
CJ ENM(035760)이 불합리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내부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부서 팀장이 고과, 다면평가, 실적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입맛대로 조정 대상자를 지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실적 부진에 빠진 CJ ENM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불합리한 절차로 직원 퇴사를 종용하고 있다는 주장의 글이 올라왔다.
본인을 CJ ENM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의 희생자라고 밝힌 작성자는 "인사에서 해당 부서 팀장에게 인력 20%를 줄이라고 전달했고, 부서 팀장이 고과·다면평가·실적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입맛대로 조정 대상자를 지정했다"며 "퇴직 대가로 근속연수의 60%에 해당하는 급여, 3개월 급여와 퇴직금 등을 얹어주겠다고 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또 게시글에는 "대다수 지정 대상자들이 해당 조건을 거절했다"며 "인사팀이 직접 감사·재무팀에 요청해 대상자 자료를 수집하고, 5년이 넘는 인사규정·실비·출장비·법인카드 등을 죄다 털어내 징계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이직을 종용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관계자는 "이후 인사팀이 2차 면담을 시작해서 1차 당시 제시한 위로금 조건을 제시하면서 이직을 재차 권유한다"며 "결국 이직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CJ ENM 측은 인위적인 인력 감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직무 체계가 단순화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인력 감소가 뒤따를 것이라는 예상이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CJ ENM 측은 "인터넷 커뮤니티 글은 회사의 공식 입장, 사실과 다른 얘기가 확대·재생산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력 감축을 위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 최근 효율적인 소통을 위해 조직을 재편한 뒤 자연스러운 인력 조정이 따를 수 있지만, 회사가 일정 목표치를 정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CJ ENM의 이번 조직 개편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음에도 콘텐츠 제작비 증가 등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CJ ENM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1374억원으로 전년 대비 53.7% 감소했다. 매출 역시 순손실이 1657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적자 전환했다.
4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은 6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7.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과 순손실은 각각 1조 4640억원, 867억원이다.
특히 지난해 1월에는 9300억원을 들여 미국 콘텐츠 제작사 피프스시즌을 인수해 재정 부담도 커졌다. CJ ENM은 피프스시즌과 티빙 사업을 키워 콘텐츠 기업 선두 자리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티빙은 지난해 영업적자 1192억원을 기록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CJ그룹은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구창근 전 CJ올리브영 대표를 지난해 11월 CJ ENM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구 대표가 CJ ENM 대표로 취임한 후 첫 인사 조정이다.
구 대표는 올리브영과 푸드빌의 대표 시절에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