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전경 ⓒ 각 사
[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은행 영업점 시간 정상화를 요청했음에도 4대 시중은행의 행보가 더뎌 고객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고객 서비스를 제고해 편리한 은행을 선보이겠다는 포부가 신년부터 삐걱대는 모습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최근 방역 상황이 정상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영업시간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은 은행권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와 기대에 부합할 것"이라며 은행 영업점 시간 정상화를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0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노사 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영업시간이 하루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은행권에 요청했다.
하지만 발걸음은 더디다. 전국금융산업노조(이하 금융노조)와 은행연합회가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논의를 위한 테스크포스(TF) 출범 계획을 밝혔지만, 실제 정상화로 이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영업시간 정상화를 위한 방역 완화는 필수 조건이지만 결정은 금융 노사가 합의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노조는 은행원 근로시간 단축인 주 4.5일제 근무제 도입을 제안한 상태다. 여기에 영업점 행원들의 부담도 합의를 이끌어내는 걸림돌이다. 영업점 근무 행원들은 영업시간 종료 이후 △전체 시제 점검 △서류 작업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관련 업무의 경우 영업시간 이후에 추가로 진행하는 부분이 많다"며 "기존 영업시간을 되돌리는 것이지만 전체적인 근무 시간이 그 이상으로 늘어나 다소 불편한 점은 있다"고 전했다.
◆탄력점포, 전체 점포의 10% 수준
영업점 방문해 업무를 처리하는 고객들은 지지부진한 은행 점포 영업시간 정상화 탓에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일부 은행에서는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금융소비자의 불편 해소를 위해 △탄력 점포 △디지털 특화 점포 등을 운영 중이다. 탄력점포는 일반적인 영업시간과 다르게 운영된다. △KB국민은행 '9to6' 지점 △신한은행 '이브닝 플러스' 지점 △농협은행 '애프터 뱅크' 등이 해당된다. 디지털 특화 점포는 대다수 무인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탄력점포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2월말 기준 국내 12개 은행(BNK부산·BNK경남·DGB대구·IBK기업·KB국민·NH농협·광주·신한 ·우리·전북·제주·하나은행) 탄력점포는 919개로 나타났다.
세부 유형별로 살펴보면 △관공서 소재 점포 438개 △외국인근로자 특화점포 28개 △상가 및 오피스 인근 점포 139개 △환전센터 14개 △고기능 무인 자동화기기(기기 수 기준) 300개 등이다.
이 중 외국인근로자 특화 점포와 공항 등에 입점한 환전센터, 자동화기기를 제외하면 실제 영업점 업무가 가능한 점포는 577개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서 확인 가능한 국내은행 점포 5858개(2022년 9월말 기준, 출장소 포함)와 비교할 시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전히 많은 대면업무, 정상화는 언제쯤
시중 은행들의 2~3년 집중적인 정책은 금융권 디지털화다. 이로 인해 많은 업무들이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여전히 영업점 방문이 필요한 업무가 다수 있다. 대표적으로 △주택도시보증서 등 보험 대출 △펀드 판매 △일부 주택담보‧전세대출 등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같은 경우 지역마다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인근 영업점에서 진행해야 한다"라며 "펀드 판매 시에도 금융소비자보호법 때문에 상품 설명서를 비롯해 고객에게 고지해야 할 사항이 다수 있어 비대면 진행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권이 영업시간 정상화에는 더딘 발걸음을 하면서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이지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은행권이 국민들의 고통을 담보로 사상 최대의 성과급 잔치 벌이고 있다"면서 "이 와중에 국민은행은 직원들이 밥을 먹어야 하니 점심시간 1시간 문을 닫겠다고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