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파견·도급업계는 새 정부 기대감으로 출발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로 어려움을 겪은 이후여서 새로운 노동정책 변화를 희망했다. 파견법 개정과 업계 전반 경영 혁신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 등으로 위기감이 불거졌다. 고금리, 인건비 상승 등으로 재정도 어려웠다. 올 한해 파견·도급업계를 뒤흔든 사건의 단어 하나씩을 조합해 '대·중·화'로 돌아봤다.
일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2022년 상반기(1~6월) 파견근로자 수는 9만9887명이다. 지난해 동기(9만1886명)보다 소폭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의 10만907명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 프라임경제
'3년 만에 돌아온'. 코로나 엔데믹을 말한다. 모든 분야의 유행어다. 파견·도급업계도 올해 상반기 사회적거리두기 해제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라 업계 전망을 긍정적으로 봤다.
이유는 시장이 개선돼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연도별 근로자파견사업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적업체 수는 전년보다 16개 업체 증가한 1419개로 집계됐다. 비율도 64.2%까지 올랐다.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이 활발했던 2019년, 63%까지 떨어졌던 것과 상반된다.
일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2022년 상반기(1~6월) 파견근로자 수는 9만9887명이다. 지난해 동기(9만1886명)보다 소폭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의 10만907명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 "빈익빈 부익부"
대법원은 7월과 10월 불법파견 관련한 판결을 잇달아 내놨다. 여러 쟁점 중 하나는 근로자를 지휘·감독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른 노동자 위치다. 대법원은 "원청이 노동자를 지휘·감독했다면 원청에서 고용하는 게 맞다"고 판결했다. 도급 업체가 노동자를 보냈는데, 원청이 지휘·감독했다면 불법이라는 얘기다.
원청사들은 업체 입찰 계약할 때 불법파견 도급 관리 여부와 산안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대한 조직시스템을 갖춘 아웃소싱사에 높은 가점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아웃소싱기업들은 입찰에 불리해졌다. 사진은 본문과 무관. ⓒ 연합뉴스
이같은 판결은 시장 위축으로 이어졌다. 결국 원청사들은 업체 입찰 계약할 때 불법파견 도급 관리 여부와 산안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대한 조직시스템을 갖춘 아웃소싱사에 높은 가점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아웃소싱기업들은 입찰에 불리해졌다. 업계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된 이유다.
아웃소싱업계 관계자는 "실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잇따른 판결에 대한 내부 여론이 좋지 않았다"며 "작은 규모거나 위험 부담이 큰 사업은 하청업체가 관리수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영세업체들이 힘든 한 해였다"라고 말했다.
◆ 중대재해처벌법 혼란, 여파 이어져
산업현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지난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사실 중대재해처벌법이 파견업체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진 않는다. 파견법률상 산업안전법 적용에 관한 특례로서 파견 중인 근로자의 파견근로에 관해서는 사용사업주(원청)를 산안법상 사업주로 보고 있어서다.
하지만 책임 소재를 떠나 파견근로자가 중대재해와 연관될 경우 파견업체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사건 발생시 경영진의 관련성을 판단할 증거 확보가 중요한데, 시행 초기 기준 미정립 등으로 법 적용에서 혼란이 컸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사내 안전관리 전담조직을 꾸려 현장 위험성 평가·정기보고·현장 의견 청취·안전관리 예산확보 등을 촘촘히 짜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대형 거래처들의 안전사고 예방 가이드라인이 특히나 더 까다로워졌고, 그로 인한 부담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 화물연대가 쏘아 올린 파견법 논의
화물연대 총파업에서 불거진 파견법 논의도 바람을 일으켰다. 정부는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가 종료된 후 노동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미래노동연구회 권고문을 바탕으로 1998년 제정·시행된 이후 25년간 움직이지 않고 있는 근로자파견법의 현실적 개정의견을 논의할 계획이라는 거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 복귀를 결정한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관계자가 도로에 세워둔 화물차들에 붙어있던 파업 관련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업계는 먼저 낡은 법 개정을 통한 파견허용 업종 확대를 바라고 있다. 이를 통해 파견근로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개선되면 결국 파견사업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남창우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사무국장은 "가까운 일본, 중국은 위험업무 등 절대금지업무를 제외하고는 파견대상업무에 대한 제한이 없다"라며 "파견 기간도 제한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파견법은 국제표준과는 한참 거리가 먼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파견업의 발전적 성장을 위해서는 파견법 개정과 사용기업의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