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카드업계는 올해 '감고(甘苦)'를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드사들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호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3분기부터 실적 악화로 돌아섰다. 문제는 3高(고물가·고금리·고환율)현상과 정부 규제 등 악재들이 많다는 점. 당장 개선 여지도 없어 카드사들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초比 '롯데' 제외 전업카드사 6곳 이익↓
지난 3분기 카드업계 성적표를 살펴보면 전업카드사 7곳 중 롯데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 6곳은 1분기 대비 순이익이 줄었다.
전업카드사 7곳, 1·3분기 당기순이익 비교. = 황현욱 기자
신한카드의 3분기 순이익은 1757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순이익 1759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삼성카드 203억원(1608억원→1405억원) △KB국민카드 110억원(1189억원→1079억원) △현대카드 248억원(769억원→521억원) △우리카드 406억원(855억원→449억원) △하나카드 77억원(546억원→469억원) 등 모두 이익이 감소했다.
반면 롯데카드는 전업카드사 중 유일하게 1분기 대비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1분기(914억원) 대비 17억원 증가한 931억원을 기록했다.
카드사들의 실적 감소는 고금리 여파가 가장 큰 요인이다. ⓒ 연합뉴스
이같은 카드사들의 실적 감소는 고금리 여파가 가장 큰 요인이다. 고금리로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는 연초 대비 3배 안팎 올랐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주로 여전채로 자금을 조달한다. 신용등급 AA+인 여전채 3년물 금리는 올해 초 2%대에서 최근 6%대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 중이다.
4분기에도 평균조달비용률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는 점을 고려하면 4분기 실적은 3분기 누적 대비 실적 하방이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기조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여전채 금리가 6%대에서 멈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 14일(미국 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인플레이션 진정을 확신하기 전까지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또한 회견 전 발표된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취합한 지표)에서도 연준은 내년 최종금리 수준을 5.00~5.25%(중간값 예상치 5.1%)로 높이면서 2024년 전까지는 금리인하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한 자금조달 금리 또한 상승할 것으로 보이면서 카드사들의 부담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전체 카드채 중 2023년과 2024년 만기가 도래하는 카드채의 비중이 61.6%로 높아 차환 과정에서의 조달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 이자비용 및 평균조달비용률 추정. ⓒ 한국기업평가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말 카드사들의 이자 비용은 2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약 7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최대 1조원의 이자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각 카드사의 △운용금리 전가력 △제반 비용관리 수준 △조달 여건 변화 등에 따라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것이나 그럼에도 상당 수준의 수익성 저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빅테크사 결제시장 확대…카드업계, 내년에도 '암울'
카드업계는 내년에도 암울할 전망이다. 3高현상의 거시 경제 상황에 더해 정부의 수수료 인하 압력, 핀테크·플랫폼 시장 침투 지속 등으로 내년 카드사들의 실적 전망에 부정적인 요인이 다수다.
아울러 국내 빅테크사의 지급 결제 시장 진출 확대로 올해보다 빅테크사와의 경쟁구도가 고착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간편결제 이용규모는 221조원으로 2016년 이후 연평균 57% 증가했다. 국내 민간결제 부문의 20%를 차지하는 큰 규모다. 그러나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의 경우 빅테크 업체가 49.7%를 기록했다. 이는 카드사 등 금융회사의 점유율 27.6%보다 두 배 가까운 수치다.
더군다나 카드사와의 제휴로 간접 진출에 머무르던 빅테크가 최근에는 라이선스 취득을 통한 카드업 진출 추진을 하면서 카드사의 '걱정거리'가 더 늘었다.
애플페이 홍보 홈페이지 갈무리. ⓒ 애플 공식 홈페이지
아울러 현대카드가 독점계약한 애플페이가 최근 금융감독원의 약관심사를 완료하고 내년 초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 카드사들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삼성페이에 이어 애플페이가 아이폰 유저를 업고 간편결제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유창우 비자코리아 전무는 "카드사들은 간편결제 서비스와 간편송금 시장에서 이미 주도권을 상실했다"며 "MZ세대들의 첫 금융 경험이 핀테크사를 통해 시작되면서 기존 금융사들은 고객 접점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지난 10년간 많은 기업이 자체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지원과 투자를 했다면, 향후 10년은 수많은 플랫폼에서 국내외 사업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목표가 될 것"이라며 "이제는 기존의 카드사의 제휴 및 신규 고객 유치전을 포함한 전반적인 사업 방향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압력은 카드사 주요 수익원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 연합뉴스
또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압력과 더불어 카드론 이자 축소 압박은 카드사 주요 수익원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들의 조달비용은 내년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카드 수요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면서 "가맹점 수수료도 정부의 인하 압력에 인하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신용판매, 카드론 수익도 둔화될 경우 카드사들은 이익낼 수 있는 부분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고금리 등 외부요인의 큰 영향을 받는 카드업계가 내년에는 어떤 행보로 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