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재 국내 바이오텍 기업들은 시장상황에 따른 자금조달 이슈, 자금난에 따른 파이프라인 매각 결정 등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펩트론(087010)이 '발전하는'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펩트론은 기초 의약물질 및 생물학적 제제 제조업체로, 연구용 펩타이드 합성제품 생산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현재 △전립선암 치료제의 생동성 임상 성공 △뇌질환 치료제의 글로벌 임상3상 진입 △당뇨 치료제의 30일 제형 개발 등 차별화된 성장 전략을 뽐내고 있으며, GMP 인증 공장도 보유하고 있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상황이다.
이에 대전시 유성구 소재 펩트론 본사에서 최호일 펩트론 대표이사를 만나 내년 성장 전략과 함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 GMP 공장 통한 생산성 확보 '차별'
펩트론의 강점은 '한 번의 주사로 환자의 고통을 줄이는 '롱액팅(약효 지속) 제조 기술이다. 쉽게 말해 여러 번 투여해야하는 주사제를 한 번의 투여로 해결하는 것이다. 이는 '편안하게(고통없이) 치료한다'는 의미의 회사 슬로건인 '코지큐어(CozyCure)'에서도 알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이러한 가치의 대외적인 인정과 수익 창출을 위해선 실행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실행력'을 반증하는 것이 오송바이오파크 공장이다. 해당 공장은 주사제 완제의약품을 연간 100만 바이알 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한다.
"저희 기술은 '가능성'만으로도 인정받는 일반적인 신약 개발과 달리 생산 기술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대량생산을 통한 '증명'이 필수라는 의미입니다. 상장 초기에는 공장에 대한 생각 없이 진행할까 고민도 했고, '바이오 벤처로써는 이르다'는 주변의견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회사 발전을 위한 원동이라고 판단, 지금에 이르게 됐습니다"
현재 오송 공장은 유럽의약품청으로부터 GMP(우수식품·의약품 제조·관리기준) 인증을 획득하면서 글로벌 임상에 필요한 의약품을 자체적으로 지속 공급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른 수익 창출은 당연지사다. 대표적인 것이 약효지속성 뇌질환 치료제 PT320이다.
파킨슨병 치료제로 유명한 PT320은 지난 6월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은 바 있으며, 현재 연내 완료를 목표로 국내 임상2상을 진행 중에 있다. 임상 2상 결과가 나오는 데로 글로벌 제약사와 임상3상 및 기술이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호주 인벡스사가 특발성 두개내 고혈압(IIH) 치료제로 공동개발하기 위해 영국, 미국, 호주 등 전세계 40개 기관에서 PT320의 글로벌 3상 임상이 한창이다. 해당 임상이 더욱 특별한 것은 오송 GMP 공장에서 임상용 의약품을 생산해 미 FDA 임상3상 IND 승인까지 획득했다는 점이다. 확실한 신념과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 '국내 최초' 생동성 임상 성공…연간 100억 이상 '확보'
펩트론은 올해 '약효 지속성 기술의 실현화'라는 이정표를 완성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단순히 기술력을 뽐내는 것에서 나아가 확실한 외형성장의 기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가장 눈여겨 볼 것 중 하나는 1개월 지속형 제네릭 의약품 PT105다. 전립선암 치료제 PT105는 국내 최초이자 일본을 제외한 세계 최초로 생물학적 동등성(BE) 확보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판권계약을 체결을 통한 본격적인 상업화가 가능하게 됐다.
PT105의 오리지널 의약품인 다케다의 루프린(성분명 류프로렐린)은 1989년 출시 후 30년이 넘도록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이에 국내외 유수 제약사들이 도전했지만 성공 사례는 없었다. 펩트론은 자사의 스마트데포 기술을 적용해 루프린과 1개월 지속 방출 패턴까지 동등하도록 구현하는 것에 성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류프로렐린 3.75MG 시장은 약 6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제넥릭 의약품은 약 450억원으로 알려졌다. '퓨어 제네릭 의약품'이라는 강점을 지닌 PT105가 빠르면 내년 품목허가 후 최소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에 더해 글로벌 시장 점유 확대를 위한 3·6개월 제형 개발을 통해 확실한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자리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 '兆 단위' 시장 선점 '코 앞'
펩트론의 외형성장을 견인할 또 다른 파이프라인은 당뇨병 치료제 PT403이다. 2020년 11월 글로벌 특허출원을 완료한 PT403은 세계 최초의 1개월 지속형 당뇨치료제 출시·사업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당뇨 치료제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인슐린이다. 인슐린은 투여 시 바로 혈당을 낮춰주는 효능을 지니고 있다. 다만, 한 번 투여하면 평생 자주 투여해야한다. 환자 입장에선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인슐린 자체로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인슐린을 지속 투여 시 살이 찐다는 부작용 사례도 종종 나오고 있다.
펩트론이 개발 중인 PT403은 GLP-1을 기반으로 한다. GLP-1은 당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펩타이드 물질로, 몸에 당이 필요할 때 인체에 인슐린 분비를 명령하는 호르몬이다. 위장에도 관여해 식욕을 떨어뜨리는 작용 기전도 갖고 있다. 외국의 경우, 당뇨를 앓는 환자 중 고도 비만을 겪고 있는 비율이 높아 더 효과적이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GLP-1 계열 펩타이드 당뇨치료제는 인슐린을 능가하는 차세대 당뇨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당뇨병 치료제 글로벌 시장 규모는 1주 지속형 제품 3종과 1일 지속형 제품 1종을 포함해 총 30조원 정도다. 펩트론의 한 달 지속형 제품이 출시되면 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시장의 일부만 선점하더라도 조 단위 시장을 손에 넣게 된다.
◆ "이익 추구는 바이오텍의 필수 사항"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시장상황 속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통한 이익 추구는 향후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될 것입니다. 내년은 보유하고 있는 기반기술과 GMP 시설을 활용한 글로벌 의약품 제조 등 다양한 사업 진출과 매출 증대 실현을 통해 종합제약사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뜬구름 잡는 불확실성'이 아닌, '매출과 결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황금기를 겪었던 바이오 업계가 최근 들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각에선 "K-바이오 성장판이 닫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더 이상 '장밋빛 희망'이 아닌, 현실적인 부분을 따지면서 매출 확대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순간이다.
단순한 '기대감'이 아닌, 실질적인 성과와 생산성을 기반으로 앞으로의 전망을 증명하고 있는 펩트론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