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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개정 절실한 현대차그룹 '노조 리스크 해결'도 절실

연내 개정 불가 시 내년부터 피해 본격화…노조는 고용 감소 우려로 반대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2.12.07 19:05:01
[프라임경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의 파고를 넘어야 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최근 IRA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개정 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특히 연내 개정이 불투명해지거나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대차그룹은 당장 내년부터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보조금 없이 승부해야한다.

테슬라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며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꽃길만 걸을 거 같던 현대차그룹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건 지난 8월이다. 미국이 자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만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IRA를 발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체 신규 투자(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 셀 공장 건설 등) 규모가 총 105억달러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IRA 발효 탓에 현대차그룹은 △테슬라 △GM 등과의 경쟁에서 불리하게 됐다.

보조금을 받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미국에서 차량을 생산해야 하고, 배터리 부품과 그 원재료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일정 부분 이상 조달 또는 생산한 경우다. 아울러 미국 안보에 우려되는 외국 회사 부품이나 핵심 원재료를 포함한 경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기아 전용 전기차 EV6 생산라인. ⓒ 기아


비율은 순차적으로 내년에는 40% 이상, 2027년에는 80%, 2029년에는 100%를 충족시켜야 한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도 내년부터 북미에서 생산·조립 비중이 50%를 넘어야 한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반드시 올해 안에 IRA 개정을 통해 3년 유예기간 등을 부여 받아 위기를 넘겨야만 하는 상황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달 미국 상·하원에서는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을 3년 유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분위기는 다소 잡혔다.

이에 발맞춰 우리 정부도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외교 총력전에 나섰고, 현대차그룹도 지난달 미국 재무부에 유예기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현대차그룹은 "법안 발효 이전에 미국 전기차 공장 건설에 대해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한 법인에서 제조한 전기차는 북미 조립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거나, 유예기간을 허용해야 한다"며 "현재 공개된 법 조항에 명기된 용어들의 정의와 요건을 구체화하고, 보다 명확한 세부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미국 재무부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처럼 상황이 불리해진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을 서두르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이달부터 제네시스 GV70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아이오닉 5 및 EV6 등 다른 전기차들의 생산라인을 확보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당초 현대차그룹의 계획은 미국에 6조3000억원을 투입해 조지아 주에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는 것으로,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오는 2025년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즉, 2023년부터 조지아 공장 완공 시점까지 2년 반 동안 현대차그룹은 현지에서 전기차를 세제혜택 없이 판매를 해야 할 수도 있는 셈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도 협력 중이다. SK온과는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한 가운데 2025년 이후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공장에 SK온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으며,LG에너지솔루션과는 합작공장 건설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제일 중요한 선결과제가 있다. 현재 현대차·기아 모두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전기차를 해외에서 생산하려면 노동조합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동안 이들 노조는 국내 고용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수요가 많은 전기차의 미국 생산을 반대해왔다. 이 때문에 단기간에 전기차 현지 생산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차 아이오닉 5. ⓒ 현대자동차


현대차·기아가 미국 현지 생산과 관련된 의사결정이 더딘 사이에 미국 완성차업체인 GM(제너럴모터스)과 포드, 독일 폭스바겐,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 1위 테슬라 등은 현재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 동시에 생산 규모도 빠르게 확대 중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가 세제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은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다만, 현대차그룹으로써는 기민하게 생산 전략을 세웠다 하더라고 결국 노조와 협력해야만 하는 만큼 조지아 공장의 건설이 완공될 때까지 일정기간 가격 할인 등의 프로모션이 최선의 방안일지도 모르겠다"고 진단했다.

이어 "일단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IRA 하위 규정에 우리나라에 유리한 유예기간이 포함되거나 예외를 적용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 노사의 갈등은 이뿐만 아니라 매년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에서도 적지 않게 초래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1조 근로자들이 퇴근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올해 현대차 임단협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미래차 공장 국내 신설이었다. 이는 노조의 임금 및 고용안정 요구와도 연결된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에 전기차 분야에 총 2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뜬구름 잡는 여론몰이식 투자 계획이라며 △규모 △시기 △장소까지 모두 담긴 계획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내놓았다.

특히 노조는 이 요구안이 여의치 않을 것을 대비해 사측에 정년 연장을 통한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동시에 임금피크제 폐지 카드도 꺼내 들었다. 

아울러 기아는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파업을 결정한 바 있는데, 주요 원인은 단협안 중 하나인 '퇴직자 차량 구매 할인 제도' 축소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대란과 IRA 발효로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기아가 이런 이유로 국내 완성차 중 유일하게 파업을 결정하면서 비난의 목소리는 상당했다. 

현대차·기아 노조의 이런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들 노조가 급변하는 자동차시장 생태계 변화에 따라오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실과 다소 동 떨어진 요구안을 제시하는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맞추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어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사실 국내에 전기차 공장을 신설해라, 신규 채용을 해라 등의 요구는 경영권 침해이자 주객이 전도된 요구다"라며 "노조의 요구안을 보면 어떤 기업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차 관련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회사의 기조에 역행하는 주장들을 계속한다면, 글로벌 산업이 전환되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국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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