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건설사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일지라도 변화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국내 산업 기틀을 형성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급변하는 시대에 역행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건설강국을 이끌고 있는 건설사들을 탐방해 '건설사개론' 시리즈를 꾸린다. 이번 회에는 현대차그룹 계열 '플랜트 종합엔지니어링 건설업체' 현대엔지니어링의 태동과 성장에 대해 살펴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973년 12월 현대건설이 과학기술처로부터 플랜트전문기술용역업 인가를 받아 '기술사업부'를 신설, 1974년 2월 이를 확대 재편해 '현대종합기술개발주식회사'로 출발했다.
출범 당시 '엔지니어링' 개념조차 희박했던 시대였음에도 불구, 자체적으로 설계기술을 개발, 현재 수십년간 플랜트 설계를 해온 화공 및 발전플랜트 EPC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현대엠코와의 통합법인 출범 이후 설계부터 시공까지 일괄 수행이 가능해져 경쟁력 높은 건설사로 거듭나고 있다.
◆'해외건설 선두주자' 연이은 합병과 분사, 매각 위기
현대엔지니어링의 토대는 1974년 해외건설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독립된 기술용역전문업체가 필요하다'는 현대그룹 판단에 따라 현대건설 기술사업부를 모체로 자본금 1000억원을 투입해 확대 재편한 '현대종합기술개발'이다. 이후 1980년 한라엔지니어링과의 합병, 1982년 현 '현대엔지니어링'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엔지니어링 활동을 통하여 인류의 풍요로운 삶에 공헌하는 세계적인 가치창조기업'을 목표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설계·감리부문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소규모 플랜트 턴키사업에도 참여해 안정적 성장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GTL 플랜트. © 현대엔지니어링
실제 1979년 국내 최초 국산화 발전소 '삼천포화력발전소'를 건설했으며, 1985년 국내 최초 해외 컨설팅프로젝트 '네팔 제5차 전력사업'도 진행했다.
이런 뛰어난 경쟁력에도 불구, 현대엔지니어링은 좀처럼 합병과 분사, 매각 위기에서 자유롭질 못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999년 IMF 외환위기 직후 그룹 구조조정에 이해 모체인 현대건설에 합병된 바 있다.
하지만 불과 1년여만인 2001년 유동성 위기와 현대가(家) '왕자의 난' 여파로 현대건설이 그룹에서 분리되면서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자연스레 계열 분리를 피하지 못했다. 그나마 2003년 한국산업은행 지분 투자로 자본금 189억원을 증자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
이런 현대엔지니어링은 각종 위기 상황에도 불구, 꾸준히 사업 강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플랜트전문기술용역업에서 출발한 기업답게 플랜트 및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독보적인 강점을 자랑한다.
2005년 적도 기니 몽고모 상하수도시설 설계를 시초로 본격 아프리카 진출을 시작한 동시에 2010년 아랍에미리트 윤활기유 생산설비플랜트도 맡아 세계 플랜트 시장 최전방까지 도달했다. 또 구소련 지역에도 진출해 투르크메니스탄에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한 1조원 규모 가스탈황(脫黃) 플랜트 공사를 수행했고,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실적을 쌓았다.
그러던 중 2010년 정몽구 회장(현대차그룹)과 현정은 회장(현대그룹)간 '현대가의 적통'을 두고 치열한 현대건설 인수전에 돌입하자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혼란스런 상황을 피하지 못했다.
다만 2011년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최종 승리를 거머쥐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은 매각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오히려 2013년 현대엠코와의 합병계획을 발표하면서 반등 기회가 찾아왔다.
실제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 4월 현대엠코와의 흡수 합병을 통해 본격 드디어 종합건설사까지 거듭났다.
◆'현대엠코와의 합병' 포트폴리오 다각화 성공
"화공·발전·인프라·환경 분야에서 글로벌 경험과 기술력을 쌓은 현대엔지니어링이 토목·건축·주택·산업플랜트 분야 사업체 현대엠코를 합병하면서 사업역량 및 영역을 더욱 확장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창립 당시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이 100% 출자한 자회사로, 현대건설과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하며 설계역무를 맡는 등 설계를 메인으로 하는 회사에 불과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설계부터 시공까지 아우르는 EPC 기업으로 변모를 꾀하며 중동 등 여러 지역 프로젝트 수주를 꾀했지만, 사업구조는 화공·전력 등 플랜트부문 매출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설립(2002년) 이후 그룹 공사를 전담하며 주택 및 일반 토목공사에 강점을 자랑하는 현대엠코와의 합병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성공하며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준공한 '힐스테이트 센트럴 위례'는 제25회 살기 좋은 아파트 선발대회에서 종합대상을 수상했다. © 현대엔지니어링
실제 최근 올 3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은 △플랜트·인프라 42.6% △건축·주택 45.9% △기타 11.5%로, 건축·주택 부문이 역전한 상태다.
무엇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영위하고 있는 사업영역에 있어 뛰어난 강점을 앞세워 시장 내 단단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우선 창립(1974년) 이후 현재까지 수십년에 걸쳐 쌓아올린 화공 및 전력 플랜트 부문에서의 설계 실력과 노하우는 국내 최고 수준을 자부하고 있다.
고도로 축적된 기술과 독보적 수준의 EPC 능력을 갖춘 화공플랜트는 많은 노하우와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사업수행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450여건에 달하는 국내외 화공플랜트 사업을 수행하면서 절대공기 준수를 위한 첨단공정 관리기법과 다양한 시공법을 적용하고 있다.
전력플랜트 부문 역시 한국전력기술(KEPCO E&C)과 함께 발전소 기본 설계가 가능한 몇 안 되는 회사라는 게 업계 후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4년 엠코와 합병한 한 해에만 해외 수주 96억5000만달러를 이뤄내기도 했다.
여기에 현대엠코 시공 능력이 더해진 건축·주택사업 역시 고공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엠코와의 합병(2014년) 당시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10위다. 이는 전년(54위)대비 무려 44계단 뛰어 오른 수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5년 9위 △2016년 7위 △2017년 7위 △2018년 6위 △2019년 7위 △2020년 7위 △2021년 6위 △2022년 7위로 안정적으로 10위권 내 안착하며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건설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통합 출범 후 외형과 내실이 동반 성장하는 등 합병 시너지가 본격화하면서 이뤄낸 성과다.
◆'사업 패러다임 변화' 신시장 개척과 FEED 전략
뿐만 아니라 현대엔지니어링은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수주가 위축된 다른 국내 건설사들과는 달리 사업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기존 중앙아시아와 중동 시장을 넘어 유럽·동남아유럽·미국 등 다양한 국가로 확장전략을 펼쳤다. 최근 신시장 개척과 FEED 기반 영업 전략이 점차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선진 글로벌 EPC 기업 수준을 상회하는 기본설계 수행 역량을 확보해 기본설계 역량을 기반으로 플랜트 수주 영업을 주도하는 조직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그 결과 △폴란드 폴리머리 폴리체 PDH/PP 플랜트 △폴란드 PKN 올레핀 확장 플랜트 △러시아 메탄올 플랜트 기본설계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말레이시아 로즈마리가스처리시설 기본설계 등 신시장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폴란드 폴리머리 폴리체 PDH PP 플랜트. ©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풍부한 FEED 수행경험과 연계 EPC 사업의 성공적 준공 실적을 바탕으로 '플랜트 사업성 분석-기본설계(FEED)-EPC 본 공사 수주'로 이어지는 영업 패러다임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됐다"라고 평가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런 사업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7조3551억4500만원 △영업이익 3646억49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2.32%, 40.93%씩 증가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설계부터 준공까지 일괄 수행이 가능해진 만큼 현지 업체나 제3국가 기업과 손잡고 수주하는 최근 추세에도 적합하다"라며 "특히 국내외 매출 비중이 안정화된 만큼 국내·해외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질을 갖춰 종합건설회사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현대엔지니어링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한 환경·에너지 중심 신사업을 추진하며 사업구조 혁신을 꾀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폐플라스틱 자원화 △암모니아 수소화 △초소형원자로(MMR) △자체 전력 생산사업을, 친환경 분야의 경우 △이산화탄소 자원화 △폐기물 소각 및 매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들 사업이 기존 사업에서 축적된 엔지니어링 역량과 사업 수행 노하우를 바탕으로 추진되는 만큼 사업 성공 가능성을 기대하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인프라·산업 △건축·주택 △자산관리 등 전 분야에 걸쳐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며 "여기에 신사업 분야 적극적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환경·에너지 기업 역할도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