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27일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가 열렸다. 지난 2012년 부회장에 오른 지 10년 만이다.
이에 따라 실용주의를 앞세운 '뉴삼성' 구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뉴삼성의 바탕이 될 기술투자, 인재양성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뉴삼성의 핵심 축인 'BBC(반도체·배터리·바이오)'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관련 투자와 경영 계획이 조만간 공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미래 먹거리 챙긴다…5년간 450조 투자
이 회장은 뉴 삼성의 뼈대가 될 BBC 사업에 전폭적인 힘을 싣고 있다. 올해 8·15 광복절 사면으로 복권 후 첫 대외 행보로 반도체 현장을 방문하는 등 뉴삼성에 시동을 거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의 모습. ⓒ 삼성전자
앞서 삼성은 지난 5월 5년 간 반도체·바이오·차세대 통신·신성장 정보기술(IT) 등에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단일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로, 국가 1년 예산의 15%에 이르는 규모다.
반도체의 경우 30년간 선도해온 메모리 분야의 초격차 위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신소재·신구조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첨단 극자외선(EUV) 기술을 조기에 도입하는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다.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세계 1위로 성장할 경우 삼성전자보다 큰 기업이 국내에 추가로 생기는 것과 비슷한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5G(5세대 이동통신) 등 차세대 통신 사업을 진두지휘해온 이 회장이 6G(6세대 이동통신)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청년희망ON 간담회에서 "통신도 백신만큼 중요한 인프라로 통신과 백신 비슷해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아쉬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서 "6G도 내부적으로 2년 전부터 팀을 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도 삼성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삼성은 바이오를 반도체에 버금가는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격적인 투자로 출범 10년 만에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기차 배터리도 삼성의 유망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 당시 헝가리의 삼성SDI 공장을 방문해 점검하고 고객사인 BMW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도 기술"
이 회장은 기술과 인재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해오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기흥 반도체 R&D 기공식에 참석해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했다. 또 지난 6월 유럽 출장 후 귀국 시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회장 취임 이후 사내게시판에 올린 각오에도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면서 "최근에 사업장을 둘러보며 젊은 임직원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일터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인재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분야 최고 석학인 승현준(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를 삼성전자 통합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인재를 중시하는 경영철학을 갖게 된 건 '인재경영' 철학을 고수해온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인재 중심 기조에 따라 이재용 회장도 평소에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데 큰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직급 통폐합 등을 통한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 △직급별 체류 연한 폐지를 통한 조기 승진 기회와 과감한 발탁 승진 확대 △평가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인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8월 '여성인력 간담회'에서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물론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을 바꾸자"면서 "유능한 여성 인재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고,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