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MZ세대를 비롯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주식'은 핫한 키워드로 꼽힌다. 이에 본지는 '종목voyage(여행, 탐험)' 코너를 통해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된 가치주와 숨겨진 기술주들의 매력을 찾아 분석하고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 영화 최초로 '시리즈 연속 1000만 돌파' 기록을 세운 '신과함께'.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를 손에 거머쥔 '기생충'.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에미상 감독&남우주연상의 쾌거를 차지한 '오징어게임'. 이른바 '최초'의 역사를 세운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모두 덱스터스튜디오(206560, 이하 덱스터)를 거쳐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덱스터는 '신과함께'에서 제작, 시각효과, 색보정, 음향 등 전 과정을 담당했다. '기생충'에서는 시각효과, 색보정, 음향 후반 공정을 진행했다. '오징어게임'에서는 음향 제작을 맡았다.
덱스터 관계자는 "본사를 중심으로 제작을 담당하는 덱스터픽쳐스와 음향을 담당하는 라이브톤 등 여러 계열 자회사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한 결과물"이라며 "K콘텐츠 글로벌 진출에 이바지하며 위상을 높인 덱스터의 활약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덱스터스튜디오의 디지털 색보정(DI, Digital Intermediate) 본부 전경 ⓒ 덱스터스튜디오
◆ '든든한 캐시카우' 영화 후반 공정의 견고함
덱스터가 시각효과, 디지털 색보정, 음향 제작까지 후반 공정 작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이 세 분야는 영화 전체 퀄리티를 결정짓는 핵심적 기능을 담당한다.
시각효과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영화 '미스터고', '독전', '1987', 'PMC더벙커', '봉오동전투', '해적' 시리즈(바다로 간 산적, 도깨비 깃발), '기생충', '백두산', '비상선언', '음양사:청아집', '승리호', '모가디슈', '외계+인' 등 다수의 작품에 참여했다.
덱스터가 설립된 이유는 영화 '미스터고'였다.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인 고릴라를 헐리웃 기술에 버금가는 리얼리티 캐릭터로 묘사하기 위해 의기투합해 뭉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 그만큼 기술력에 집중도가 높은 회사고,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성공하며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VFX 기술력은 인정받은 덱스터는 △제35회 청룡영화제 기술상('해적') △제55회 대종상영화제 기술상('신과함께 인과연') △제41회 청룡영화제 기술상('백두산')을 수상했다. 2019년에는 영화 '유랑지구'로 제9회 베이징국제영화제에서 시각효과상까지 움켜줬다.
또한 정교하고 선진화된 기술 인프라와 검증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On-set DIT(Digital Image Technician)부터 색 보정, 마스터링까지 소화하며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국내 최고의 디지털 색보정 팀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영화 '검은사제들', '곡성', '부산행', '밀정', '남한산성', '마녀', '안시성', '엑시트' △드라마 '시그널', '김비서가 왜그럴까', '킹덤', '이태원클라쓰', '비밀의숲2', '보건교사 안은영'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에 이름을 올리며 그 실력을 보였다.
덱스터스튜디오 DI본부 시네마실. 색보정 작업 도중 또는 완료 후 실제로 영화를 시청하면서 결과물을 확인한다. ⓒ 덱스터스튜디오
색보정은 덱스터의 후반 공정 파트 중 한 해 평균 가장 많은 작품을 담당하고 있는 분야다. 올해 9월말 기준 공개된 콘텐츠만 22개에 달한다. 올해 첫 1000만 관객 돌파작인 '범죄도시2', 박찬욱 감독이 연출해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헤어질 결심',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 지난달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1위를 차지한 '수리남', 입소문을 타며 호평을 받은 JTBC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등 다수의 인기 콘텐츠를 담당했다.
음향 파트를 담당하는 라이브톤은 국내 최대 규모의 돌비에트모스(Dolby ATMOS)와 아이오소노(IOSONO) 도입을 통해 혁신적인 최신 몰입형 사운드를 제작하고 있다.
영화 음향 발전에 기여해온 만큼 뛰어난 레퍼런스도 보유하고 있다. 국내 '1000만' 영화 전체 28편 중 외화 8편을 제외하면 국내작 20편 중 '왕의 남자', '괴물', '해운대', '광해', '7번방의 선물', '변호인', '명량', '부산행', '택시운전사', '신과함께 죄와벌', '신과함께 인과연', '기생충'까지 총 12편을 담당했다. 국내작 기준 1000만 영화 중 6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며 저력을 보인 셈이다.
가장 특별한 점은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모든 장편영화 7편('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을 모두 담당했다는 점이다. 덱스터 관계자는 "디테일로 유명한 감독과 지속적 협업을 이룬 만큼 업계 최고의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덱스터스튜디오 상암 본사 로비 공간 ⓒ 덱스터스튜디오
◆ 작품 제작도 '두각'…내공으로 다져진 실력자
앞서 겪은 수많은 경험은 제작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덱스터는 '신과함께' 시리즈를 시작으로 '백두산', '모가디슈'까지 총 4편의 제작 콘텐츠에서 모두 성공적인 결과와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모가디슈'는 지난해 코로나 대유행에 거리두기 좌석제를 운영한 현실 속에서도 360만 관객을 돌파했다. 당시 '1000만보다 귀한 100만'이라는 말이 영화 업계에 떠돈 만큼 의미있는 성과였다. 실제로 2021년 개봉된 국내 영화 중 '모가디슈'가 가장 높은 관객수를 동원했고 제42회 청룡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러한 성과에 힘업어 덱스터는 올해 콘텐츠본부를 분리해 덱스터픽쳐스에 편입시켜 전문 제작사로서 역량을 강화했다. 덱스터가 제작사로서도 존재감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덱스터픽쳐스는 최근 만화 원작의 '머털도사'와 소설 원작의 '그날 그곳에서' 영상화 제작에도 나섰다. 덱스터 관계자는 "제작중인 작품이 성공적 결과를 가져온다면 IP(지적재산권) 확대를 통한 콘텐츠 재생산 및 추가 수익도 가능하다"며 "기존 B2B에서 B2C까지 사업 확장성도 뚜렷해지게 된다"고 언급했다.
덱스터스튜디오 상암 본사에 전시돼있는 영화제 수상 트로피와 직원 복지로 제공되는 다양한 서적들 ⓒ 덱스터스튜디오
◆ '미래 먹거리' 메타버스 신사업 '질주'
영화 제작과 후반 공정까지 탄탄한 기술력과 경험치를 보유한 덱스터는 신사업 추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주목되고 있는 '메타버스' 관련 콘텐츠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대표적으로 버추얼 프로덕션(Virtual Production)이 있다. 덱스터는 지난해 경기도 파주에 버추얼 프로덕션의 'D1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D1'은 미국 버추얼 프로덕션 전문기업인 럭스마키나와 협력해 완성한 시설이다. 또한 글로벌 영화 장비 제조사인 아리의 카메라 장비를 활용하고 언리얼 엔진 개발사 에픽게임즈와 업무 협약을 맺는 등 굴지의 기업들이 시스템 구축에 힘을 보탰다.
'D1'에서 가장 먼저 촬영된 콘텐츠는 김용화 감독의 신작 '더 문'이다. '더 문'은 현재 촬영을 모두 마친 상태로 후반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까지는 국내 대기업 광고를 촬영하는 등 버추얼 스튜디오의 실질적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버추얼 프로덕션 D1 스튜디오 ⓒ 덱스터스튜디오
또 다른 메타버스 콘텐츠인 실감형 콘텐츠 사업도 눈길을 끈다. 실감콘텐츠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혼합현실(MR), 대체현실(SR) 등이 결합돼 인간의 오감을 극대화해 생생한 경험을 제공하는 차세대 장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글로벌 실감형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17년 33조원에서 2023년 41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가파른 성장에 따라 덱스터 역시 실감콘텐츠에 적극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덱스터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협력해 조선 시대 풍속화 평생도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6월에는 문화재청과 조선왕릉 VR 콘텐츠를 공개했다. 4월에는 문체부 주관 광화문 광화벽화 제작 및 경주시 신라 헤리티지 실감공간 '계림'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015년부터는 시네마틱 VR '화이트래빗', VR 툰 '살려주세요', VR 애니메이션 '프롬 더 어스' 등을 제작했다. 특히 VR 툰 '조의 영역'은 제35회 선댄스 영화제 뉴 프론티어 부문에 한국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공식 초청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덱스터는 메타버스 플랫폼 회사에 직접적인 투자를 통해 관련 사업의 연장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덱스터는 다날 계열사 제프와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NFT, 메타버스 사업 협업을 비롯해 계열사 간 사업 공동 추진 및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제프는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 '제프월드'를 구축 중에 있다.
한편 올해 초엔 시무식을 메타버스로 진행해 업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덱스터 관계자는 "LG유플러스와 함께 네이버 웬툰 원작 '유미의 세포들'을 AR콘텐츠로 제작해 U+AR 앱으로 공개한 바있다"며 "당시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유미의 세포들' AR형식으로 온라인 시무식을 진행했다"고 소회했다.
◆ '대기업도 알아본 가치'…올해 호실적 예상
지난 6일 기준 덱스터가 최근 공개한 VFX 수주 공시를 살펴보면 대형 작품에 지속 참여하는 등 호실적이 전망되고 있다. 영화 '외계+인' 1·2부 148억원, 'Knights of the Zodiac' 54억원, '원더랜드' 27억원, '더 문' 60억원으로 4건의 계약만 합쳐도 284억원이다.
별도 기준 2019년 382억원이었던 매출은 2020년에는 24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코로나 확산으로 영화 촬영 스케줄 지연에 의한 일시적 리스크라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후 다수의 작품이 촬영을 재개했고, 2021년에는 304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연결 기준도 2019년 554억원에서 2020년 263억원으로 감소했으나 2021년 430억원 이상을 기록해 매출 회복을 증명했다. 특히 올해 반기 매출만 292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430억원 대비 약 70%에 달하는 수치다.
곽호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관객들의 티켓팅 파워가 살아나면서 하반기 개봉 예정작들에 대한 제작기간 추가 연장, 개봉 지연 등의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덱스터가 후반작업을 담당한 주요 영화 중 하반기 개봉 예정인 작품들로 '원더랜드', '사일런스' 등이 있다. 흥행에 따른 투자 수익이 기대된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주가는 12일 종가 기준 9450원을 기록 중이다. 이는 연초(1월 3일) 3만1450원 대비 약 69.95% 빠진 수치다. 올해 초까지 코로나19로 인해 본업인 VFX 제작 사업에서 제한적인 영업 환경이 지속됐으며, 이로 인해 1~2분기 내 출하 예정이었던 여러 프로젝트들의 납품시점이 수개월 늘어났음에도 계약금액은 소폭 증가에 그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덱스터의 뛰어난 기업가치를 알아본 CJENM은 일찍이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 2020년 2월 50억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69만607주를 확보했고 연이어 최대주주인 김용화 감독의 보유주식 중 일부인 102만1573주까지 장외 매입해 약 8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그 결과 CJENM은 총 130억원으로 덱스터 지분 6.74% 보유한 2대 주주로 등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