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이안 모란 센트럴파크는 미분양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최근 부동산 시장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대구에서 시작된 미분양 현상이 '청약불패'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 더군다나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 단지' 역시 미분양을 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준공 이후에도 완판 되지 않는 일명 '악성 미분양' 조짐도 나타나면서 그야말로 한파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미분양 주택은 전월대비 31세대 늘어난 719세대다. 올 1월 47세대에 그쳤던 미분양 주택 수가 △2월 47세대 △3월 180세대 △4월 360세대 △5월 688세대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 미분양 주택 역시 전월대비(2449세대) 870세대 증가한 3319세대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 지역에서는 강북구(318세대)와 마포구(245세대)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이 발생했으며, 이외에도 △도봉구 63세대 △동대문구 55세대 △강동구 32세대 △구로구 1세대가 뒤를 이었다. 이는 등장과 함께 높은 청약 경쟁률을 바탕으로 완판 행진을 이어가던 지난해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계속되는 고금리 기조와 대출 규제 등 여파로 한동안 집값 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단지 입지 등 상대적으로 부족한 투자 가치로 인한 미분양에 불과할 뿐, 오히려 분양가 상승에 따른 '청약 불패'로 전국적인 미분양 도미노 사태 가능성을 부정하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최근 발생하는 미분양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과연 현재 미분양 단지 상황은 어떠한 지 직접 방문해 현 상황에 대해 알아봤다.
◆'한 때 인기' 도시형 생활주택, 고분양가와 소형 평형이 발목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107-46번지 일대에 모습을 드러낼 신세계건설(034300) '빌리브 디 에이블'은 서울에서도 꽤나 양호한 입지 조건을 바탕으로 과거부터 분양 흥행이 예고된 지역이다.
실제 이곳은 서울 지하철 신촌역(2호선)과 서강대역(경의중앙선) 중앙에 위치한 우수한 교통망을 갖췄다. 아울러 여의도나 광화문, 디지털미디어시티 등 업무지구로의 접근성이 뛰어나며, 현대백화점 및 신촌세브란스와 같은 홍대‧신촌 생활인프라를 누릴 수 있어 수려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런 뛰어난 입지 조건에도 불구, 빌리브 디 에이블은 의외로 저조한 성적표에 그치고 말았다. 지난 3월 분양 당시 전체 256세대 가운데 대다수 물량(245세대 · 전체 96%)이 미분양된 것이다.
빌리브 디에이블 분양 관계자는 "현재도 50% 이상 물량이 남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금리 인상으로 인해 사실상 시장이 얼어붙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분양 물량이 해소되고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 이름을 내건 단지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월 분양에 돌입한 현대건설(000720)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도 '편리한 청량리 중심 생활권'이라는 입지에도 불구, 여전히 40여세대(전체 213세대) 미분양으로 완판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은 인근 서울 지하철 청량리역(1호선‧경의중앙선‧수인분당선‧경춘선‧KTX)와 제기동역(1호선), 용두역(2호선)을 이용 가능한 '역세권'인 동시에 편리한 청량리 중심 생활권이다. 나아가 인근 대학교 및 업무시설 등 풍부한 배후수요도 품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훌륭한 입지는 맞지만 소형 평형과 비교해 분양가가 너무 비싸 수요자들이 망설이고 있다"라며 "여기에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부담도 작용하고 있어 최근 들어 관련 문의들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빌리브 디 에이블과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 모두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이는 도시에 지을 수 있는 전용 85㎡ 이하 300세대 미만 공동주택 일종으로, 일반 주택과 비교해 기준 자체가 까다롭지 않다는 게 강점이다.
문제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 아닌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분양가와 소형 위주 면적 탓에 일반 아파트와 비교해 투자가치가 낮다. 실제 빌리브 디 에이블(전용 38~49㎡) 분양가는 최고 13억6650만원에 달하며,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26~48㎡) 역시 4억9650~8억9550만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아파트 대체품으로 인기를 얻던 도시형 생활주택은 최근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집값 고점 인식 등 여파로 인기가 시들해졌다"라며 "더군다나 우수한 입지에도 불구, 고분양가와 소형 위주 평형으로 구성된 만큼 차라리 아파트와 같은 '똘똘한 한 채' 분위기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지 가치보다 높은 분양가 "통째로 계약 포기"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도시형 생활주택에 한정되지 않고, 아파트 역시 미분양 사태에 직면한 상태다.
지난해 2월 서울 강북구 수유동 일대에 모습을 드러낸 칸타빌 수유팰리스(전용 18~78㎡)의 경우 '악성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다. 본격적인 입주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아파트 216세대 가운데 16세대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칸타빌 수유팰리스 분양 관계자에 따르면 5번째 무순위 청약은 지난 1일 실시됐다. 5일 당첨자를 발표하며, 완판을 위해 '15% 할인 분양'도 내세웠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5년째 중개사로 일하고 있지만, 이런 악성 미분양 단지를 맡은 건 처음"이라며 "지난해와 매우 대조적 분위기로, 현재 시국을 봤을 땐 미분양 현상은 더욱 짙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북구 미아동에 공급되는 한화 포레나 미아(전용 39~84㎡)도 4월 청약 이후 424세대 가운데 현재 74세대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지난달 25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으며, 오는 4일 계약을 체결한다. 만일 계약이 미달될시 10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재차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미분양 현상은 수도권에서도 속출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 5월 성남 중원구 하대원동에 분양한 '이안 모란 센트럴파크'의 경우 전체 74세대에 대한 청약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달 무순위 청약을 실시하면서 완판을 꾀하고 있는 상황.
관련 업계에서는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 여파로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가치나 입지에 맞지 않게 책정된 높은 분양가가 수요자들 외면을 받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칸타빌 수유팰리스 평균 분양가는 3.3㎡당 3249만원으로, 이에 따른 전용 78㎡ 분양가는 11억4700만원이다. 한화 포레나 미아(전용 39~84㎡) 분양가 역시 5억1842~11억4924만원이며, 이안 모란 센트럴파크(전용 60㎡ 기준)의 경우 최고 8억8762만원에 달한다.
이안 모란 센트럴파크는 지난달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다. ⓒ 프라임경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집값 하락 기조와 금리 인상에 의한 이자 부담, 대출 규제 등으로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타나곤 한다"라며 "다만 이런 사례들 모두 분양가가 단지 가치에 비해 높게 책정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향후 분양가 상승이 이어지더라도 이를 감내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규모와 입지를 충족하는 브랜드 단지의 경우 '청약 불패'는 이어질 것"이라고 첨언했다.
현재 주택 시장은 지속되는 고금리 · 고분양가 현상 등 여파로 살얼음판 위에서 조심스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과연 이런 상황이 향후 시장 판도에 따라 하락세를 이어갈지 또는 재차 상승세로의 전환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