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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빚투' 탕감 발표하자 신용융자 한달새 18兆 재진입

모럴헤저드 비판…"기존 법적 제도 정비가 우선"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2.07.27 15:47:56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8일 금융부문 민생안정과제 발표 후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지자 추가설명을 통해 해명하고 있다. ⓒ 금융위원회

[프라임경제]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달 들어 신용융자잔고는 공교롭게도 정부가 빚투 탕감 정책을 폈을 때부터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면서 증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쉽게 말해 증권사로부터 빚을 내 투자한 돈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8조2771억원으로 집계됐다. 말일 기준 △4월 22조2600억원 △5월 21조5600억원 △6월 17조8700억원 등 3개월 연속 감소했던 빚투 규모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감소세를 보이던 신용거래융자가 다시 반등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정부의 빚투 탕감 정책 발표 이후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가 '신속채무조정 특례 제도'를 신설해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입은 저신용 청년(만 34세·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의 채무 이자율을 30~50% 탕감하겠다고 발표하자, 신용융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28일에는 서울회생법원이 빚투 손실금을 변제금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빚투의 열기를 다시 지피는데 한몫했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신용융자 이자율을 10% 가까이 인상 중이란 점이다. 이는 곧 빚투족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돼,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최근 빅스텝(50bp=0.5%p)를 단행하면서, 최근 일부 증권사도 이에 발맞춰 이자율을 9% 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증권사는 기준금리에 자체적인 가산금리를 합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산정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29일부터 신용융자 이자율을 기존보다 0.25%p에서 최대 0.5%p까지 올릴 예정이다. 영업점의 경우 60일 초과 신용융자 이자율을 기존 8.75%에서 9%로 인상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신용융자 이자율을 31~60일 8.7%, 61~90일 9.2%, 91일 초과 9.5% 금리를 적용했다. 이외에도 △DB금융투자(016610) △유안타증권(003470) △키움증권(039490) 등 여러 증권사들이 9% 이상을 적용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이자율 인상에도 빚투 규모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이자, 전문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빚투의 증가세가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 약세장에서 국내 증시가 유독 큰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 배경에 대해 주식을 강제로 처분당하는 반대매매가 악순환을 불러 왔다고 분석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유독 부진했던 이유는 지난 5~6년 평균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의 신용융자 잔고 비율 때문"이라며 "2017년~2018년 이후 평균(코스피 0.4%·코스닥 2.3%)으로 회귀한다면, 신용융자잔고는 5조원 내외로 줄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정부가 이러한 문제들을 뒤로 하고,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줬다고 지적했다. 빚투로 인해 파산해도 정부가 일정 부분 빚을 탕감해준다는 식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영무 엘지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만약 일부 한정된 계층이 돈을 빌려 아주 위험한 곳에 투자했다면 그들의 잘못도 있다"며 "(이들을) 왜 도와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얼마 이상 돈을 못 갚았는지 이런 기준으로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판이 많이 나온다"며 "이미 있는 개인 워크아웃, 개인 회생, 개인 파산 등 사법적 절차들이 원활히 작동되도록 잘 정비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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