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특정 기간에 업무량이 많은 IT 스타트업 업계가 최근 고민에 빠졌다. 이유는 '연장근로 주 92시간' 관련해 노동자와 기업이 서로 다른 이유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의 디지털 경제 패권 국가를 향한 '근로 시간 유연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인데, 노동계측은 한 주에 92시간 근무를 할 경우 근로자의 생체리듬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보장 대책이 없다고 주장한다.
'주 92시간' 정책은 주 12시간인 연장근로시간을 월 52시간으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52시간을 한 주에 사용할 경우 기본 근로 시간 40시간을 더해 주 92시간이 된다. 문제는 IT스타트업 업계 기업과 근로자들이 정부의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정책은 윤 대통령의 실질적인 대선공약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와 기업과의 충분한 의견 반영 등이 이루어지지 않아 양측에서 서로 다른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 "합법적 연장근무지만 위험부담 많다"
IT스타트업 기업측은 긍정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자사의 최초 시행은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A대표는 "바쁜 순간에는 집중해서 끊김 없는 근무가 가능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전 정부에서 시행한 '주 52시간제'는 업계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주 92시간제에 대한 찬성입장을 밝혔다.
다만 A대표는 "첫 번째로 시행할 경우 인력 이탈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인력 이탈 문제에 대한 대책 방안이 없다는 점과 연장근무 후 제대로 된 휴식과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B기업 관계자는 "비슷한 임금이라면 근로자는 스타트업 보다 복지와 환경이 좋은 대기업을 선택할 것"이라며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IT업계에선 92시간 노동을 근로자에게 강요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전했다.
결국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인력 이탈이라는 얘기다.
◆노동계 "장시간 노동 악용 우려 있다"
반면 IT스타트업 업계 노동자들은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한 주에 92시간 근무에 이어 다음주에도 기본 40시간을 채워야 하는 정책 상, 근로자가 받는 스트레스가 과로사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노동계측은 이정식 노동부 장관 브리핑 내용을 언급하며 "퇴근 후 다음 출근까지 11시간 연속휴식 보장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식 배포자료에는 빠져있다"라며 한 주에 '92시간' 근무할 경우, 근로자의 생체리듬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재충전 시간에 대한 보장 대책이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도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인 장시간 노동시간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선언에 불과하다"며 반발했다.
IT업계에 근무중인 C계발자는 "유연한 노동시간 운영이 아닌 이를 역 이용하려 하기에 되려 업무 시간만 늘어날 수 있다"며 "회사가 월 52시간을 넘길 경우 이에 대한 근로자의 대응도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동시간이 늘어나면 회사는 할당 시간을 다 채우려 할 것"이라며 "연장근무는 자의보다 회사와 상사에 의한 경우가 많은데 유연한 노동시간이 가능한 부분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각계의 반응도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정책은 운동과 비슷하다. 거리는 동일하지만 나눠하는 것과 하루에 하는 것에 신체가 받는 충격은 다르다"며 "짧은 기간에 과도한 노동은 몸과 마음에 손상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기환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 92시간제는 노동강도와 직업에 따라 노동시간에 대한 유연성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근로자의 노동시간에 맞는 시간 외 수당 보상과 휴게시간 적립 등이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 92시간 시행과 관련한 기업과 노동계의 충분한 논의, 제도 정비, 보상 내용 등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윤정부가 무심코 던진 주 92시간제의 파문이 계속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