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40대 여성 A씨는 미국에서 대학교수로 일하고 있다. 여름방학을 맞아 최근 귀국한 그는 2년 전 미국에서 갑상샘 수술로 생긴 흉터 치료를 받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유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일시 귀국해 여드름을 치료하는 사례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A씨처럼 일부러 모국의 피부과를 찾는 중장년층 주재원, 교민들도 적지 않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의료 수준이 일반적으로 높다. 미용 치료법과 레이저 등 장비들도 대부분 선진국에서 개발된 것들이다.
치료 비용은 의료보험 제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우리나라보다 비싼 편이다. 하지만 왕복 항공편 비용까지 고려하면 국내 치료의 이점이 별로 커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유학생은 물론 주재원, 교민들이 외국의 피부과를 마다하고 국내 피부과를 찾는 이유가 있을까?
유학생 B씨는 이렇게 말했다.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여드름이 심해져 미국의 피부과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설명도 불충분했고 치료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미국 교민 C씨는 "미국 피부과 의사는 한국인의 피부 특징을 잘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민 30년 동안 많은 고생 끝에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은 C씨는 자신에게 레이저 안티에이징 치료를 선물하고 싶어 코로나19 입국 제한이 완화되자 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고 했다.
그렇다면 인종 또는 피부색 차이가 치료에 영향을 줄까? 국제 의학저널에 실리는 논문들은 연구 대상을 백인, 아프리칸 아메리칸, 히스패닉, 아시안 등으로 인종을 구별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피부색에 따른 피부의 특성과 질환 또는 치료 효과 차이를 고려한 것이다.
피부색 차이는 피부과 치료에서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예를 들어 자외선의 피부 손상 연구에서는 인종별로 피부색을 고려해 6가지 피부 타이프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6가지 피부 타이프에 따라 자외선 손상 정도가 다르다.
백인 피부는 일광화상은 입기 쉬우나, 태닝은 잘되지 않는다. 반면 흑인은 일광화상은 거의 없으며, 태닝이 잘된다. 피부의 광노화(photoaging)는 피부색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국인의 독특한 피부 특성 중 하나가 표피가 두껍다는 점이다. 국내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피부에서 표피가 차치하는 비중이 한국인은 8.3%인데 비해 백인은 4.2%였다. 인종별로 전체 피부의 두께는 차이가 없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인의 표피가 그만큼 두껍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피가 얇으면 주름이 잘 생긴다.
사람의 피부색에 상관없이 멜라닌 세포의 숫자는 일정하다. 다만 멜라닌 세포에서 만든 멜라닌 색소를 피부 곳곳으로 전달하는 멜라닌 소체의 크기와 숫자, 피부의 각질형성세포 안에서 멜라닌 소체가 얼마나 분해되는 가에 따라 피부색이 결정된다. 같은 한국인이라도 피부가 흰 사람과 가무잡잡한 사람의 색소 치료는 차이가 날 수 있다.
백인에게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켈로이드가 동양인에게는 부분적으로, 흑인에게는 흔히 나타난다는 점도 피부의 특징이다.
이런 의학적 차이뿐 아니라, 한국인이 피부를 어떻게 개선하고 싶은지도 한국인 피부과 의사가 더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의학은 과학이지만, 때때로 정신적-문화적 요소들도 고려한다. 그래서 '의학은 예술'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글. 김영구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강남세브란스 피부과 전공의 수료 / 피부과 전문의 / 대한피부과학회 정회원 / 대한피부과의사회 정회원 / 대한의학레이저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