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취지하에 너나할 것 없이 발행했던 지역화폐가 정부 예산 삭감과 예산 조기 소진 등을 이유로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이에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 아울러 지역화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내에서만 통용되는 유가증권인 지역화폐는 우리에게 '지역사랑상품권'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지역화폐는 높은 할인율과 여러 인센티브를 지급해오며 매년 높은 판매액을 보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2018년 66곳에서 2021년 232곳으로 급증했으며, 동기간 판매액은 3700억원에서 17조5000억원으로 폭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지방지자체들이 지역화폐 활성화의 공신이었던 높은 캐시백과 인센티브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 예산 소진으로 캐시백 축소·중단 이어져
지난 10일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은 민선 8기 임기가 시작되는 7월부터 '인천e음' 인센티브를 기존 10%에서 5%로 줄이는 동시에 지원 한도 또한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하향하기로 했다. 그 간 50만원 초과 금액부터 100만원까지 사용액의 1%에 해당하는 캐시백 지급도 폐지한다.
지역화폐 할인·캐시백 혜택 제공을 위한 예산의 조기 소진으로 캐시백이 축소되거나 중단이 되고 있다. = 황현욱 기자
앞서 인천시는 민선8기 인천시장직 인수위에 대한 현안보고에서 "올해 지역화폐 캐시백 예산이 국비지원 감소와 발행액 증가 등으로 인해 오는 7월이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즉 캐시백 규모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인천시 한 관계자는 "지난해 '2022년 예산안'에서 '인천e음'은 올해 상반기까지 10% 지급을 유지하고, 오는 하반기부터는 5%로 절반 줄이는 것으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e음'의 캐시백 10%를 하반기까지 유지하려면 2200억원 가량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만약 국비 지원이 더 됐다면 하반기에도 10% 지원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창선 민선8기 인천시장직 인수위 공보단장도 "박남춘 시정부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인천e음' 캐시백을 5%로 줄이기로 예산 편성했었다"고 덧붙였다.
지역화폐 할인·캐시백 혜택 제공을 위한 예산의 조기 소진은 비단 인천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주도 지역화폐 '탐나는 전'은 이미 지난 4월에 예산이 조기 소진돼 할인 발행이 중단됐다. 광주광역시 광주상생카드도 발행지원 예산이 지난해대비 60% 이상 줄어들었으며 관련 예산 653억원이 모두 소진 돼 지난 9일 할인 혜택이 중단됐다.
부산광역시의 '동백전' 역시 지난해에 이어 연간 충전한도 목표 예산을 1조6000억원으로 정했지만, 5월말 기준 1조원을 돌파하면서 65%가 소진돼 예산이 바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광역시 '온통대전'은 교통복지대상자 추가 캐시백 혜택을 중단했으며, 오는 7월 중 캐시백 예산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지난 26일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인이 "시민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는 혜택을 유지하되, 캐시백 한도는 취임 뒤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광역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기초지방자치단체 상황도 마찬가지다. 충청북도 청주시 '청주페이'는 예산이 조기 소진되면서 지난 24일부터 10% 인센티브 혜택이 중단됐다. 지난 13일부터 충전 한도를 5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줄였지만, 소진속도가 줄지 않아 결국 잠정 중단됐다.
◆ 지역화폐, 정부와 지자체 부담으로 '부메랑'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 내 소상공인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운영된 지역화폐가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 부담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는 "특정 지자체의 지역화폐 도입으로 지역 내 매출 증대 효과가 발생되지만, 이는 역으로 인접 지자체 소매업의 매출 감소를 대가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인접한 지자체도 지역화폐를 도입할 경우 지역화폐 도입으로 인한 초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사라질 것"이라 부연한 바 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역화페는 지역 경제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크다"며 "경기도 같은 경우 예산이 넉넉해 지역화폐 발행에 대해 부담이 없지만, 지방 같은 경우 예산이 부족해 지역화폐 집행에 대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화폐 사용에 대한 캐시백 정책은 국비와 지방비 투입 부담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라며 "중앙정부도 현재 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지자체들은 지역화폐에 대한 인센티브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마지막으로 "어디에 살던 지역화폐 캐시백 차이로 인해 불공평한 측면이 들지 않게끔 지방재정여건에 따라 중앙정부에서 지원한 지방교부금 비중이 달라져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