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에서도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공식 확인되면서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를 비롯해 국내 업체들도 백신·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방역당국은 감염병 위기 경보를 '주의' 단계로 격상, 방역조치와 감시·대응체계를 강화한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독일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내국인 1명에 대해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특이유전자를 증폭해 검출하는 진단검사 결과 최종 양성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확진자는 독일에서 21일 오후 4시경 귀국한 내국인으로, 18일에 두통 증상을 보였고, 입국 당시에는 미열, 인후통, 무력증, 피로 등 전신증상과 피부병변을 보였다고 질병청은 전했다.
방역당국은 확진자가 확인됨에 따라 이날 위기평가회의를 개최하고 위기상황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현재 대책반(반장: 감염병위기대응국장)을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장:질병관리청장)로 변경하고, 다부처 협력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 전국 시·도 및 발생 시·도 내 모든 시·군·구는 지역방역대책반을 설치·운영토록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할 예정임을 함께 밝혔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대비책 마련 분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백신과 치료제는 물론 진단키트가 긴급 상황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HK이노엔(195940)은 보유하고 있는 천연두 백신을 원숭이두창 예방 용도로 적응증을 확대·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천연두 백신이 원숭이두창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데 따른 결정이다. 그간 HK이노엔은 정부에 대테러 대응용으로 2세대 천연두 백신을 납품해왔다. 이를 원숭이두창 백신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대바이오는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먹는 항바이러스제로 개발한 'CP-COV03'를 원숭이 두창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패스트트랙을 신청하기로 했다.
현대바이오(048410)에 따르면 미국 현지의 바이오 분야 전문 로펌을 통해 CP-COV03이 '동물실험갈음규정' 적용으로 패스트 트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동물실험갈음규정은 미국 등 주요국이 천연두나 원두처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불가능하거나 비윤리적일 경우 동물실험 결과만으로 치료제로 승인하는 제도다.
회사 측은 FDA에 CP-COV03의 그간 동물실험 결과 등 관련 자료도 신속히 제출할 계획이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원숭이두창을 검출할 수 있는 실시간 유전자 검사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만약 국내 감염 의심자가 발생하면 진단기기를 발 빠르게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두창 백신 도입 검토…'링 백시네이션' 가장 현실적
KMI한국의학연구소(이하 KMI) 연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생물테러대응 및 국가공중보건 위기 상황 시 사용 목적으로 1세대와 2세대 두창 백신이 비축돼 있다.
그러나 원숭이두창에 정식 승인되지 못했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중증 백신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접종 금기 대상자가 많다. 특히 1세대 백신의 경우 수십 년간 동결 건조된 상태로 보관돼 왔기 때문에 그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태여서 원숭이두창 환자 발생 시 실제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해외입국자들이 검역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승객들 앞에는 원숭이두창 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 연합뉴스
신상엽 KMI 연구위원회 상임연구위원은 "최근 정부에서는 바바리안 노르딕 사의 3세대 두창 백신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 백신은 2019년 미국 FDA에 의해 원숭이두창에도 사용이 승인됐다. 기존 백신보다 안전성과 효과성이 크게 개선됐고 접종 금기 대상이 거의 없어 국내 도입 시 원숭이두창 예방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된다"고 말했다.
이어 "3세대 두창 백신이 국내 도입됐을 때 접종의 대상과 범위에 대한 정책 결정도 필요하다. 원숭이두창은 밀접 접촉이 아니면 사람 간 전파가 쉽게 일어나지 않으며, 백신의 안전성과 비용효과성을 고려했을 때 원숭이두창이 국내에서 유행한다고 할지라도 전국민 예방접종은 적절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때문에 '링 백시네이션(ring vaccination)'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링 백시네이션은 전염병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확진자와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및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대상자만 백신을 접종한다. 확진자 주변을 접종을 통한 반지(ring) 모양의 방어벽을 구축해 지역사회 유행을 막는 정책으로 과거 두창과 에볼라 유행 시에도 적용돼 어느 정도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치료제 확보 시급…"테코비리마트 도입 추진 중"
원숭이두창 치료제 확보도 시급하다.
원숭이두창은 아직 전용 치료제가 없지만 테코비리마트, 브린시도포비어, 시도포비어 등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한 치료법이 개발돼 있다.
이 중 테코비리마트는 두창 치료 목적으로 미국, 유럽, 캐나다에서 정식 승인을 받았고 유럽에서는 원숭이두창 치료 목적으로도 승인을 받아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꼽힌다. 방역 당국은 약 500명분의 테코비리마트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성사되지는 않았다.
신 연구위원은 "테코비리마트는 고가의 약이지만 해외에서는 대량 비축 중으로 우리나라도 두창 및 원숭이두창 환자 발생에 대비해 충분히 확보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독일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내국인 1명에 대해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특이유전자를 증폭해 검출하는 진단검사 결과 최종 양성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원숭이 두창은 아프리카 중서부 일부 지역의 풍토병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례적으로 아프리카 지역이 아닌 미국과 유럽 등에서 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원숭이 두창은 원숭이 마마 바이러스에 의한 원숭이 전염병으로 사람도 전염될 수 있다. 얼굴과 몸에 수포성 발진이 생기며 임상적으로 천연두와 비슷하다.
이러한 원숭이두창은 흔히 경험하는 수두와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환자도 의료진도 수두로 오인해 진단이 늦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신 연구위원은 "원숭이두창은 잠복기가 길어 공항 검역 단계에서 걸러지기 어렵고 국내 유입 시 사람 간 전파를 통한 유행이 가능하고 치사율도 높은 편으로 국내 유입 시 환자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그러나 일선 의료기관에서 진단할 수 없고, 의심환자 발생 시 질병청에 검체를 의뢰하고 환자를 격리하도록 하고 있는데 일부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하고는 실제적으로 이 과정이 안전하고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때문에 감염내과, 비뇨의학과, 피부과 등을 중심으로 원숭이두창 의심환자 감시체계를 구축해 의심환자 발생 시 의료진이 방역 당국에 바로 신고하고 이후 검체 의뢰, 환자 격리 및 역학 조사는 방역 당국의 책임 하에 바로 진행되는 더욱 적극적인 방역체계 구축을 한시적으로라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