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신호를 환영해야할 은행주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기대치를 하회하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를 찾은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다른 국가보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으며, 지난 14일에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0.25%p 인상했다.
이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경우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0.5%로 올린 데 이어 오는 5월 '빅스텝(0.5%p 인상)'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국내를 비롯해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대출금리 인상을 통한 순이자마진(NIM) 등이 높아져 은행주에게 호재로 풀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난 18일 종가 기준 금융지주 주가를 살펴보면 지난달 31일대비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낸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8일 KB금융(105560)은 전월 31일 6만1300원대비 2.7% 하락 5만9600원으로 장을 마감했으며, 신한지주(055550)는 4만150원으로 지난달 말 4만1500원대비 3.2% 떨어졌다.
하나금융지주(086790) 역시 4만6700원으로 전월 말 4만8600원대비 3.8% 떨어졌으며, 우리금융지주(316140)는 1만5250원으로 지난달 31일 1만5350원보다 0.6% 하락해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작은 하락폭을 보였다.
이처럼 금융지주사들이 금리 인상에도 불구, 약세를 보인 배경에는 경기 둔화 우려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주 주가흐름은 금리보다 경기 전망에 더욱 좌우된다"며 "경기둔화의 경우 은행 부실 위험이 커지는 만큼, 대출 공급을 줄이기 때문에 수익 감소로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기둔화에 대한 시장 우려는 장단기 금리를 통해 알 수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말 이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646%p 오른 반면, 10년물 금리는 0.545%p 상승에 그쳤다.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 금리 차이도 지난 2월말 0.433%p에서 0.322%p로 좁혀졌다.
경기 확장기에 금리가 상승할 경우, 장단기 금리차이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긴축 움직임에 단기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고, 장기 금리는 경기 침체 우려로 오름세가 더딘 모양새다. 즉 예금은 단기, 대출은 장기를 뜻하기에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지면 은행 수익성도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들어 재차 급등한 시장금리가 부담스러운 수준에 이르렀다"며 "장기금리도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장단기 금리차가 대폭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은행 밸류에이션 상방을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금리 인상 가능성이 이미 주가에 선반영 됐다는 점도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는 30.5% 치솟았으며 △KB금융 26.3% △하나금융지주 21.8% △신한지주 14.8% 등 금융지주 모두 상승세로 연말을 마무리했다. 이는 동기간 코스피가 3% 오른 것봐 비교해보면 눈에 띈 상승폭이라 볼 수 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도 "기준금리 1~2회 추가 인상에 대한 기대치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며 "상반기까지는 금융주의 순이자마진 추가 개선을 바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은행주가 양호한 실적을 보일 경우 주가 상승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시중금리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 은행주 주가는 긍정적"이라며 "시장금리 상승은 은행의 예대금리차와 순이자마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므로 지난해 이어 올해도 이자이익이 증가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처럼 연준이 긴축정책에 속도를 붙이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1일~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9153억원을 팔아치우며 '셀코리아'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반대로 은행주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들은 KB금융을 464억원 순매수했으며 △우리금융지주 373억원 △하나금융지주 352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KB금융은 외국인 순매수 순위 8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신한지주는 80억원 순매도했다.
한편, 차기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작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와 금융사에 대한 규제 유연화를 주장한 바 있다.
윤 정부의 이러한 행보에 힘입어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지난해 10월에 도입한 전세자금 대출 규제를 5개월 만에 완화했으며, 금융당국도 지난달 △은행의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리 △대출 규제의 합리적 정비 방안 등을 담은 '2022년 은행 감독검사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현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규제완화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출자산 성장과 순이자마진 개선으로 은행권의 순이익 전망치가 점차 상향되고 있다"며 "다만 추세적인 반등을 위해서는 내년에도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을 것이란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상향이 필요할 것"이라며 경기침체 우려가 걷혀져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