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 한 해 화장품 업계는 코로나19 여파와 중국 시장상황 악화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쇼크, 주요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여러 악재로 인해 경영환경 악화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3분기 매출이 1조21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17억원으로 전년 보다 15.3% 감소했다. 핵심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090430)의 경우 매출은 1.9% 증가한 1조108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5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다.
국내 사업은 살아났지만, 해외 실적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 사업은 매출 7215억원, 영업이익 587억원으로 각각 7.3%, 63% 증가했다. 해외 사업은 매출 3841억원, 영업이익 85억원으로 각각 9.2%, 56.6% 감소했다.
LG생활건강(051900)은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2조103억원, 영업이익은 4.5% 증가한 3423억원을 기록했다. 화장품 사업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한 1조267억원, 영업이익은 9.0% 증가한 2154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사업 부진 실적 하락 요인…물류 대란도 영향
무엇보다 중국 사업 부진이 실적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중국 화장품 매출 비중은 전체 해외 매출에서 각각 70%, 50%를 차지한다.
중국은 올해 자연재해와 부동산 시장 위축, 코로나 변이 확대와 함께 정부의 소비 억제 정책이 맞물리면서 소비 심리가 둔화됐다. 특히 화장품 부문은 중국의 애국소비 열풍인 '궈차오'의 영향을 받아 중국산 화장품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화장품 시장도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물류 대란이 확산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LG생활건강은 올해 광군제 행사에서 럭셔리 화장품 후, 숨, 오휘, CNP, 빌리프 브랜드 매출이 지난해 42% 성장한 3700억원을 달성했다. © LG생활건강
다만, 4분기 실적을 견인할 광군제에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광군제 행사에서 럭셔리 화장품 후, 숨, 오휘, CNP, 빌리프 브랜드 매출이 지난해 42% 성장한 3700억원을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자음생 라인은 저년 대비 매출 83% 증가하고 라네즈 브랜드는 신상품 판매 성장세로 전년 대비 38% 성장한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애경산업도 광군제 기간 동안 중국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화장품 브랜드 AGE 20’s(에이지투웨니스), LUNA(루나) 등이 지난해 거래액을 초과 달성한 약 160억원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행사 매출액 대비 15% 성장한 수치다.
광군제에서 국내 화장품 업계의 호실적과 연말 성수기 효과가 더해지면서 4분기 화장품업계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컨센서스 추정 기관수 3곳 이상이 예상한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한국콜마, 애경산업(018250) 등 국내 주요 화장품 업체 4곳의 올해 4분기 실적은 전년 대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LG생활건강의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2% 상승한 2조1615억원,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3.3% 상승한 2648억원으로 추정됐다.
아모레퍼시픽도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7.7% 상승한 1조 2466억원, 영업이익도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애경산업은 5.1% 상승한 1615억원으로 추정됐다.
◆한국콜마·코스맥스 4분기 이후 도약 기대
글로벌 ODM(제조업자개발생산) 기업 한국콜마(161890)와 코스맥스(192820) 또한 주목을 받으며 4분기 이후 도약이 기대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3분기에 연결 기준 매출 3759억원(+18%%), 영업이익 127억원(-33%)을 각각 기록했다. 코스맥스는 연결 기준 매출 23.2% 증가한 3949억원(+23.2%), 영업이익 250억원(+79.7%)를 공시했다. 코스맥스는 미국 영업권손상차손 157억원 발생해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화장품 업계가 바닥을 지나고 있으며 3·4분기에는 다소 더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는 화장품 ODM 본업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주가 모멘텀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콜마의 4분기 실적은 연결 매출 4229억원(+21%), 영업이익 460억원(-11%)을 전망한다"며 "화장품은 기저가 편안한 가운데 주요 고객사 재고 조정 일단락, 광군제 물량 반영으로 두 자릿수 성장 예상하며, HK이노엔은 ETC 처방 증가 및 위드 코로나 기조로 3분기 대비 개선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스맥스는 해외 수출 호조와 히트제품 출시가 이어졌고, 고마진 제품에 집중해 비수기임에도 국내 국내 법인 영업이익률은 9.5%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광군제 물량 선주문이 8월부터 반영되면서 중국에서 실적이 좋았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핵심인 중국과 국내법인은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는 매출 증가를 보여 수익성 개선은 긍정적"이라며 "미국법인의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 시점에서 주가 상승 모멘텀이 다시 부각될 전망"이라고 했다.
◆K뷰티 럭셔리 화장품 라인 강화…이커머스 비중 확대
중국에서 K-뷰티의 성장이 둔화되고, 중국 정부가 올 상반기에만 화장품 감독 및 관리 규정을 약 12차례 제·개정 발표하며 관련 규제를 강화하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럭셔리 화장품 라인 강화를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지난달 광군제에서 LG생활건강 후·숨 등 럭셔리 브랜드는 전년 대비 42% 성장한 매출 3700억원을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자음생 라인은 저년 대비 매출 83% 증가하고 라네즈 브랜드는 신상품 판매 성장세로 전년 대비 38% 성장한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지난 11월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국 상하이 국가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4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CIIE)에 참가했다. © 아모레퍼시픽
C-뷰티의 성장으로 중국 내 국내 중저가 브랜드는 약화된 반면, 럭셔리 브랜드 수입 비중은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임 대표로 임명된 김승환 부사장은 "오프라인 레거시를 내려 놓고 강한 혁신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내년 중국 이커머스 비중을 50% 이상 확대하고,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30% 이상 성장을 이룰 것이란 목표를 설정했다.
이에 발맞춰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인사개편에서 중국 온라인 조직을 강화했다. 중국 이커머스 부문장은 글로벌 화장품회사 경험이 있는 캘빈왕 상무를 선임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내년 전체 마케팅 재원 중 50~60%를 디지털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강한 브랜드 육성 및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개선의 경영전략을 지속해 추진할 계획이다.
아모레 관계자는 "국내외 디지털 플랫폼과의 협업을 가속화해 온라인 채널의 성장세도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이밖에 수익성 개선을 위한 사업 체질 개선 작업도 지속하며 건강기능식품과 더마 코스메틱 등 신성장 동력도 육성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