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여성 곽정인(28)씨는 최근 퇴근길에 편의점 무알콜 맥주를 종종 구매한다. 홈술·혼술로 가볍게 즐기기 좋고 도수와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중에도 부담없이 마시기 좋기 때문이다. 곽정인씨는 "취할 정도로 마시고 싶지 않지만, 분위기는 즐기고 싶어 지인들과 술자리에서도 무알콜 맥주를 즐겨 찾는다. 최근 무알콜 맥주 종류도 다양해지고 편의점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 많이 구매하고 있다."
국내 무알콜 맥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술을 적당히 마시면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저도주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층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9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무알콜 맥주 시장 규모는 2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전체 맥주 소매 시장 규모가 약 3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무알콜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에 불과하다.
그러나 성장세가 가파르다. 전세계 무알콜 음료 시장은 2024년까지 연평균 23%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의 무알콜 음료 시장 규모는 7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무알콜 시장도 2025년 2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1/1~12/14) 무알콜 맥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배(501.3%) 신장했다. © 세븐일레븐
무알콜 맥주의 성장은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혼술·홈술 문화가 확산되면서 과음 대신 집에서 가볍게 음주를 즐기려는 문화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하이트진로음료의 비알콜 맥주 '하이트제로0.00'의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했다. 4분기 경우도 200% 이상의 매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 측은 하이트제로0.00 매출 성장 비결로 알코올 함유량이 전혀 없다는 점을 꼽았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맥주 제품 대부분은 1% 미만의 알코올이 함유됐지만 하이트제로0.00는 무알콜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네켄과 칭따오 등 수입 맥주 브랜드도 국내에 앞다퉈 무알콜 맥주를 론칭했다. 무알콜 맥주는 일반 주류와 달리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현재 쿠팡에서는 카스와 하이트진로, 칭따오 무알콜 맥주를 로켓배송으로 판매하고 있다.
홈술·혼술 문화로 편의점의 무알콜 맥주 매출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1/1~12/14) 무알콜 맥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배(501.3%) 신장했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과 20대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븐일레븐이 올해 무알콜 맥주의 남녀 성별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여성이 70.9%를 차지하며 남성(29.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차지했다.
아울러 연령대별 신장률에서도 20대가 572.4%로 전년 동기 대비 가장 크게 늘며 무알콜 맥주의 핵심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30~40대는 497.2%, 50대 이상에서는 459.5%으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상권별로도 젊은 1~2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독신상권에서 특히 높은 수요를 보였다. 실제 무알콜 맥주의 상권별 매출 신장률을 살펴보면 독신상권에서 매출이 전년 대비 560.3% 증가하며 전체 상권에서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CU 역시 올해 1~10월 무알콜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약 6배(470%) 가량 급증했다. 저도주 트렌드도 한 몫 했다. 주류 문화가 회식과 과음에서 소모임과 분위기로 넘어가면서 독한 위스키보다는 수제맥주와 무알콜 맥주, 와인 등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남건우 세븐일레븐 음료주류팀 선임책임은 "아직까지 전체 맥주에서 무알콜 맥주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크진 않지만 그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며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즐기기 위한 음주문화 확산됨에 따라 무알콜 맥주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