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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부실한 식재료 관리' 논란 지속

'미역 이어 와사비' 올해만 두 번째 수사 의뢰…계열사 간 과도한 내부거래, 상생 장애물로

황이화 기자 | hih@newsprime.co.kr | 2021.08.12 17:52:06
[프라임경제] 중국산 미역 혼입 판매에 이어, 와사비에 값싼 재료를 넣고 속여 팔기까지. 오뚜기(007310)가 '갓뚜기'라는 별칭을 뒤로한 채 식품기업의 신뢰도와 맞닿는 식재료 관리를 부실하게 하면서 올해만 두 번째 식재료 관련 수사를 받게 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11일 '겨자무(서양고추냉이)'를 사용한 제품을 '와사비(고추냉이)'를 사용한 것처럼 표시한 9개 업체를 적발하고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행정처분하고 수사의뢰했다. 

겨자무와 와사비는 서로 다른 식물성 원료인데다, 사용 부위도 다르다. 특히 겨자무 가격은 와사비에 비해 5배~10배 가량 저렴하다. 

이번 적발 업체 중에는 국내 와사비 시장점유율 과반을 차지하는 업계 1위 기업인 오뚜기가 포함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뚜기 외 9개 업체가 겨자무를 사용한 제품을 와사비를 사용한 것처럼 표시, 이들의 위법 행위를 적발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식약처가 밝힌 오뚜기 위반 내용 갈무리. ⓒ 프라임경제


지난해 오뚜기 자회사로 편입된 오뚜기제유는 작년 11월경부터 지난달까지 겨자무·겨자무 분말 20~75%만 넣은 '와사비분(향신료조제품)' 등 5개 제품을 제조하면서 제품명과 원재료명에 와사비만 사용한 것처럼 표시했고, 모회사인 유통업체 오뚜기에 약 321톤(약 31억4000만원)을 판매했다. 

◆재료 관리 부실로 올해 두 번째 수사…기본 흔들리는 식품기업

이에 대해 오뚜기 관계자는 "원재료를 바꾼 것은 아니고, 지난해 변경된 표기 고시에 따른 표기 변경 과정이 늦어진 것"이라며 "본래부터 서양고추냉이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바뀐 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설명이지만, 경쟁 업체에서는 이미 바뀐 고시에 따라 명확한 표기로 소비자 혼동을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와사비 업계 1위를 차지한 오뚜기의 해명을 더욱 무색하게 하고 있다.

'갓뚜기'로 불리며 사랑 받은 굴지의 식품기업 오뚜기가 원재료 문제로 수사를 받게 된 건 올해만 두 번째다.

오뚜기가 '100% 국산 미역'이라고 강조한 제품에 사실은 중국산 미역이 혼입됐다고 본 해양경찰청은 지난 1월부터 전남 여수 소재 오뚜기 하청 식품업체에 원산지 표기위반, 밀수 등 7개 혐의를 적용해 수사했고, 이는 검찰에까지 넘겨졌다.

오뚜기는 1월 해당 업체가 중국산 미역 혼입 관련 수사를 받고 있음을 인지했음에도 논란이 불거진 3월이 되어서야 논란이 된 물량을 회수, '늦장 회수'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와사비 표시광고법 위반 건도 다소 안일한 오뚜기 대응이 부른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산 미역 혼입 논란으로 표시광고법 위반 및 부실한 원재료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제기됐을 올해 상반기마저 오뚜기는 동일한 법을 어겼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는 회사에 이같은 일이 발생해 더욱 주목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의도는 없겠지만 협력업체 관리나 정부 규정 변화는 빨리 반영해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오뚜기 옛날미역 관련 중국산 미역 혼입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이다. 왼쪽은 지난 3월11일 이강훈 오뚜기 대표가 올린 사과문. ⓒ 프라임경제



◆오뚜기제유, 지배구조 개선됐지만…내부거래 비중 85.5%, 상생 뒷전

라면 가격 동결, 낮은 비정규직 비율 등 각종 미담이 뒤따른 오뚜기의 최근 행보가 소비자에게 원재료를 속이는 일종의 '사기 행각'으로 비춰지며 기업 이미지마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원재료에 대한 이슈 제기가 지속되는 것은 식품 기업으로서 치명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식품기업들은 자사 경쟁력 강화 및 마케팅 차원에서 원재료, 식재료 자체에 대한 학술 심포지엄까지 여는 등 원재료 알리기에 공을 들인다.

여기에 미담 기업과 어울리지 않는 '일감 몰아주기' '과도한 내부거래' 등 불공정 거래 의혹이 지속 제기되며 오뚜기를 둘러싼 부침에 힘을 싣고 있다.

와사비 논란의 오뚜기제유 역시 과도하게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지난해 오뚜기제유 매출은 1144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특수관계자와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85.5%에 달하는 978억원이다. 

오뚜기제유는 그간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기업 중 하나로 지목돼 왔지만 오뚜기가 지난해 지배구조 투명화 차원에서 이 회사를 100% 자회사로 흡수했다. 하지만 여전히 과다한 내부거래로 중소기업 등과의 상생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한 법망은 피했지만, 실질적인 거버넌스 개선은 여전히 난망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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