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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영의 Law포유]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형법상 명예훼손죄?

 

김찬영 변호사·공인노무사 | press@newsprime.co.kr | 2021.07.15 19:18:32
[프라임경제]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사실 적시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처벌을 받도록 하는 '형법상 명예훼손죄' 조항이 합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와 관련,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징역 2년 이하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이 헌법상 기본원리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것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헌법상 두 법익이 충돌한다. 합헌 의견을 낸 5명의 재판관은 개인의 자유로운 표현은 보장되어야 하나 진실한 사실이라는 이유만으로 명예 훼손적 표현행위가 무분별하게 허용되면 개인의 명예와 인격은 제대로 보호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사회는 아직 표현의 자유를 견딜 만큼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처벌 조항을 갑자기 폐지하면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중대한 침해가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온라인 공간 확장과 정보전달 매체 다양화로 정보 전파 속도가 빨라져 그 파급효과가 광범위해진 상황에서는 한 번 명예가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려워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인한 개인의 인격권 훼손 문제가 심각한 점도 언급했다. 

아울러 해당 조항은 적시 사실이 '진실'하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처벌받지 않도록 예외를 두고 있고 법원이 처벌 예외상황을 최대한 넓게 해석, 표현의 자유가 침해받는 일을 최소화하고 있으므로 해당 조항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예컨대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혐의로 그 운영진이 기소된 '배드파더스' 사건에서 법원은 공공의 이익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최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성범죄 피해자 △배우자 불륜으로 고통받는 피해자 △의료사고 피해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헌재 결정도 수의사 잘못으로 반려견이 불필요한 수술을 받고 실명위기에 이르자 수의사 실명을 거론하며 병원의 잘못을 온라인에 알리려 했던 A씨가 그런 행동이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낸 사안이었다.

예를 들어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의사나 병원의 정보를 온라인에 공개하거나 성범죄 피해자들이 성범죄 피해사실을 밝히면서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면 가해자들로부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해 2차 피해를 당하는 일이 많다. 

최근 배우자 불륜으로 고통 받는 피해자들이 간통죄까지 폐지돼 불륜 당사자들을 처벌받게 할 길이 없자 사회적 비난이라도 받게 하려는 의도로 그들의 신상을 온라인 게시판이나 SNS에 게시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오히려 불륜 당사자들로부터 피해자가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 국가들은 허위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만 형사처벌 하고 있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처벌하지 않는다. 헌재의 이번 결정도 9명의 헌법재판관 중 5명만이 합헌 의견을 냈고 4명은 '일부 위헌' 의견을 냈을 만큼 팽팽히 의견이 갈렸다. 

이런 가운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간통죄처럼 폐지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조심스레 든다.

김찬영 변호사·공인노무사 /스마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대한진폐보호자협회 자문변호사 / 서울특별시 노동권리보호관 / 한국폴리텍대학교 자문위원 / 양천구 노동복지센터 자문변호사/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산업안전보건과 의료 고위과정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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