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엑시아에서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빗의 회장과 대표이사가 모두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엑시아 고위 임원진으로 선임된 정기승 회장과 김형섭(켄트 김) 대표는 공식 취임 100일 내에 모두 코인빗을 떠났다.
정기승 회장이 사임한지는 이미 한 달이 넘었으며, 김형섭 대표는 오늘(5일) 사임이 확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한 사유 없이 취임한지 3개월만에 회장과 대표가 동반 사퇴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코인빗의 거취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우려가 있다. 특히 정기승 회장의 금융감독원 국장과 저축은행장 역임 이력에 기대를 모았던 투자자에겐 그 충격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엑시아는 홈페이지 조직도에서 정기승 회장과 김형섭 대표가 자사 임원임을 밝혀왔다. ⓒ 엑시아
지난 3월26일 코인빗은 최창우 전 회장의 친필사인이 들어간 공지를 통해 "유능한 정기승 회장님, 김형섭 대표이사님을 비롯한 금융, 경영 전문 인재를 대거 영입하였고 앞으로의 코인빗은 회원님들에게 더욱 신뢰받고 수익성 제고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고 자평한 바 있다.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당국·은행권과 협조적 관계 구축을 희망했던 코인빗으로썬 두 사람의 영입은 그야말로 '천군만마'였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최고 임원진의 잇단 이탈 원인으로 금융당국과의 조율 실패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안 그래도 실명계좌 발급에 인색한 은행권과 끈을 놓친 게 아니냐는 실망이 드러나고 있다. 한 투자자는 "코인빗이 실명계좌를 발급 받지 못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김형섭 대표이사는 사임 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늘 부로 코인빗 대표직을 내려놓은 게 맞다"며 "코인빗에선 블록체인 업계에서 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능한 외부 인사를 영입하려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서 "현재 산업 초창기에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게 안타깝다"는 소회를 밝혔다.
회원들은 신임 회장·대표 취임과 함께 코인빗 정상화를 기대했지만 김 대표는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퇴임하게 됐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코인빗 대표로 취임한 이후 강남 본사가 아닌 코인빗에서 따로 마련한 마포 사무실로 출근해 '포럼' 등 개인 일정을 소화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코인빗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할 여건도 안 됐고, 업무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다수 코인빗 재직자에 따르면 코인빗은 여전히 최창우 전 회장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한편, 코인빗이 신임회장이라고 소개했던 정기승 전 회장 역시 코인빗과 거리두기에 나섰다. 홈페이지와 네이버 소개에선 이미 엑시아 회장 이력이 삭제됐고, 그가 코인빗에 실제로 근무했는지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는 현재 한국품질재단 이사장으로 근무 중이다. 한국품질재단 임원급 고위 관계자는 "정기승 이사장은 작년부터 이사장으로 근무해왔으며, 코인빗 회장에 취임한 사실에 대해 전혀 전달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보다 자세한 사실 확인을 위해 정기승 이사장과 직접 통화를 요청했으나 개인정보보호 이유로 연결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