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11년 1월은 저축은행 대수술이 촉발된 때입니다.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이 당국의 시대 수준에 부응하지 못하는 저축은행을 겨냥, 철퇴를 내림으로써 연착륙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다만 저축은행 이슈는 워낙 덩치가 크고 관련 문제가 많아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그 해 내내 당국을 괴롭혔습니다.
금융위는 그해 1월14일, 삼화저축은행의 전격 영업정지를 결정했습니다. BIS자기자본비율이 2010년 6월말 현재 -1.42%에 불과하면서도 6.01%라고 '허위공시'를 한 데다 '유상증자 및 매각 실패'라는 점에서도 찍혔던 상황이었습니다.
금융위는 2010년 이미 1차 경영평가위원회에서 부실이 심각한 삼화에 대해 대주주 증자 등의 자구노력을 요구했지만 결국 경영진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4일 영업정지 신호탄 삼아 16일 업계 전체 겨냥 '그러나…'
공직 생활내내 '특급 소방수'로 불렸던 김 당시 위원장의 면모는 이 이슈에서도 잘 살펴 볼 수 있습니다. 한 저축은행을 수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달아 해당업계를 조준한 상황 처리에 나선 것입니다.
1월16일 금융위는 부실 우려 저축은행 정상화와 적격성 심사 강화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저축은행의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도입해 부적격 대주주는 경영권을 내놓게 하겠다"고 밝혀 언론의 관심을 모으는데요.
당국이 저축은행 문제에 고심 끝에 칼을 빼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2010년에 이미 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 처리됐었기 때문에, '김석동호'에는 이미 칼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16일의 이런 움직임은 이를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당시 구상의 내용을 좀 더 들여다 볼까요? 저축은행 대주주는 그때까지는 저축은행을 설립하거나 인수할 때만 적격성 심사를 받지만 7월부터는 대형·계열 저축은행의 대주주는 매년, 나머지 저축은행은 2년에 한 번씩 금융당국으로부터 자격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띕니다.
아울러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6개월 이내에 적격성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시정명령을 받고, 시정명령을 지키지 못할 경우 10%를 초과한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구상도 있었습니다. 캠코도 금융위를 적극 엄호하겠다고 나섭니다. 캠코 쪽에서는 "저축은행에서 인수해 관리하는 PF 사업장의 부실이 커지고 있다"면서 "PF 사업장 정상화 추진단을 만들어 조만간 386개 사업장에 대한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호응했습니다.
그러나 저축은행 연착륙은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프라임저축은행 뱅크런에 부산저축은행 비리 의혹까지
당시에도 이미 저축은행 대책을 좀 더 빨리 당겨서 시작하기를 바라는 시각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다만 당국에서는 저축은행만 다루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계금융 이슈 전반을 관리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이 문제의 시기를 본 것이라는 반론이 유력합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지금 봐도 당국의 조치는 실기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여러 문제가 같이 터지면서 잽을 연달아 맞은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됐고, 시장의 불안이 높아진 것은 금융 당국의 복이 없었다고 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시점에 따라선 잽이 아니라 어퍼컷급 쇼크가 계속됐다고 평가할 수도 있었던 엄중한 시기입니다.
6월은 저축은행 문제가 한창 부풀어 오르던 때입니다. 검찰까지 저축은행 관련 문제를 들여다 보면서 당국으로서는 문제의 운전이 쉽지 않게 된 것인데요.
바로 '부산저축은행 사태'의 서막이죠. 김광수 당시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이 부산저축은행 관련 떡값 문제로 구속수감됐고, '프라임저축은행 뱅크런'도 터졌습니다.
뱅크런은 대량인출사태를 의미하지요. 당시 프라임저축은행에서는 2일간에만900억원 가까운 돈이 빠져 나가, 당시 고객들이 얼마나 불안해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프라임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저축은행 더 나아가 금융시장 전반을 패닉에 빠뜨려 마비시킬 수 있는 이슈였기 때문에, 저축은행중앙회가 자금 수혈 대책에 착수하는 등 숨가쁘게 상황이 돌아갑니다.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정두언씨가 위원장을 맡아서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가동되는데요.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은 물론 권혁세 당시 금융감독원장, 이승우 당시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이 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정치권에 응답하느라 8월 염천 내내 진땀을 흘립니다.
◆2021년, M&A 족쇄 등 일부 완화 요구 등 목소리 나와
결국 그해 9월에는 금융위가 대량 영업정지 조치를 단행합니다. 당시 저축은행들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것인데요. 이때 토마토·제일·제일2·프라임·에이스·대영·파랑새 저축은행 등이 6개월간 영업정지됩니다.
이어서 저축은행을 들여다 보는 당국의 조치는 계속되는데요. 결국 그해 9월 말에는 40곳을 '우량'등급 저축은행으로 판정하기에 이르고, 10월에는 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다음엔 새마을금고나 신용협동조합 등의 부실을 들여다 보겠다"고 언급할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 가쁜 호흡이 제 페이스를 찾기에 이릅니다.
일반 금융권과 달리, 새마을금고 등은 포괄적 관리책임 주체가 다르다는 점 등 때문에 개별 관리감독이 이뤄졌는데, 이때 전체적인 그림에서 금융 당국에서도 스크린에 나서는 문제가 거론된 것이지요.
어쨌든 저축은행 영역이 일거에 완전히 모든 문제를 털고 좋아진 건 아닙니다.
그리고 저축은행 업계가 여전히 불안하다, 영업난에 허덕인다는 불만도 이후에도 시시때때로 나옵니다. 다만 당국의 감시 조치도 계속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2013년 11월3일 저축은행의 상품 설명의무가 강화되고 후순위채권 발행이 제한 등이 발표됩니다. 다만 영업점 관련 조치 완화 등 중간중간 느슨하게 일부 규제를 풀어주는 등 채찍과 당근이 병행됩니다.
2021년, 10년만에 보는 저축은행 분야는 어느 정도의 상황일까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라는 불만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관련 규제 완화 목소리 등 신년 맞이 기대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앞서 보신 바와 같이 큰 문제들을 겪으면서 대책 강화 조치가 여럿 이뤄졌기 때문에, 저축은행 업계는 지금도 M&A가 대단히 어려운 영역에 속합니다.
그래서 금년에는 규제 완화 차원에서 M&A 규제망을 느슨히 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고요.
예금보험료도 현실화를 시켜 주면 좋겠다는 소리도 해가 바뀌면서 재차 관심을 모으면서 일부 언론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시장이 큰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재편될 조짐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때인데요, 10년 전 대비 확실히 저축은행 강산이 변했다는 확신을 시장에서 다지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뱅크런 등 수모를 당했던 시장 상황을 재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고객들과 함께 나가야 하는 숙제가 맞물린 때라 더욱 그렇습니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