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운송설비 점검 중 사고로 숨졌다. 사고 이후 산업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일명 김용균법이 2018년 12월27일 국회를 통과해 2020년 1월16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김용균씨 사망사고 후에도 해당 발전소에서 다른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또다시 발생하면서 사고 당시 발전소가 '김용균법'에 따른 권고안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고, 당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자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원청의 최고책임자까지 처벌 가능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는 2만 명이 넘고 올해 사망자는 상반기에만 1100명에 이른다. 매년 2200여 명이 업무 수행 중 사망했으며 이는 하루 평균 5명 이상이 사업장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로자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산업재해가 반복되면서 근로자에게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해 주는 방안 중 하나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중대재해'란 근로자가 1명 이상 사망했거나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근로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이러한 중대재해가 기업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경우 산업안전보건법보다 처벌범위를 넓히고 처벌수위를 높여 사업주나 법인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산업재해를 예방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영국이 2008년 도입한 기업살인법을 모델로 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017년 처음 우리나라 국회에서 발의가 됐고 2020년 현재 총 5건의 법안이 발의돼 있으며, 내년 1월8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는 임시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이 폐기되지 않고 통과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사고에 대해 단순히 사업주의 처벌만을 강화하는 것은 중대재해 예방에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기업 경영 환경을 악화시켜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므로 법안 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30개 경제단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헌법과 형법에 위배된다며 이미 수차례 법안 제정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산업재해 발생 시 기업 처벌수위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도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하면 강력한 수준이고, 산업재해 발생 후 단순히 처벌만을 강화하기보다는 사전에 감독 및 예방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도 법안 제정 반대 이유 중 하나이다.
법안 제정에 반대하는 자들의 말처럼 사업주나 법인의 처벌범위를 넓히고 처벌수위를 높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시행된다면 산업재해 사고에 대한 법원의 판결 하나로 기업의 존립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기업이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고 그 의무위반 사실이 인정되어 기업이 처벌받는 경우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기업이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준수한다면 언제, 어떻게 중형에 처할지 몰라 경영 활동 전반이 위축될 일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의한 처벌로 기업의 존폐가 좌우될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고 시행되는 것만으로 기업이 처벌되지는 않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후 처벌을 강화한 법안이지만 이러한 법안 제정을 기점으로 기업이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준수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중대재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김찬영 변호사·공인노무사 /스마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대한진폐보호자협회 자문변호사 / 서울특별시 노동권리보호관 / 한국폴리텍대학교 자문위원 / 양천구 노동복지센터 자문변호사/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산업안전보건과 의료 고위과정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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