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0년 전 오늘인 2010년 11월18일, 일부 분유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8000만원을 부과받았습니다. 이 회사들은 2006년부터 2009년 말까지 산부인과에 무이자나 저리로 돈을 꿔주고, 리베이트나 전자제품을 제공하면서 자사 제품만 받아 쓰도록 계약을 맺었는데요. 아기들의 첫 입맛은 쉽게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죠. 10년이 지난 현재,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을 대상으로 한 분유 리베이트는 당시에 비해 상당히 줄었지만,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2019년 공정위가 분유업체들에 대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기도 했었죠.
지난 2009년 기준 국내 분유시장 전체 규모는 약 3688억원. 이 가운데 조제분유의 매출액 비율은 37%(1400억원) 정도였는데요. 국내 조제분유시장은 A사와 B사 2개사가 전체 시장의 75.2%를 점유하고 차지했죠.
약 80%에 달하는 두 분유사는 2010년 11월, 산부인과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자사의 조제분유를 독점 공급해 오다 당국에 적발됐습니다.
◆배타조건부 거래계약…자사 분유 독점 공급

10년 전 오늘인 2010년 11월18일, 일부 분유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8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들 회사는 2006년부터 2009년 말까지 산부인과에 무이자나 저리로 돈을 꿔주고, 리베이트나 전자제품을 제공하면서 자사 제품만 받아 쓰도록 계약을 맺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 연합뉴스
A사는 2006년 10월부터 2009년 말까지 71개 산부인과에 연리 2.0%~5.1%로 418억원을 빌려주고 이 가운데 51개 병원에 대해서 배타조건부 거래계약을 맺었습니다.
2007년 9월부터 2009년 말까지는 8개 산부인과에 대여 금리를 인상하면서 이자 차액의 일부를 자사 조제분유로 보전했죠. 1억4000만원에 해당하는 이자는 병원당 약 1700만원에 달했습니다.
또한, 24개 산부인과에 9억원 상당의 가구와 가전제품을 공짜로 제공했습니다.
B사의 경우 지난 2007년 10월부터 2009년 말까지 39개 산부인과 병원에 무이자로 186억원의 영업보증금을 제공했습니다.
또 6개 병원에 대해서는 2006년 10월부터 2009년 말까지 연리 3.0~5.0%로 24억원을 빌려주고 관리해왔죠. 이밖에 87개 산부인과에 대해서는 30억원 가량의 가구, 전자제품을 무상으로 제공했습니다.
B사는 이런 혜택을 받은 병원들과 자사 조제분유만을 사용한다는 배타조건부 거래계약을 맺고 분유를 공급했죠.
공정위는 A사와 B사가 산부인과에 자사 분유를 독점 공급하기 위해 현금 등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을 적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각 2억4000만원을 부과하며 "신생아와 산모의 조제분유 선택권이 확대되고 국내 조제분유 시장에서의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2011년 C사 적발…산부인과에 현금·물품 등 제공
A사와 B사가 공정위에 적발된 지 3개월 후 C사가 자사 분유를 산부인과에 독점공급하기 위해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감독 당국에 적발됩니다. 공정위는 C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100만원을 부과했죠.
당시 공정위에 따르면 C사는 지난 2006년 4월부터 2010년 5월까지 4년여 동안 산부인과에 현금, 대여금, 물품 등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자사의 분유를 독점 공급해 왔습니다.
C사는 28개 산부인과에 현금 약 6억4000만원을 제공했고 5개 산부인과에는 총 13억9000만원을 약 3%대의 낮은 금리로 빌려줬죠. 또, 8개 산부인과에는 약 1억2000만원 상당의 컴퓨터 TV 등 물품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공정위는 C사가 4년간 여러 산부인과에 지급한 리베이트 총액은 해당 병원들에 대한 분유 매출액의 300%를 초과할 정도로 과도한 금액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국내 분유시장을 대표하는 3사 모두 같은 방식으로 산부인과에 리베이트를 제공해왔던 것이죠.
◆2019년 빅3사 또다시 현장 조사
2010년과 2011년에 걸친 공정위의 조사 후 10년쯤 지난 2019년에도 '빅3사'에 대한 현장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2019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A, B, C사 등 '분유 빅3'에 대해 일제 현장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는 불법 거래를 전담하는 공정위 서울사무소 경쟁과를 통해 이뤄졌으며, 압수수색 등을 포함해 강도 높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죠.
당시 조사를 받은 분유사들은 "조사받는 건 맞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전했는데요. 그러나 업계에서는 분유사 압수수색은 병원용 분유 납품 리베이트와 연관된 조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죠.

분유사들은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하면서 리베이트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저출산으로 분유시장이 매년 줄고 있으며, 요즘 엄마 아빠들은 온라인으로 분유에 대한 정보를 얻고 구입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 연합뉴스
당국의 조사에도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을 상대로 리베이트 관행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분유사들이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리베이트를 지속하는 이유는 아기의 입맛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과 자사 분유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데요.
또, 산부인과에서 먹는 분유가 비싼 분유, 고급 분유이기 때문에 분윳값이 비싸도 산모들은 같은 분유를 사게 되는데 이러한 '고착효과'를 노리고 산부인과에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죠.
관련 업계 관계자는 "신생아의 경우 처음 맛본 분유가 아니면 입맛을 바꾸기 힘들다. 산후조리원을 나와서도 계속 처음 먹었던 분유를 살 수밖에 없다. 산모가 있는 병원에서 어느 브랜드의 분유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소비되는 분유가 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소매점 기준 업체별 시장점유율(2019년 기준)은 A사 35.5%, B사 24.1%, C사 19.7%로, 3사가 8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이들 3사가 분윳값을 좌우하고 있는 것인데요. 분유사들이 지출한 리베이트는 결국 높은 분윳값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오게 되죠.
한편, 전 세계적으로 분유 광고 및 판촉 행위 규제는 확대되는 추세인데요. 특히 미국에선 산부인과 병원에서 산모와 아기에게 퇴원 선물로 분유를 제공하던 관행을 없애는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뉴욕은 한발 더 나아가 2012년 가을부터 30여 개 병원이 분유를 공개된 장소가 아닌 의약품이나 의료기구처럼 열쇠가 달린 수납장에 보관하고, 분유 사용 명세를 기록으로 남겨 뉴욕시에 보고하기로 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병원 어디에서도 분유 홍보물을 노출하지 않기로 했죠.
국내 역시 분유사와 병원의 유착 고리를 끊기 위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방향이 적극적으로 모색돼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