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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엑스퍼트 논쟁 ③] AI와 외국로펌의 득세…'서민' 위한 상담시장만 찬밥?

영미법과 다른 체계 때문에 기술 발전 낙수효과 더뎌 문제, '전문가 저변 확대 틈새시장' 필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8.10 15:14:58

[프라임경제] 네이버 엑스퍼트가 화제다. 각계 전문가가 비대면 상담을 해 주는 온라인 플랫폼의 '멍석'을 깔아줬기 때문. 세무·입시·금융·운세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데다 특히 법률 서비스는 '중개 논란'이 붙었다. 변호사법 위반 의혹이 우리 사회에 던진 쟁점들을 생각해 본다.

변호사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법률시장 개방 이슈나 인공지능(AI) 시대 개막 등 변화의 조짐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폐쇄적인 시장 상황에 오래 젖었던 전문가들이 변화를 바로 수용할지 그리고 지금 시스템이 그런 변화를 제대로 뒷받침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단언하기 어렵다.

법무법인 디라이트가 '인공지능과 리걸테크 동향 및 과제'를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는데, 여기서는 기술 발전으로 법률 서비스 시장에 발전이 이뤄지는 새 모델, 일명 리걸테크 서비스 영역을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해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디스커버리(Discovery) △법률실사 △계약관리 △예측기술 △문서자동화 △지식재산권 관리 △리걸 리서치 등이다.

디스커버리는 여러 플랫폼에 분산돼 저장된 전자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법률실사는 단순 문서정리 기능인 디스커버리를 넘어선다.

그런데 이때 AI가 중요 역할을 한다. 여러 문서를 비교 분석하고 법률적으로 중요한 내용을 찾아주는 서비스로, 일명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하면 일이 간단해지기 때문. 이런 방식으로 전체 조항 중 비정상적인 내용이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조항, 혹은 포함돼야 하지만 빠진 조항을 짚는 게 가능하다.

계약 체결 전후 과정을 돕는 AI 서비스도 있다.

해외에서는 기존 판결문 분석결과를 토대로 향후 유사한 소송을 진행할 경우 이길 가능성을 판단해주는 예측 서비스도 등장, 본격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간단한 문서작성 "목말라"…상담과 소송에 AI 본격 등장은 아직?

현재도 각종 문서폼을 활용하고 자료를 찾고 활용하는 기본 얼개는 되어 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다양한 서비스 종류들이 두루 발전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리걸테크 관련 기능들이 적잖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한 국내 서비스에서는 형사사건 고소장이나 행정소송 소장을 작성하는 게 가능하다. 문제가 되는 분쟁의 내용을 적어 넣으면 '이러이러한 문제를 일으킨 피고소인을 엄히 처벌해 달라'면서 소장이 작성되고 죄목이나 적용 법조를 나열해 주는 식이다. 

그 아래로는 작성 단계에서 FAQ 방식으로 간단히 답한 내용에 기초해 상대방의 '고의' 여부 등에 따라 '말을 소장 양식에 따라 혹은 법정에서 사용되는 용어에 따라 만들고' 유리한 판례를 언급해 주는 식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볼멘 소리가 없지 않다. "고소장이나 소장을 접수 해도 끝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막상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상대방이 주장하는 바에 따라 다양한 방어와 답변을 준비해야 하는 데다, 판사가 석명을 한다든지 하는 경우에 내용을 못 알아들어 멀뚱히 앉아 있는 경우도 생긴다"라는 게 소송 경험자들의 지적이다. 

"소장 도우미를 기계나 특정 사이트에서 해 준다고 해도, 법무사 시장을 잠식한다면 모를까 변호사 업무를 전부 대체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한 변호사의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간단한 리서치나 예측은 다시 상담 기능 수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AI가 본격적으로 머신 러닝 능력을 발휘해 학습을 통한 상담과 결론을 제시(그것도 사람에 비해 훨씬 빠르고 간단히 처리해 합리적인 가격이 가능)하는 게 일반화될 지는 가까운 장래에는 아직 회의적이라는 평이 많다.

현재 미국에서 AI 변호사를 고용하고 국내에서도 일부 로펌이 AI 관련 접목에 관심을 보이고 발빠르게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막상 국내 법률시장의 경우 판례가 일부만 공개된다. 공부할 자료 자체가 부족해 AI가 활약하는 데 일단 장애물이 존재하는 셈이다.

한 연구자는 "우리나라 판례는 현재 한 5% 선에서만 공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정한 목적으로 많은 양을 한꺼번에 공개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은 예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방 변호사는 "사람과 AI가 맞붙으면 지금도 AI가 승기를 잡는다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기존 자료와 중요 사안 등에 먼저 접목이 될 것이고, 결국 해외 관련 계약 등 덩치가 큰 건에 한정적으로 활용되다 한참 나중에야 일선에서 활용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라고 내부 기류를 전했다.   

◆법률시장 개방에도 외국 로펌 우회적 영업만 '큰 건 위주'?

변호사 서비스를 쉽고 저렴하게 받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모았던 이슈 중 하나로 법률시장 개방이 있다. 한때 다자간 무역기구 내의 협상을 통해, 외국 자격을 그대로 국내에서 활용하는 것이 한꺼번에 대폭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는 개별 국가별로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시장과 전문직 개방을 어떻게 하는지 조율하는 식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우리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캐나다 등과도 3단계 완전 개방을 추진하는 등 겉으로는 변호사 관련 시장(법률시장)을 적극적으로 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내 법률시장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로 개방 조치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현 외국법자문법은 합작 주체를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본사로 한정하고 외국 로펌의 지분율과 의결권도 최대 49%로 묶는다.

결국 국내에 진출해 파트너를 잡더라도 책임만 커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계륵 신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로펌이 물밀듯이 진출해 프랑스 법률시장에 변화를 일으켰던 경우는 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A 변호사)는 말처럼, 해외 로펌에 국내 변호사들이 종속되는 것은 막았을지 모르나 개방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은 면하기 어렵다는 것.

물론 진출 사례도 적지 않고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경우도 짐작되고는 있다.

금년 초 기준, 인사혁신처가 고시한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만 해도 코브레&김, 클리어리 가틀립 스틴 앤 해밀턴(이상 미국계) 등은 물론 영국계로 스티븐슨 하우드,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스, 클리포드 챈스 등을 포함, 5곳에 달했다.

이렇게 퇴직한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이 되는 외국계 로펌 수가 사상 최대인 5곳으로 급증했다는 점은, 해석해 보면 국내에서만 연매출 100억원 이상을 거두는 외국계 로펌 수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뜻이다.

결국 공직자 즉 전관을 빨아들일 수 있거나 이를 규제받는 수요는 분명 있는데, 이런 업체는 소수이고 결국 이들이 큰 돈을 번다는 것은 소수의 대규모 계약이나 분쟁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돈다. 국내에 다수의 외국 로펌이나 변호사가 진출, 교류하거나 우리 변호사들이 여기 들어가고 고용되는 모델 혹은 협력해서 새로운 구조의 다국적 합작펌을 다양하게 만드는 일은 현재로서는 어렵고, 이것이 서비스의 다양성 제공이나 수임료 이슈 등 소비자친화적인 서비스 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도 언감생심이라는 뜻이다.

결국 아무리 기술과 교류가 발전하고 확대되어도 당장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고인 상태로 한국 법률시장이 유지되는 것은 어느 기간 불가피해 보인다.   

◆사람 대 사람 서비스에서 활약하는 흙수저 노력파 변호사 '틈새시장'

변호사 숫자를 늘린다고 해서 변호사 서비스를 쉽고 저렴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명제가 당연시되는 것도 아니다. 앞서 기사에서 언급했듯, 승소율이나 실력을 가늠할 지표 공개나 광고가 막힌 구조 때문에 자기를 홍보하는 길이 막혀있기 때문. 소비자 입장에서도 정확하게 능력과 성실도를 판단할 방법이 마땅찮다.

알음알음으로 변호사를 소개받거나 전관에 목을 메는 것이 불가피한 구조다.

네이버에서 엑스퍼트를 출시하고, 그 이전에도 몇몇 리컬테크 서비스들이 등장했던 데에는 로스쿨 도입과 변호사 대량 배출로 변호사 2만명을 돌파해 3만명시대로 향하는 지금도 이런 기본적인 문제가 충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별점이라고 볼리는 평가 제도와 적나라한 반응을 보면서 수수료에 걸맞은 혹은 그 이상의 값어치를 제공하는 변호사들을 찾아내는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이 가능해진 것이다. 전관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회로밖에 없는 광고 상황에서 별달리 큰 홍보 기회를 얻기 어려운 젊은 변호사들이 네이버 엑스퍼트 등을 통해 정보비대칭을 극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그래서 나온다.

"법률 영역도 쇼핑하듯 개념을 접근해 설계한 것 같기는 하다"는 일부 우려에도 분명히 소비자 친화적으로 짜여진 시스템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별로 없다. 다만 서비스 수수료의 개념이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논란, 네이버페이를 위한 생태계 구축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변호사에게 연결하는 대신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끝까지 유보해 두는 만큼, 결국 잡음이 한동안 있더라도 변호사법 위반 논란은 잦아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지금 우리가 고심할 부분은 네이버 엑스퍼트가 법률시장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종이 될 것인지,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새로운 법률시장 생태계를 살찌우는 풍부한 먹잇감이 될 것인지다.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해석에 유연성을 둬야 한다는 주문이 성급하지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 친화적인 새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네이버의 역할이 과거 기준으로 약간 낯설어 보여도 허용해야 하는지 논의가 필요하다. 

'리걸테크+핀테크+일정한 인지도와 사람들이 부여하고 좋아해 주는 공신력'을 모두 갖춘 자만이 산업과 금융 복합 발전 플랫폼으로 '가장 고인물인 법률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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