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추락하는 두산 "지금, 내일을 준비합니다" 무색…알짜먹거리까지 판다

화력·원자력 이중펀치에 '구조조정' 불가피…'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매각돌입

장귀용·김화평 기자 | cgy2·khp@newsprime.co.kr | 2020.04.20 16:25:55

두산그룹은 핵심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를 강타하면서 미래사업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계열사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을 포함한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태에 빠졌다. 사진은 두산그룹 지주본사가 위치한 두산타워. = 장귀용 기자



[프라임경제] 두산그룹이 핵심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유동성위기에 그룹전체가 흔들리는 가운데, 차후 전기차수요 급증에 편승해 성장세가 밝을 것으로 전망되는 그룹 알짜자회사인 '두산솔루스'를 포함한 자산의 매각이 본격화 되는 모양새다.

두산그룹이 대중에게 친숙한 광고 문구였던 '사람이 미래다'에서 새로운 문구 '두산은 지금, 내일을 준비합니다'를 내세운 것이 2016년이다. 하지만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악화된 실적을 보인 두산중공업을 포함해 그룹핵심 계열사들의 미래준비에는 부족함이 많았다는 평가다.

◆기우는 화력발전에 대비 못해 위기자초…탈원전 '카운터펀치'

흔히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현 정부의 탈원전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세간의 평가는 부족함이 많다. 오히려 주력사업에서 누적된 타격이 탈원전이라는 가벼운 잽(Jab)에 무너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탈원전정책으로 미래 기대 수주가 사라진 것도 사실이지만, 주력사업인 화력발전이 기울어지는 가운데 이를 대체한 미래전략을 빠르게 세우지 못했다는 점이 뼈아프게 지적된다.

재무제표 상 두산중공업의 2013~2019년 매출액·영업이익·자산·부채. 두산중공업의 영업이익감소는 2014년부터 본격화 돼, 탈원전정책이 발표된 2017년보다 앞서 부실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김화평 기자



멜리사 브라운 미국에너지경제 재무분석연구소(IEEFA) 이사가 국내언론 기고를 통해 지적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멜리사 브라운 이사는 '두산중공업 부정적발감사가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보고서에서 "발전설비 제조업체인 두산중공업은 2015년 이후 4년여 동안 진행된 에너지 전환에도 전통적인 석탄화력발전 관련 기술에만 주력하는 등 시장 오판을 범했다"면서 "국내·외 발전 시장에서의 성장 잠재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석탄화력발전 수주의 감소는 비단 국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특히 2015년 온실가스 감축을 결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결정타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 산업에 대한 투자도 급격히 줄었다. 

최근 10년간 전 세계 석탄화력에 대한 투자는 약 80% 감소한 반면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늘었다. 2018년 기준 신재생에너지는 전체의 40%를 차지하면서 가장 많은 비중을 기록한데 반해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의 경우 각각 16%, 6%를 차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산중공업은 여전히 매출의 70% 이상을 석탄화력발전에 의지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탈원전이라는 펀치를 맞으면서 기대했던 미래먹거리가 막히고 무너져 내리는 두산건설에 지원까지 하면서 유동성이 크게 악화됐다.

흥미로운 점은 오히려 탈원적 정책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산업 부분에서는 차분히 미래전략을 수립해 왔다는 것이다.

기존 한국표준형원전 OPR1000(Optimized Power Reactor 1000)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크게 개량한 차세대 한국형원전 'APR1400(Advanced Power Reactor 1400)'은 외국회사로는 유일하게 북미와 유럽에서 인증을 받은 '명품'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에 건설한 것이 바로 APR1400이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2015~2018년까지 총 1억3000만달러를 투자한 공동 프로젝트소형 원전 '스마트(SMART)' 건설사업에도 참여했다.

특히, 소형모듈형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사업도 두산중공업이 구상하는 새로운 활로 중 하나다. SMR사업은 세계적 부호인 빌게이츠가 MS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SMR을 차세대에너지 사업으로 꼽으면서 '테라파워'라는 회사를 공동설립한 뒤 추진 해오고 있는 분야다. 

두산중공업은 SMR과 관련해 미국의 원전 전문업체인 '뉴스케일파워'에 지분투자와 함께 원자로 모듈과 기타기기를 공급하기로 했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에너지부(DOE)의 지원을 받아 소형모듈원전을 개발 중인 업체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세계 최초로 소형모듈원전 설계 인증을 받기도 했다.

자회사인 두산건설의 부진도 두산중공업과 두산그룹에 큰 상처로 작용했다.

두산건설은 2010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진행한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큰 부실을 겪으면서 만성적자에 허덕였다.

이러한 만성적자로 인해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은 2019년 5월 한국신용평가에 BB-를 받으면서 내려갔고,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도 BB0을 유지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두산건설의 낮은 신용등급으로 인해 지역주택조합사업 위주로 사업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매각에 나선다 하더라도 큰 메리트가 없다는 평가다.

실제 두산건설을 매수할 만한 중견업체들이 택지사업을 통해 자체브랜드 육성에 어느 정도 성공해 '위브(We've)'의 브랜드가치만으로 인수할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매각난항에 힘을 싣는다.

이렇듯 무너져내린 두산건설을 살리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두산중공업에 더 큰 부담을 지웠다는 평가다.

결국 두산건설 부진과 두산중공업자체가 악화의 순환 속에서 약해진 가운데, 가벼운 잽(Jab) 수준이었던 탈원전이 카운터펀치가 됐다는 분석이다.

즉 결국 원자력분야에서는 미래를 준비를 해왔지만 오히려 기존 사업인 화력발전의 부진을 떨쳐내지 못했고, 원자력 부분에서 준비한 미래까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통한 발목 잡히기에 막히면서 위기가 찾아온 셈이다. 

◆준비한 미래먹거리, 현재 어려움에 '눈물의 매각' 불가피

결과론적으로 두산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준비한 미래 먹거리를 내다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두산그룹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는 OLED와 전기차용 베터리 동박(전지박) 등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와 연료전지 사업을 영위하는 두산퓨얼셀의 매각계획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의 담수화플랜트 사업을 담당하는 'WATER'도 매각대상으로 거론된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향후 매출규모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두산솔루스와 수소전지와 천연가스전지 등 친환경에너지 분야에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두산퓨얼셀 모두 2019년 말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됐으며, 향후 각각 매출 1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결국 빛을 잃게 됐다.

'WATER'도 세계 1위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갖췄지만, 회사의 위기 속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규모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현 정부 초기에 추진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바람에 힘입어 통상적으로 계약직원으로 구성되는 회계부문 영업지원직군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했던 두산그룹이지만 임직원의 임금삭감과 명예퇴직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요구한 것처럼 ㈜두산에서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순으로 이어지는 그룹 특유의 수직계열 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배회사 주력 임직원들이 "지주회사인 ㈜두산에 파견근무를 와서 오너 일가의 눈에 띄어야 승진이 된다"라고 암암리에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러한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평가다.

업계관계자는 "두산중공업 회장이자 CEO인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만 해도 지주본사가 위치한 두타에 머무를 때가 많지 않냐"면서 "수직적 지배구조를 해결하지 못하면 두산그룹의 근본위기 타파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