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10년 가까이 웰빙 트렌드와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죠. 이런 추세에 의료 발전도 호흡을 같이하고 있는데요, '메디톡'에서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의료 트렌드와 함께 다양한 질병, 건강 정보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룹니다.
떨림은 몸의 일부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것을 말하는데요. 어느 부위에나 생길 수 있지만 가장 흔히 나타나는 곳은 손이라서 손떨림 또는 수전증(手顫症)이라는 용어를 자주 접할 수 있죠.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떨림이지만 떨림이 심해지는 상황, 떨리는 위치와 모양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고, 치료 방법이 달라지게 되는데요.
윤지영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에게 손떨림을 비롯해 떨림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례를 통해 원인에 따른 특징과 치료 방법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항진된 생리적 진전…"떨림 악화 요소, 최소한으로 줄여야"
김OO(여, 23)씨는 평소에는 괜찮은데 긴장하면 목소리와 손이 떨려서 걱정이다. 대학교 재학 중 조별 과제 발표할 일이 있을 때는 손과 목소리 떨림 때문에 항상 더 긴장됐다. 이 떨림은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비롯한 카페인 음료를 마시면 더 악화됐다. 취업을 위해 면접을 준비 중인데 면접장에서 손을 떨어 나쁜 인상을 주게 될까 걱정된다. |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육안으로 보이지 않으나 미세한 떨림이 몸의 모든 부위에 존재하는데요.
윤 교수는 이러한 떨림을 생리적 떨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할 일이 생길 때 △피곤할 때 △특정 약을 복용했을 때 △카페인 음료를 과다하게 마셨을 때 △혈당이 떨어지거나 갑상선기능항진증 있을 때 생리적 진전이 항진돼 나타날 수 있는데요.
윤 교수는 "이때는 떨림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를 최소한으로 줄여보도록 권유한다. 공복 상태를 피하고 카페인 섭취를 최소화하고, 복용 중인 약을 확인하여 떨림을 악화시킬 수 있는 약이 없는지 확인한다. 증상의 정도가 심하면 긴장 완화를 위한 처방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 저혈당 등의 떨림을 유발할 수 있는 내과적 원인이 없는지 확인하고 치료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본태성 진전…"소수의 경우 수술적 치료 시행"
이OO(남, 40)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손떨림이 시작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일부 물건을 들어 올릴 때 약간 떠는 정도여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떨림은 점차 더 뚜렷해졌다. 3~4년 전부터는 글씨 쓸 때, 찻잔을 들 때, 물건을 들어 옮길 때 손이 떨려서 곤란한 경우가 있다. 양손이 떨리기는 하는데 오른손잡이라 오른손의 떨림이 더 신경 쓰인다. 지난 회식자리에서는 동료 술잔에 술을 따라 주다가 술을 흘리고 주변 사람들의 핀잔을 받기도 했다. |
본태성 진전은 자세를 취하거나 힘을 줄 때 움직일 때 몸이 규칙적으로 떨리는 증상이 특징인데요.
특히 손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수전증이라고 불리기도 하나, 실제로는 손 이외에도 △목 △턱 △혀 △목소리 드물게는 다리와 발이 떨리기도 한다. 술을 마시거나 마음을 진정시키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약해지기도 합니다.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해 '본태성'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데요.
윤 교수는 "모든 본태성 진전이 유전되는 것은 아니지만 유전되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확인된다. 어떤 연령층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10대와 50대에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는데요.
"사실 증상 자체는 대부분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볼 때 불안해 보이는 사람으로 오인할 수 있고, 정도에 따라서는 사회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대부분 평생 동안 증상이 지속된다. 치료가 필요할 경우 베타차단제를 비롯한 약물치료를 시도한다. 꼭 필요한 소수의 경우에 한해서 뇌심부자극수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파킨슨병…"도파민 부족으로 운동기능 장애 발생"
박OO (남, 62) 씨는 약 3~4년 전부터 왼손의 떨림을 느끼기 시작했다. 손떨림은 글씨를 쓰거나 찻잔 등의 물건을 들 때는 약간 덜하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쉬고 있을 때 확연하게 떨림을 볼 수 있었고, 간혹 왼다리의 떨림이 함께 나타나기도 했다. 떨림은 왼손에 비해 오른손에서는 한결 경미했다. 전체적으로 행동이 느려졌다는 지적을 가족들에게 받기도 했다. |
파킨슨병은 뇌흑질의 도파민계 신경의 퇴행성 변화로 발생하는 병입니다. 도파민은 뇌의 기저핵에 작용해 원하는 대로 부드럽고 정교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중요한 신경전달 물질인데요. 파킨슨병에서는 도파민의 부족으로 인해 운동기능의 장애가 발생하게 됩니다.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단일 요인에 의한 병 보다는 불필요한 단백질을 처리하는 기능의 장애,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할 것으로 알려져 있죠. 약 5% 정도의 파킨슨병은 유전적 질환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파킨슨병의 발병은 명확한 단일 유전 요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파킨슨병을 주로 손을 떠는 병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손떨림은 운동 증상의 일부에 속하는데요.
파킨슨병의 떨림은 주로 편한 자세로 힘을 빼고 있을 때 나타나고, 손이나 다리를 쓰거나 움직일 때 사라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파킨슨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떨림을 안정시 진전이라고 하죠.
윤지영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 이화의료원
안정시 진전 외에도 근육의 경직, 몸동작이 느려지는 서동증 등의 운동장애가 나타나는데요. 구체적으로는 글씨를 쓰거나 단추를 끼우는 일과 같이 미세한 움직임을 할 때 점점 어둔해지고 얼굴의 표정, 걸을 때 팔과 다리의 움직임, 자세 변경을 비롯해 동작의 크기와 횟수가 감소하게 되죠.
초기에는 드물지만 진행된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잘 넘어지기도 합니다. 걷기 시작할 때, 걷다가 돌 때 발이 땅에 붙은 것 같이 떨어지지 않아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보행동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죠.
윤 교수는 "이러한 파킨슨병의 운동 증상은 다계통위축증, 진행성상핵마비, 루이소체치매 등 비전형적 파킨슨증이나 이차성 파킨슨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적절한 치료가 지연될 수 있음으로 신경과 전문의를 통한 체계적인 진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파킨슨병은 운동 증상 외에도 우울증·인지 장애·수면 장애·자율신경계 장애·통증·배뇨장애 등 다양한 비운동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파킨슨병의 비운동증상은 경우에 따라 운동장애보다도 더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증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파킨슨병은 현재까지는 완치하는 병은 아니지만 관리하는 병입니다.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 물리치료, 수술의 세 가지 범주로 나뉘는데요.
윤 교수에 따르면 이 중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약물치료이며 주로는 레보도파 또는 도파민효현제가 사용됩니다. 동반되는 증상 및 환자의 개인적인 특성에 따라 다양한 용량의 다양한 투약 방법으로 처방을 조절해야 하죠.
약물에 의한 합병증으로는 몸이 꼬이고 흔들리는 이상운동증이 나타날 수 있고 약효가 오래 지속되지 않고 소진되는 현상, 약물로 인한 섬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죠.
◆반측안면경련…"일그러진 표정, 사회활동 지장 받기도"
이OO(여, 43)씨는 중학생 자녀를 둔 가정주부다. 약 5년 전부터 오른쪽 눈가가 움찔거리면서 떨리는 증상이 생기더니 차차 입꼬리까지 떨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증상이 없을 때도 있지만 심할 때는 하루 종일 오른쪽 얼굴이 떨리는 증상이 반복되기도 한다. |
앞서 언급된 다른 떨림과 달리 본인도 모르게 얼굴 한쪽을 씰룩거리며 한쪽 얼굴이 일그러지는 증상을 반측안면경련(hemifacial spasm)이라고 합니다. 눈 주위 근육의 경련성 수축으로 인해 불수의적으로 눈이 감겨 나타나는 안검경련(blepharospasm)과는 다른 증상인데요.
초기에는 눈 아래가 미세하게 떨리는 증상으로 시작되나 눈 깜빡임이 잦아지고 눈이 저절로 강하게 감기게 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증상이 더 진행되면 △눈 △볼 △입 △턱 △목 주위를 포함해 안면신경의 지배를 받는 모든 얼굴 근육이 수축하게 되기도 하는데요.
증상이 생긴 같은 쪽 귀에서 '딸깍' 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청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환자들도 있죠. 증상 자체는 크게 심각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눈에 금방 띌 정도로 표정이 일그러지기도 하므로 환자들의 상심이 크고 사회활동에 지장을 받게 되기도 합니다.
정상적인 주행 경로를 벗어나 흐르는 동맥에 의해 안면신경이 압박을 받거나 안면신경에 너무 가까이 자리잡은 혈관조직들에 의한 자극으로 증상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드물게는 소뇌교종양에 의한 안면신경 압박에 의해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또한 안면신경이 나오는 뇌간의 구조적 손상에 의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죠.
윤 교수는 "약물을 시도해보기도 하나 거의 효과가 없다. 반측안면경련의 치료법으로는 수술과 보톡스 주사가 있는데 특히 보톡스 주사는 매우 유용하며 안전하고 수술에 비해 심리적 부담이 적은 치료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상 환자들이 떨린다고 호소하며 진료실에 내원하는 대표적인 일부 질환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초반에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잦고 진료시 고려해야 할 다양한 요인이 있음으로 떨리는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이상운동질환에 대해 전문적 지식을 갖춘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