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패밀리 레스토랑의 전성기였던 2000년대 초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로 유명세했던 '베니건스'를 기억하시나요?
10년 전 오늘인 2010년 2월23일은 중견 게임업체 바른손게임즈가 베니건스를 인수했던 날입니다. 바른손게임즈는 베니건스를 운영하던 '롸이즈온'의 최대 주주였던 오리온 그룹이 보유한 지분 98.6%를 인수했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인수 계약을 통해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인 베니건스의 국내 경영권을 확보하며 베니건스를 지방 중소 도시로 확장하고 공격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바른손게임즈는 베니건스의 부채 200억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24억원에 인수했습니다. 그러나 인수 첫 해 8억1300만원의 영업이익을 낸 뒤로는 사업을 철수한 2016년까지 매년 7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결국 베니건스는 국내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잘 나가던 한국 베니건스 '국내 철수' 내막은?
미국의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 베니건스는 1995년 동양제과(현 오리온)과 제휴를 맺고 대학로에 한국 첫 매장을 열었습니다.
한국 베니건스는 미국 본사와 관계없이 일부 메뉴와 운영권만 가지고 국내 영업을 시작했는데요. 그래서인지 2007년 즈음 세계 금융 위기의 여파로 미국 베니건스가 부도났을 때도 한국 베니건스는 운영이 계속됐습니다.
베니건스의 시그니처 메뉴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가 인기를 끌면서 한때 성장가도를 달리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점차 인기가 떨어지자 오리온은 일부 매장을 '마켓오'와 합작한 '베니건스&마켓오'로 바꾸거나 압구정에 프리미엄 매장인 '파머스 베니건스' 등을 만들었지만 2004년부터 적자가 이어지면서 결국 바른손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죠.
또한, 베니건스는 아웃백과 빕스와의 경쟁에서 밀려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2010년 전국 32개 매장을 운영하던 베니건스는 2014년 23개, 2015년 13개로 매장 수를 줄이다 2016년 마지막 점포가 문을 닫으며 국내에서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외식산업 이끌던 추억의 '패밀리 레스토랑'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아웃백과 빕스, TGI프라이데이스, 베니건스 등 패밀리 레스토랑이 외식산업을 주도했습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거친 후 1990년대는 외식시장이 성장하면서 서양식 패밀리 레스토랑이 국내로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1988년 3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개점한 미도파 '코코스'가 패밀리 레스토랑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후 TGIF, 베니건스, 토니로마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마르쉐 등 각양각색의 패밀리 레스토랑이 국내에 생겨났습니다.
당시만 해도 해외여행객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해외 콘셉트의 레스토랑들은 접하기 힘든 특별한 메뉴를 맛볼 수 있어 고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죠.
외식이라고 하면 고깃집이나 뷔페 등이 주를 이루던 터라 분위기와 맛이 검증된 외식업체가 많이 없던 것도 한몫했는데요. 이때 가족, 친구, 연인들의 모임 장소로 좋은 패밀리 레스토랑의 인기는 그야말로 절정에 달했습니다. 고객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와 세련된 인테리어 또한 '특별한 날 찾고 싶은 곳'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10년간 외식산업 어떻게 달라졌나
2000년 초반 인기를 끌던 패밀리 레스토랑은 2010년 초중반 주춤하기 시작했습니다. 업계 1위를 기록하던 아웃백 역시 2014~2015년 전국 109개 매장 중 34개 매장이 문을 닫았는데요.
그러나 2016년 베니건스 철수를 시작으로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실적 부진을 겪으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는데요. 아웃백은 2013년 약 25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14년 90억원까지 하락했습니다. 2013년 '마르쉐'와 '씨즐러' '칠리스' '데니스' 등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이 줄줄이 문을 닫는가 하면, 이랜드의 애슐리는 2014년 152개였던 매장이 2015년 142개까지 줄어들기도 했죠.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가 빠르게 위축된 이유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외식업계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인 가구 증가와 배달문화 확산 그리고 계속해서 특별함과 새로운 것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죠.
2014~2015년 외식업계는 '웰빙 열풍'을 타고 '한식 뷔페'로 눈을 돌렸습니다. CJ푸드빌은 '계절밥상'을, 이랜드는 '자연별곡'과 '별미가' 신세계푸드는 '올반'을 론칭하는 등 한식뷔페로 건강한 먹거리 열풍을 선도해 갔습니다.
하지만 이는 5년을 채 못 넘기고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는데요. 대표적으로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은 2017년 매장 수 54개에서 2018년 29개로 1년 만에 절반에 가까운 매장을 철수하는 등 몸집을 줄였습니다.
현재, 패밀리 레스토랑뿐 아니라 대부분의 레스토랑형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습니다. 1인 가구 위주의 배달 문화 확산과 가정간편식(HMR) 품질이 높아지면서 예전처럼 모임을 위해 레스토랑은 찾는 사람들이 줄고 있는 것인데요.
외식업계에서는 신메뉴 개발과 특화 매장을 확산에 힘을 싣는 등 재도약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성향이 달라지고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외식업도 변화에 맞춰 빠른 대응을 하는 곳만 살아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