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장범석의 라멘기행] '니가타라멘'의 다섯 가지 맛  

"라멘은 국민식, 라멘을 알면 일본이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bsjang56@hanmail.net | 2018.10.19 09:49:18

[프라임경제] 중부지방 일본해(동해)의 긴 해안선을 끼고 있는 니가타(新潟)현은 숨겨진 라멘 왕국으로 불린다. 현을 대표하는 고토치 라멘이 많기 때문이다. 2005년 저명한 라멘 평론가 이시가미(石神)씨가 니가타시의 '담백한(あっさり)쇼유'와 '진한(濃厚)미소', 츠바메(燕)시와 산죠(三条)시의 '세아부라(背脂)', 나가오카(長岡)시의 '생강 쇼유'를 니카타 4대 라멘으로 지목하며 존재가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1년 산죠시의 '카레'가 합류하며 5대 라멘 체제로 재편됐다. 라멘별 특징을 간략히 소개한다.

왼쪽부터 산키치야의 맑은 쇼유라멘, 코마도리의 진한 미소라멘과 와리스프. ⓒ 타베로그, 이와시타 블로그

담백한 쇼유라멘은 유입경로는 분명치 않으나 쇼와(昭和)초기 옛 니가타성터주변 야타이(포장마차)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말린 멸치 등으로 맛을 낸 스프에 가는 치지레(꼬불댐)면이 특징이다. 1957년 창업한 츄오(中央)구의 산키치야(三吉屋)가 대표적 점포로 꼽힌다.

진한 미소라멘의 경우 니시칸(西蒲)구의 '코마도리'를 원조로 하는 라멘으로 진한 국물에 양배추·숙주·목이버섯 등 야채가 듬뿍 들어간다. 자가제 굵은 직선 면을 사용하고, 개인 취향에 따라 국물 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스프를 희석하는 '와리스프'가 딸려 나온다.

츠바메산죠(燕三条)계 라멘은 1955년 전후 항주(杭州)반점이 공장 종업원 배달용으로 개발한 라멘. 우동과 비슷한 굵기의 두툼한 면에 스프 맛이 진하고 표면에 돼지기름(세아부라)이 듬뿍 뿌려진다. 어패류를 우려낸 다시에 쇼유타레로 맛을 느끼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나가오카(長岡) 생강 쇼유라멘은 니가타현 제2의 도시 나가오카에서 탄생한 쇼유라멘으로 생강을 넣어 우려내는 스프가 포인트. JR미야우치(宮内)역 근처 아오시마(青島)식당이 원조로 알려져 있다. 스프에 생강을 넣는 이유는 돼지 비린내를 억제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산죠 카레라멘은 현의 중앙부에 위치한 산죠시를 발상지로 하는 라멘으로 그 역사가 80년에 이른다. 츠바메시에 곁다리로 붙은 것 같은 츠바메산죠 라멘에 자존심 상한 이 지역민들이, 산죠에서 유행하는 카레라멘을 어필해 5대 라멘으로 확장하고 컵라면까지 개발했다.

◆니가타현 소개

니가타현은 크게 죠에츠(上越)·츄에츠(中越)·카에츠(下越)와 사도(佐渡)섬으로 나뉜다. 앞 세 곳에 월(越)자가 들어가는 것은 고대국가 이름이 越国(코시노쿠니)이었기 때문이다. 전라남도와 비슷한 넓이에 225만 인구가 거주하고 현청소재지는 니가타시다. 토쿄를 출발한 신칸센 2개 라인이 군마(群馬)현 타카사키(高崎)에서 갈라져 이 현을 통과한다. 에치코 유자와(越後湯沢)를 지나 니카타시로 들어가는 죠에츠 신칸센, 나가노(長野)와 니카타 서쪽을 지나 카나자와(金沢)로 향하는 호쿠리쿠(北陸) 신칸센이 태평양 쪽 연안도시와 연결되는 중요 교통수단이다. 죠에츠 신칸센은 토쿄~니카타 약 300㎞ 구간을 2시간 남짓에 주파한다.

니카타현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호설(豪雪, 큰 눈)지대다. 겨울이 되면 해발 2454m 묘코(妙高)산과 츠난마치(津南町) 등에 개설되는 48개 스키장으로 국내외 관광객이 찾아든다. 스키장 수에 있어 나가노현 홋카이도에 이어 전국 3위 규모다.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리면 농사가 잘된다는 속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니가타는 코시히카리라는 명품 쌀의 산지로 유명하다. 수확량이 전국 1위이면서도 맛이 뛰어나다. 전병 등 쌀 과자류 생산량이 전국 톱이고, 니혼슈(청주) 출하량도 효코(兵庫)현과 쿄토부 다음으로 많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니카타에서는 소량이지만 석유와 가스가 나오고 있다. 일본 내에서 석유와 가스가 생산되는 곳이 각각 5군데인데, 그 중 60%가 니카타 연안과 구릉지에 몰려있다.

현의 북동부에 위치한 니가타시는 일본해 연안 최대 도시이자 코신에츠(甲信越)지역 정치경제의 중심적 위치에 있다. 코신에츠는 야마나시(山梨)·나가노(長野)·니가타 3현을 총칭하는 용어다. 에도말기 미국과 통상조약에 의해 개방된 5항구 중 한 곳으로 지금도 수륙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수행한다. 일본에서 가장 긴 시나노(信濃)강이 도심부를 관통해 일본해로 흐른다. 니가타라는 지명은 16세기 초 처음 등장하는데 새로운(新) 개펄이나 포구(潟)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80만 인구에 8개 구가 있고, 도시의 중추기능을 츄오(中央)구에 두고 있다.

현 중심부에 위치한 생강라멘의 고장 나가오카는 불사조의 도시로 불린다. 메이지유신 직후 발생한 내전과 2차 대전 공습으로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도 잘 복구해 냈다 해 얻은 별명이다. 나가오카(長岡)의 '長'자를 불사조 모양으로 도안한 시의 문장(紋章)이 흥미롭다. 토쿄에서 신칸센으로 80분 거리에 있어 전통적으로 칸토(関東)지역과 유대가 강하다. 매년 8월초 개최되는 나가오카 마츠리는 일본 불꽃 축제의 하나로 꼽힌다.

츠바메산죠 라멘의 발상지 츠바메(燕)시는 금속가공으로 유명한 공업도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서양 식기는 국내 점유율 90%가 넘고 해외에서도 명성이 높다. 동남쪽으로 경계를 맞대고 있는 산죠(三条)시와는 옛날부터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츠바메가 장인의 도시라면 산죠는 상인의 도시다. 두 도시의 특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한편으로는 역이나 인터체인지 이름을 지을 때 도시 명 순서를 놓고 대립하는 등 라이벌 의식도 강하다. 한 때 재계와 시민단체가 나서 양 도시의 통합을 시도했지만 주민들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명소 소개

△사사가와 나가레(笹川流れ)
현 북쪽 끝 일본해에 면한 해안 명승지. 11㎞에 이르는 긴 해안선을 따라 안경·병풍·니타리(여성신체 일부)·공룡을 닮은 기암괴석, 봉래산, 절벽과 동굴이 끝없이 펼쳐짐. 관광선이나 열차를 타고 지나며 사진 촬영하는 명소. 1927년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일본백경의 하나. (교통편) JR우에츠(羽越)본선 쿠와가와(桑川)역 도보 15분.

△사도(佐渡)시
니가타시 서쪽해상 약 45㎞(최단거리 32㎞) 일본해에 위치한 인구 5만7000의 섬. 제주도의 2분의1에 약간 못 미치는 855.1㎢ 크기. 도내를 종단하는 국도350호를 축으로 지방도 32개가 나 있고, 소형기 공항도 있음. 니카타 본토와는 카페리와 제트호일이 3개 항로를 정기적으로 운항. 북쪽 해안의 후타츠가메(二ツ亀)해수욕장과 오노가메(大野亀)바위 등 경승지, 전통건조물 보존지구로 지정된 최남단 슈쿠네기(宿根木)지역이 볼거리. 일제강점기 조선인 400여명이 강제로 끌려간 사도킨잔(佐渡金山)은 에도시대부터 1989년 폐광 때까지 일본 최대 금·은 광산, 총 400㎞이르는 갱도 중 300m 공개 중, 유네스코유산 등록 추진 중. 입장료 갱도 2곳 ¥900씩, 생산유적지견학 ¥1200(10명 이상 단체관람), 도자기원료 채취체험 ¥2400(2명 이상).

△나베챠야(鍋茶屋)
1846년 창업한 일본요리 전문점으로 2000년 국가유형문화재에 등록된 3층 목조건물의 노포. 고풍스러운 별실에서 게이샤(기생)의 춤과 노래를 즐기며 요리를 먹는 요정. 11개 객실에 300명이 동시에 연회를 치룰 수 있는 규모. 과거 면식이 없으면 입장을 거절했을 만큼 고객을 가려 받았으나 현재는 대중에게 개방. 저녁 코스요리는 1인당 ¥2만이 넘지만, 점심에는 ¥6300짜리 도시락도 있음. 부가세와 주대는 별도. (교통편) JR니카타역에서 택시로 10분.

△에치고 유자와(越後湯沢)온천
1968년 일본에 첫 노벨문학상을 안긴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유키구니(雪国, 설국)' 무대가 된 온천지역. 처음에는 중풍이나 관절염을 치료하기 위한 사람들이 찾던 조용한 온천향이었으나 1982년 신칸센 개통으로 스키 관광객이 몰리며 리조트 시설이 많이 들어섬. 외탕이라 부르는 숙박 없이 온천만 즐길 수 있는 곳도 많음. 그 중에는 설국의 여주인공 코마코(駒子)의 이름을 사용하거나 설국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 곳도 있음. 현 북부 세키카와(関川)에도 같은 이름의 유자와 온천이 있으나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짐. (교통편) JR유자와역 주변.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