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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열전] 조선시대의 '채식주의'

 

송준우 칼럼니스트 | heyday716@hamail.net | 2018.08.02 15:39:52

[프라임경제] 채식주의를 말하는 비건(Vegan)은 우리 일상에서도 자주 접하게 될 정도로 현재 푸드 트랜드를 이끌고 있다. 올해의 푸드 트랜드로 미국 민텔(Mintel)과 프랑스 르몽드지(Le Monde)에서는 '채식'과 채소로 만든 '가짜고기'를 꼽기도 했다.

양념콩불구이. 베지푸드는 '채식은 풀만 먹는 게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콩단백으로 만든 콩햄은 물론 다양한 채소고기를 만들어 맛있는 채식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 베지푸드

채식주의는 채소 및 과일만 먹는 비건(Vegan)과 우유와 계란까지는 허용하는 락토(Lacto), 그리고 여기 더해 생선까지 허용하는 페스코(Pescetarianism)가 있다. 그 밖에도 과일만 먹는 극단적인 채식주의와 올바르게 도축된 유류를 허용하는 식당까지 다양하다.

흔히 채식주의를 떠올리면 막연히 서양에서 연유됐다 생각되지만, 우리 역사 속에서도 채식주의자들을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지갑 속 5000원권의 주인공인 율곡 이이 선생은 평소에 채소 음식을 즐겼다. 아예 직접 나물을 뜯기 위해 산과 들을 제자들과 함께 다녔다는 기록도 있다. 평생 소고기를 멀리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들의 힘을 빌려 지은 밥을 먹으면서 또 그들의 고기를 먹어서야 되겠는가"라고 할 정도였다.

다산 정약용은 우선 호부터 다산(茶山)으로 차로 만든 산을 뜻할 정도이다. 평소에 채식을 예찬하고 직접 채소밭 가꾸는 것을 좋아했다.

정약용은 강진에서 유배시절 상추에 관한 재미있는 글을 두 아들에게 적은 적이 있다. 세상에 속이는 것은 모두 죄이지만 오로지 입을 속이는 것은 제외라고 하며 소개했다. 하루는 상추로 만든 쌈을 먹고 있는데 마침 주변에 손님이 상추를 절여 먹는 것과 쌈을 먹는 것과 차이가 있냐고 묻자, 이것은 나의 입을 속이는 방법이라 했다.

다른 반찬 없는 상차림에서도 풍성한 포만감을 느끼고 갓 수확한 싱싱함을 함께 할 수 있는 음식으로 인근 백성들에게도 상추쌈을 권유했다. 채식을 즐긴 식성 탓도 있겠지만 너무나 궁핍한 밥상을 채식을 통해 기쁨을 얻으려 했다.

송준우 칼럼니스트 / 다음 라이프 칼럼 연재 / 저서 <오늘아, 백수를 부탁해> <착한가게 매거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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