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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라멘기행] 라멘 택시로 찾아가는 '와카야마 라멘' 

"라멘은 국민식, 라멘을 알면 일본이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bsjang56@hanmail.net | 2018.06.28 15:08:52

[프라임경제] 와카야마(和歌山) 라멘 집 식탁 위에는 스시(생선초밥)가 놓여 있다. 라멘이 나오면 국물과 함께 먹는 게 보통이지만 미리 먹기 시작해도 괜찮다. 안에 초절임 생강이 들어 있어 비린 맛이 억제되고 뒤끝이 깨끗하다. 일반 스시 두 개 정도를 합친 크기에 가격은 ¥150쯤 한다. 계산은 나중 라멘 값을 낼 때 자율적으로 신고하면 된다.

이 스시가 오카야마 향토음식 '하야즈시(早寿司)'다. 이 스시는 소금과 식초에 절인 고등어 어육에 초밥을 싸 하룻밤 정도 발효시켜 완성하는데, 식초를 사용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종류는 김으로 만 것과 대나무(단치쿠) 잎으로 포장한 것이 있고 대나무 잎은 플라스틱 제품이 대부분이다.

이데상점 와카야마라멘. ⓒ tripadvisor.jp

이곳에서는 라멘 집에 으레 등장하기 마련인 군만두나 볶음밥은 관광객을 상대하는 일부를 점포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 이 시스템은 우동에 스시를 곁들이는 칸사이(関西) 지방의 식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점포에 따라 찐 계란, 소 곱창에 타레를 묻혀 구운 도테야키, 어묵 등을 준비해 놓기도 한다. 와카야마 라멘은 사이드 메뉴와 함께 먹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국물에 비해 면의 양이 적은 편이다.

와카야마 라멘은 두 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둘 모두 톤코츠 쇼유 계열이지만 스프를 만드는 방식과 외관이 다르다. 먼저 토쿄풍에 가까운 맑고 깔끔한 스프를 베이스로 하는 '샤코마에(車庫前, 차고 앞)' 계열. 전차가 주요한 교통수단이던 1940년대, 종점(차고지)에 늘어선 야타이(포장마차)에서 팔던 라멘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마루타카(丸高)'라는 점포가 돼지 뼈를 간장에 삶아내는 스프를 개발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며 대중에 퍼진다. 면도 스스로 제작한 기계를 사용했다. 전쟁으로 물자와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 돼지 뼈를 식자재로 활용한 참신한 아이디어였다. 샤코마에 계열의 라멘 집은 지금도 고전풍 '마루~'라는 상호를 사용하며 전통을 지키고 있다. 현지 사람들은 이 유파를 와카야마 라멘의 원점으로 생각한다.

또 다른 한 가지가 진한 톤코츠 스프를 사용하는 '이데(井出)' 계열이다. 1953년 창업한 이데상점을 종가로 하는 이 유파의 탄생은 극적인 데가 있다. 이데상점도 처음에는 샤코마에 매뉴얼에 따라 스프를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표준시간을 넘겨 삶은 뼈에서 진한 육수가 나오자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스프를 개발한다. 진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소문나며 점포 앞에 행렬이 이어졌다. 라멘을 만드는 주인공이 여자라는 점도 화제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무거운 육수통을 옮기고 면을 뽑는 힘든 일에 여자가 나선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큐슈지방의 톤코츠 스프와는 탄생 배경이나 조리 과정이 다르다.

이 라멘이 1998년 한 TV의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 결정전'에 나가 전국 강호를 제치고 우승했다. 그 여세를 몰아 유명 라멘 집들이 진검 승부를 펼치는 라멘박물관에 출점해 아사히카와 라멘에 이어 제2의 고토치(지역) 붐을 일으킨다. 

와카야마 라멘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도 이 때부터다. 그 전까지 와카야마에서 라멘은 츄카(中華) 소바로 통하고 있었다. 현재 수도권에서 와카야마의 맛을 전파하고 있는 '맛치보(マッチ棒)'나 '노리야'도 이데 계열이다.

와카야마 시에는 라멘 택시가 다닌다. 시가 시행하는 연수와 시험에 통과한 운전자가 이용객의 취향에 맞춰 점포를 안내해 주는 택시다. 2012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 중인데 이용자 반응이 좋고, 홍보 효과가 크다. 시가 인정하는 라멘 택시 드라이버는 총 93명이다. 

이들 중 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9명에게는 '검은 띠 인정 드라이버' 자격을 부여했다. 이들이 운전하는 택시에는 월계수가 들어간 붉은 스티커가 양쪽 문 옆에 붙는다(일반 라멘 택시는 월계수 없이 한 쪽 면만 부착). 와카야마가 초행이라면 라멘 택시로 '3점포 라멘 맛보기'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는 것도 괜찮다. 라멘은 점포마다 미니 사이즈가 나오고, 택시요금은 정액제가 아닌 통상요금 방식이다.

◆와카야마 현 소개

와카야마현은 키이(紀伊)반도 서쪽에 위치한 광역단체로 킨키(近畿)지방을 구성하는 2부 5현 의 하나다. 고대국가 시절 키이노쿠니(紀伊国)로 불렸고, 에도시대 토쿠가와 장군가의 3대 가문(御三家) 중 한 곳인 키슈한(紀州藩)의 본거지였다.

현(県) 북쪽은 한신(阪神)공업지대와 이어지고 제철소와 석유제품 제조시설 등이 있지만, 전체 면적의 81%가 산림지대인 데다 인구 밀집도가 낮아 공단지역으로는 약점이 있다. 와카야마의 진면목은 농업·어업·임업 같은 1차 산업과 관광 쪽에서 드러난다. 모두 혼슈(本州) 최남단이라는 천혜의 조건을 잘 활용하고 있는 분야다.

온난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에서 재배되는 감귤류・매실・산초・생강은 전국 최고의 품질과 수확량을 자랑한다. '쟈바라'라는 와카야마산 감귤은 시고 쌉쌀한 맛이 강렬해 그 즙을 스시나 연두부 요리의 식초로 사용한다. 최근에는 화분병 치료에도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 감귤은 전 세계에서 와카야마와 그 주변에서만 나오는데 와카야마에서 80% 이상 생산하고 있다.

반도의 남쪽 앞 바다는 흑조(일본해류)가 흐르는 길목이어서 참치·가다랑어·갈치·갯장어 등 고급어종이 어획된다. 그 중 갈치 어획량은 일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고급 목재 스기와 히노키를 이용한 산림업도 수백년을 이어온 전통산업이다.

일본의 해안선은 총 연장이 3만㎞에 이른다. 그 길이가 미국보다 길고 중국의 2배 정도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남북한을 합쳐 약 5000㎞다. 이렇게 긴 해안선 곳곳에는 이름난 경승지와 온천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와카야마시 중앙부에 위치한 '와카노우라(和歌浦)' 일대는 세토내해 국립공원 특별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풍광이 빼어나다. 1300년 전 쓰여 진 만요슈(만엽집)에도 그 절경이 묘사되고 있다. 

와카야마(和歌山)라는 지명도 여기에서 유래한다. 와카노우라는 1900년대 들어서며 관광산업 전성기를 맞는다. 토쇼구(東照宮)·텐만구(天満宮)·타마츠시마(玉津島)신사 등 서민 정서와 친숙한 유물, 1909년 노면전차 개통, 1910년 엘리베이터 개설 등 매력 있는 요소들이 결합해 이룩한 결과였다. 지금은 큐슈 등 타 지방의 관광지가 조명을 받으며 방문객이 줄었지만, 1960대까지 가장 인기 있는 신혼 여행지가 와카야마였다.

와카야마현은 9개시를 포함한 36개 자치단체로 구성된다. 인구는 2018년 4월 기준 94만 정도이고, 해안선 북쪽 끝에 위치한 와카야마시에 현청이 있다. 와카야마시는 현(県) 면적의 4%에 불과하지만 전체 인구의 40%가 거주하고 있다.

◆명소소개

△와카야마 성(城)
시내 중심부이지만 표고 48.9m 토라후스(虎伏)산에 위치해 정식명칭은 와카야마산성, 에도시대 토쿠가와 고산케(御三家, 장군가의 핵심 세 가문) 중 한 곳인 기슈한(紀州藩)의 거점, 1619년 토쿠가와・이에야스의 10남 요리노부가 입성, 현재 성은 전성기 4분의 14규모. (교통편) 난카이혼센(南海本線) 와카야마역 도보10분, JR 한와선(阪和線) 와카야마역에서 버스로 공원 앞. 

△토모가시마(友ヶ島)
와카야마 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무인도 군(群)으로 세토내해국립공원의 일부, 메이지시대 외국함대의 오사카항 진입을 막기 위해 포대 설치, 일본 관광지 100선 중 1곳. (교통편) 난카이·카다센(南海加太線) 카다역 도보800m에 위치한 카다항에서 토모가기선 15분, 왕복¥2000. 

△유아사(湯浅)
아리다(有田)군 유아사쵸의 중요전통건조물 보존지구, 중세 장유양조 발상지, 장유자료관·효모자료관·대중목욕탕자료관. (교통편) JR키세혼센(紀勢本線) 유아사역 도보 10분.

△시라하마쵸(白浜町)
나라시대부터 이름난 온천지, 다른 지역의 동일지명과 혼동을 피하기 위해 '난키(南紀)시라하마'로 부르기도 함, 해수욕장 내 노천온천(¥200)과 족욕(무료), 공예·도예·향토요리 등 각종 체험프로그램 참가가능(남키슈교류공사 문의), 경기도 과천시와 우호도시. (교통편) JR키세혼센(紀勢本線) 시라하마역.

△나치・카츠우라쵸(那智勝浦町)
전형적 리아시스식 해안을 끼고 있는 천연 항구마을, 카츠우라 항 일대가 예로부터 유명한 온천지, 유네스코 최초 길(참배로)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키이산치(紀伊山地)의 레죠(霊場)와 참배로'의 출발지, 묘호잔(妙法山) 전망대에서 322.9㎞ 떨어진 후지산 보임. (교통편) JR키세혼센(紀勢本線) 키이카츠우라(紀伊勝浦)역 도보 3분 거리에 카츠우라 항이 있음.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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