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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라멘기행] 라멘왕국 야마가타 '요네자와 라멘' 

"라멘은 국민식, 라멘을 알면 일본이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bsjang56@hanmail.net | 2018.05.23 16:39:30

[프라임경제] 야마가타(山形)현은 일본에서 라멘 소비가 가장 왕성한 지역이다. 2017년 도도부현(都道府県) 통계에 의하면 인구 10만명당 점포수가 70.9개로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국평균의 2.5배, 최하위권 오사카의 5배가 넘는 수치다. 2위 토치키(栃木)현의 51.8개와 비교해도 월등하다. 1인당 라멘소비 지출액도 1위다. 이쯤이면 라멘왕국으로 불러 손색이 없을 것이다.

쿠마분(熊分)의 요네자와 라멘. ⓒ Tabelog 홈페이지

이러한 야마가타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이 '요네자와(米沢) 라멘'이다. 이 라멘은 면발이 가는 다가수(多加水) 면을 사용한다. 수분함량이 높은 다가수 면은 키타카타나 사노(佐野)라멘처럼 면발이 굵은 게 일반적이다. 면이 가늘면 국물 속에서 형태가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같은 굵기의 아사히카와·토쿄·하카타의 가수율이 30~35%인 반면 요네자와는 40~48%에 이른다.

문제는 묽은 반죽으로 어떻게 가늘면서 탄력 있는 면발을 만들어 내느냐다. 해답은 숙성시간에 있다. 요네자와에서는 면을 뽑아낸 후 2~3일 동안 별도의 숙성과정을 거친다. 이때 손으로 주름도 넣어 준다. 이렇게 만들어 지는 면은 맛이 깊고 쫄깃하다. 1인분 양도 풍성하다. 홋카이도지역 150g, 토쿄 130~150g, 큐슈지역 100~130g에 비해 요네자와는 170g 이상이다.

요네자와 라멘은 스프가 연하고 뒷맛이 개운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스프의 농도는 소비량에 영향을 미친다. 맛있는 라멘도 스프가 너무 진하면 싫증난다. 그러나 요네자와의 스프는 매일 먹어도 될 만큼 순하고 깔끔하다. 야마카타의 라멘 소비율이 높은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이곳의 스프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닭과 돼지 뼈 다시를 기본으로 하지만, 니보시(말린 잔생선)를 첨가해 개운한 맛을 낸다. 어패류가 귀한 내륙지방임에도 재료를 아끼지 않고 화학조미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요네자와 라멘의 특징을 잘 구현하고 있는 것이 '손핀(そんぴん) 라멘'이다. 이 라멘은 한국의 해물짬뽕처럼 여러 해산물을 고명으로 올린다. 토쿄 등 수도권에도 진출해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손핀은 옹고집이라는 뜻의 요네자와 방언이다. 이름부터 재료나 맛을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고함이 느껴진다. 이곳의 또 다른 명물이 요네자와산 쇠고기를 차슈로 사용하는 '만기리(완전한) 라멘'이다. 한 때 크게 유행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평범한 메뉴의 하나로 남아있다. 라멘의 기본인 소유나 미소는 대부분 점포에 있지만 톤코츠는 찾기 어렵다. 고명은 챠슈·멘마·파·나루토 등 다른 지역과 큰 차이가 없다.

요네자와에 라멘을 처음 소개한 것은 1923년 관동대지진을 전후해 토쿄와 요코하마에서 올라온 화교들이었다. 토쿄에서 400㎞ 이상 떨어진 산골지역에 등장한 라멘은 곧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마이주루(舞鶴)' 같은 카페에서도 이 새로운 요리를 팔기 시작했다. 그 후 만주사변이 발발하며 화교들은 모습을 감추고 그들에게 조리를 배운 일본인들이 대거 점포를 낸다.

요네자와 사람들의 라멘 사랑은 유별나고 역사가 깊다. 1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요네자와면업조합은 "1930년대 사람들은 라멘 없이 '잠시도 지낼 수 없을 정도(夜も日も明けぬぐらい)'로 좋아했다"고 증언한다.

◆요네자와, 야마가타현 소개

요네자와는 야마카타현 남서쪽 오키타마(置賜)지역 끝에 위치한 인구 8.3만 명의 내륙도시다. 일본해(동해) 영향으로 기후가 비교적 온난하고 사계가 뚜렷하다. 남서쪽 아즈마(吾妻)산을 경계로 여름에 고온다습하고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리는 후쿠시마 쪽과 차이가 크다. 아즈마산 중턱에 있는 텐겐다이(天元台)는 스키와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도 연중 부산하다.

요네자와는 천혜의 환경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이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사과(Apple)·쇠고기(Beef)·잉어(Carp)를 '요네자와 맛의 ABC'로 부른다. 또 다른 명산물로 사토니시키(錦)라는 달고 과즙이 풍부한 앵두가 있다. 개발자의 성씨 사토(佐藤)에서 유래한 이름인데 설탕(砂糖)과 발음이 같다. 요네자와는 직물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인조견직물 '요네자와오리(米沢織)'는 에도시대부터 알아주는 특산품이었다. 일본 굴지의 섬유회사 TEIJIN이 방직공장을 시작한 곳이 요네자와다.

요네자와는 작지만 역사성이 있는 도시다. 토요토미·히데요시의 5대 가신이었던 우에스기(上杉)가의 종묘가 이곳에 있다. 우에스기 17대 당주 가게카츠는 토요토미 사후 토쿠가와에게 맞서다 감봉처분을 받고 요네자와로 이주해 초대 영주가 된다. 전국시대 최강의 무장이자 에치고(현 니가타현)의 호랑이로 불리던 겐신(謙信)이 16대 당주였다.

야마야타현은 토호쿠 지방 남서부에 위치한 광역단체로 야마카타시에 현청소재지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 충남보다 약간 큰 면적에 109만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현은 크게 일본해(동해)를 낀 쇼나이(庄内), 위쪽 모가미(最上), 중앙부 무라야마(村山), 남쪽 오키타마(置賜) 4개 지역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취락이 현을 가로지르는 모가미(最上)강 연안 분지에 형성돼 있고, 사카타(酒田)항에서 39㎞ 떨어진 해상에 현의 유일한 섬 도비시마(飛島)가 있다. 여의도 3분의 1 정도 크기인 이곳에는 2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야마카타현은 전체면적의 85%가 산악과 삼림지역이어서 사용 가능한 토지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1971년 일본에 상륙한 맥도널드의 첫 점포가 1990년이 돼서야 현 1호점이 오픈할 정도로 태평양쪽 도시들과 문화적 격차가 있다. 하지만 농업과 과수재배 등 1차 산업분야에 있어서는 독보적 품목이 많다. 쌀 생산량이 47개 광역단체 중 5위에 들어가고, 서양배·포도·호프·앵두 등은 전국적 명성이 있다.

1992년 개통된 야마가타 신칸센은 센다이나 토쿄 둥 대도시와 교류 촉진으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1999년에는 내륙 깊숙한 신죠(新庄)까지 노선이 연장됐다. 신칸센이라고는 해도 후쿠시마역 이후 구간에서는 시속 130㎞를 넘지 못한다. 기존 재래선 선로를 이용하는데다 경사가 심하기 때문이다. 시속 200㎞ 이상으로 달리도록 돼있는 신칸센 철도규정에 미치지 못해 정체성이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붙여진 애칭이 미니 신칸센이다.

◆명소소개

△우에스기(上杉) 신사
전국시대 명장 우에스기·겐신(上杉謙信)과 요네자와 9대 영주를 지낸 우에스기·요잔(上杉鷹山)을 제사 지냄, 1876년 요네자와 성 천수각 터에 건립, 1919년 화재 소실 후 1923년 복원, 평소 시민의 휴식처·결혼식장·마츠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 벚꽃의 명소로도 유명. (교통편) JR요네자와역 2㎞ 버스 약 10분.

△토겐지(東源寺)
500 나한상이 안치된 불사, 에도 말기 승려 엔도가 20년에 걸쳐 완성, 이 중에는 자신과 닮은 얼굴이 반드시 있다고 전해짐, 불당은 1932년 재건. (교통편) JR요네자와역 4㎞ 버스 약 20분.

△텐겐다이(天元台)고원
겨울시즌 6개월간은 스키장으로 나머지 기간은 하이킹 코스로 인기, 유모토(해발 920m)~고원역(1350m)~1450m 전망대~1820m 전망대 간 로프웨이 및 리프트 운행, 왕복공통권 ¥3500(여름시즌), 고원역 회관 내 휴게소·식당·다목적실·대욕탕·숙박시설, 하이킹장비 렌탈 가능. (교통편) JR요네자와역 30㎞ 버스 약 40분 유모토(湯元)역.

△바다낚시 및 해중관찰 체험
도비시마(飛島) 섬에 조성된 해중 체험 시설, 일본최초 부체식(浮體式) 해중전망 체험선에 승선해 바다낚시와 함께 환상적 해저모습 관찰, 입장료 및 체험료는 사카타(酒田)시 수산과에 사전문의 및 예약.

△갓산(月山)아사히 박물촌
아사히(朝日)특산 갓산와인·산 포도쥬스와 원액 시음, 구 국도의 터널을 개조한 시설, 지역문학과 예술을 테마로 꾸민 문화창조관 관람, 지역재배 작물로 소바 만들기 체험도 가능, 문화창조관 입장료¥300. (교통편) JR츠루오카(鶴岡)역 버스 40분.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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