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09년 영국 가디언지는 '먹어야 할 세계 50대 음식'으로 '라멘지로(ラーメン二郎)'의 쇼유라멘을 꼽았다.
토쿄 케이오대학교 '미타(三田)' 캠퍼스 건너편에 위치한 이 점포는 50년간 라멘 한 가지만 팔고 있다. 세월을 건너뛴 간판과 실내, 카운터형 좌석, 셀프서비스 등 어디를 둘러봐도 격조와는 거리가 먼 분위기다.
어지간한 사람은 600엔짜리(일부 점포에서는 700엔) 소 한 그릇으로 충분하다. 양이 다른 곳의 2배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자리가 나면 자판기에서 구입한 식권을 내고 면의 경도와 국물의 농도를 전달한 후 착석한다. 주문한 라멘이 완성될 무렵 야채토핑 양을 늘리거나 다진 마늘을 얹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다소 생소해 보이는 주문과정은 '지로리안'(라멘지로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팬)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초심자 매뉴얼을 익혀두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도 마찬가지다. 매뉴얼에는 줄서기-식권구입-자리 앉기-주문하기-먹기-뒷마무리 순으로 행동요령이 잘 정리돼 있다.
라멘지로에는 국물까지 깨끗이 비워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자칫 건더기만 먹고 국물을 남기거나 하면 옆 사람으로부터 눈총을 받을 수 있다. 국물은 숟가락이 따로 안 나오니까 그릇째 들고 마셔야 한다.
다 먹은 후에는 식기를 반납한 후 먹은 자리를 행주로 훔치고 나온다. 입 닦는 티슈는 자기 것을 사용해야 한다. 주인과 직원은 오직 라멘을 만들기에 열중할 뿐 손님 배웅 같은 일에는 무심하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곳의 라멘 한 그릇을 위해 30분 정도는 예사로 기다린다.
2014년 판 NTT 타운페이지에 등록된 라멘 전문점 숫자는 3만5330개다. 다른 메뉴와 함께 라멘을 파는 중화요리점과 일반레스토랑을 합치면 전국 약 8만곳에 이른다. 100여년 전 차이나타운의 화교 요리에서 시작된 라멘이 이제는 일본을 대표하는 면 요리가 됐다. 면 부문 '국민식'으로까지 불린다.
2015년에는 토쿄 스가모(巣鴨)의 '츠타(蔦)'라는 라멘 전문점이 업계 최초 미슐랭 원 스타를 획득하는 등 국제성도 인정받고 있다.
일본의 라멘은 지역이나 점포에 따라 재료가 다르고 맛이 다양하다. 규격화된 재료를 사용하는 우리와 달리 점포마다 오리지널 스프를 만든다. 면을 직접 뽑아 사용하는 곳도 많다.
'라멘기행'은 전국의 유명 라멘을 찾아 떠난다. 가는 곳마다 독창성 있는 라멘이 여행객을 반겨줄 것이다. 아울러 여행 가이드북으로 활용 가능하도록 방문지역 정보도 실을 예정이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라멘 한 그릇과 함께 보다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한편, 라멘이란 말은 중국 감숙성 난주(蘭州)의 향토요리 납면(拉麵, 현지발음 '라멘')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노면(老麵, 현지발음 '라오멘')을 병기하는 사전도 있다. '拉'은 잡아당긴다는 뜻으로 면을 수타면 방식으로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통 반죽을 잘라 만드는 우동이나 소바 등 기존 면과는 제면방식이 다르다. 일본어로는 'ラーメン'을 표준어로 삼지만 지역이나 점포에 따라 '라우멘(らうめん)'이나 '라아멘(らあめん)'이라 표기하기도 한다.
이 용어가 대중 속에 자리 잡은 것은 1958년 인스턴트 라멘이 나오면서부터다. 그 이전까지는 난킨(南京)소바→시나(支那)소바→츄카(中華)소바로 불렸다. 시대가 바뀐 요즘도 점포나 메뉴이름에 옛 호칭을 그대로 사용하는 습관이 남아 있다. 옥스퍼드사전에는 Ramen, Chinese noodle로 올라 있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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