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한상호의 골퍼路 매너路-3.골프와 캐디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많은 사연을 만들고, 서로의 이해관계로 얼키고 설키며 살아가게 마련이다. 골퍼들도 일반 세상사와 같이 여러 부류가 라운딩을 한다. 여기에 또하나 사연을 만드는 것이 최근에 경기보조원이라고 불리우는 ‘캐디’ 다.

골퍼와 캐디 사이는 불가분의 관계여서 서로 하루 중 반나절 이상을 같이 보내게 되니 사연도 많고 일화도 가지가지다. 골퍼에게 물어보면 골퍼들마다 캐디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캐디에게 들어보면 골퍼들의 이야기가 천태만상이란다.

오늘은 최근에 라운드하며 캐디에게 들어 본 골퍼들의 웃지못할 몇 토막의 꽁트같은 이야기를 소개해본다.

그 하나는 골퍼가 그린을 공략하려 왔는가? 캐디를 공략하려 왔는가? 모르는 손님이 있단다. 처음에는 의젓하며 멋지고 예의 바르게 보이며 골프도 잘치고 친절하다 보니 조금은 호감이 간단다.

아저씨가 매너가 좋은 분인가 보다고 느껴져 최대한 상냥하게 보조해 나갔는데, 그늘집을 지나고 나서부터 끈끈한 눈빛이 보이고 표정이 달라지더라나?

끈끈한 눈빛 이어 은근슬쩍 터치작전

이 아저씨가 뭘 잘못 먹었나? 걱정이 돼서 경계하는데, 눈빛으로는 안되었든지 은근슬쩍 터치작전으로 나오더란다.

드라이버나 아이언을 꺼내 건네줄 때 손을 부딪치는 척 한다던가, 볼을 닦고 쥐어줄 때 손을 꼭 잡는다던가 하는 수법이 자못 능숙하다 못해 지능적이었단다.

신경이 조금 쓰였으나 그래도 모른척 하고 일에 열중하고 있었더니,  터치작전으로는 부족했던지 이번에는‘입술이 예쁘게 생겼다’,  ‘힙이 섹시하게 생겼다’ 고 말을 꺼내며 노골적으로 공격에 나선다.

이때 신경이 곤두서 짜증이 날 무렵 어깨를 감싸고, 등을 쓰다듬는 적극적 전법으로 나와 캐디가 힘껏 뿌리치며 ‘교양있게 구세요!’ 하고 소리를 쳤단다. 이 골퍼는 조금 머쓱해지며 ‘여자가 좀 고분고분해야지’ 하더란다.

선심공세에다 ‘드라이브 하자’ 조른다

두 번째는 캐디에게 이유없이 선심공세를 하는 골퍼가 있다. 그늘집에서는 이것저것 맜있는 것을 권하면서 지나치게 곰살스럽게군다.

‘미스김 핸드폰 번호 있지?’ 하면서 알려달라고 조른다. 어린 사람 꼬드겨 ‘밥사주마’, ‘술 사겠다’,  ‘좋은 곳 구경시켜 주겠다’,  ‘드라이브 하자’ 고 조른다.

결국 듣다못해 캐디왈 “그렇게 좋은 곳 있으면 사모님이나 모시지 그러세요. 나도 구경가고 맛있는 것 사먹을 돈 있어요. 좋은 곳은 내 낭군과 갈래요” 하면 잠잠해진단다.

‘에그후라이’땐 캐디 탓 핑계대장도 왕왕

세 번째 골칫거리 손님이 있다. 핑계거리 대장이다. 실력이 못되면 캐디 탓이다. 멋진 드라이브샷에 콧노래를 부르다가 세컨샷에 피칭으로 온그린이 안되고 벙커에 빠져 ‘에그후라이’ 가 돼버렸다.

얼른 보고 샌드웨지 빼어 달려가보니 잠시를 참지 못하고 벙커에서 두탕 세탕 하고 나온다.  결국 트리플 보기를 하고 말았지요.

그런데 손님 말씀하는 것 보세요. ‘언니가 늦게와서 이렇게 된거야!’ 기가차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샌드웨지 빼어들고 뛰어오는 모습을 뻔히 보고서도 말이다.

그런데 이 골퍼에게 피칭웨지와 샌드웨지도 같이 주면 ‘나 벙커에 빠지라고?’ 하면서 트집을 잡을 것이다.

‘이 홀은 슬라이스홀이니 약간 좌측을 향해 공략하세요’ 라고 하면 ‘그럼 오비나라고?’ 되묻는다. 이런 분 오비를 내고 말지요?  이래저래 핑계라도 댈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가 보다.

/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