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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옥희 수목제지 대표 "공공기관 납품, 비법은 성실함"

자동화 설비 도입해 단가 낮추고 품질 제고…'트루마리' 호평 속 매출 33억원 달성

김우람 기자 | kwr@newsprime.co.kr | 2023.09.15 17:12:35
[프라임경제] "여성이라 받았던 설움, 성실함으로 증명했어요"

‘다양성’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기업에 요구되며 여성 기업인의 위상도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유리천장'이 업계 곳곳에 존재한다. 1999년 수목제지를 설립한 이옥희 대표는 사업 과정에서 부당한 차별 대우를 무수히 겪었다. 그녀에게 이를 뛰어넘을 수 있게 한 무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위와같이 답했다. 

이옥희 수목제지 대표. = 김우람 기자


수목제지는 △두루마리 휴지 △갑 티슈 △키친타올 등을 생산‧판매하는 회사다. 쿠팡 등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트루마리' 롤화장지가 수목제지의 대표 상품이다.

트루마리 화장지는 품질인증 인도네시아 천연 펄프 100%를 재료로 한다. 또 부드럽고 두툼한 사용감을 위해 엠보싱 포인트를 포개 공기층을 형성하는 '3겹 데질 엠보싱'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무색·무인쇄·무향·무포름알데히드라는 '4무(無)' 강점까지 더해져 트루마리 소비자들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수목제지의 자체 브랜드 '트루마리' ⓒ 수목제지


좋은 품질이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은 데 따라 경기도 화성시 산하 공공기관, 경기도 수원시 소재 개방화장실 등에 수목제지 제품들이 납품되고 있다. 수목제지는 지난해 매출 34억원을 달성했다. 또 지난해 제1회 여성기업 주간에서는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지금은 어엿한 강소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창업 당시만 해도 회사와 이 대표의 상황 모두 지금보다는 초라했다. 생계를 포기할 수 없어 남편과 퇴직금을 보탠 전 재산 3000만원으로 낡은 생산설비를 들이고 시댁 소유 과수원 한편에 작은 공장을 세워 사업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공장을 세웠지만 주문은 들어오지 않았다"며 "마을 사람들에게 돈을 벌지 못한다고 무시당하기 싫어 빈 기계를 돌려 바쁜 척 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사업에 성공해 멋진 부모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적자를 벗어날 순 없었다. 수익을 내기 위해 어르신 노래교실, 슈퍼마켓 등 전국을 발로 뛰며 영업을 다니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수입은 없었다. 남편은 이 대표에게 사업 중단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사업 철수를 고민하던 중 수원시 권선구청에 첫 납품 의뢰를 받았다"며 "90년대 당시 여성의 경제 참여가 낮아 직접 차를 몰고 배달하는 저의 모습은 구청 공무원에겐 낯설게 느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구청 담당자 마음에 들기 위해 매일 시키지도 않은 납품 창고를 청소하기도 했다. 결국 구청 담당자는 이 대표의 성실함을 높이 사면서 '남다른 사업가'로 인정했다.

이옥희 대표는 '남다른 성실함'으로 사업가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 김우람 기자.


수목제지는 대표이사의 성실함으로 입소문 났다. 제품을 실제 사용해본 공공기관 관계자들로부터는 ‘가격 대비 높은 품질을 만드는 회사’로 평가됐다. 자연스럽게 수목제지 거래처는 주변 지방자치단체들로 확장됐다.

이 대표는 "다른 기업의 제품은 휴지에 향을 첨가하는 등의 방식으로 상품성을 높이는데 수목제지는 품질에 중점을 둬 이런 요소를 넣지 않는다"며 "덕분에 품질을 높이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수목제지만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2009년 사업 확장을 위해 수목제지는 화성시 관내 대형마트에 진출하기도 했다. 대형 마트 진출로 트루마리의 가능성을 확인한 이 대표는 트루마리 품질 개선을 위해 2013년부터 생산라인을 자동화했고 공장도 증설했다. 

수목제지는 부족한 인력을 생산 설비 자동화로 인건비와 시간을 절약했다. = 김우람 기자


이 대표는 "부족한 인력을 생산 설비 자동화로 인건비와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며 "원가 유지를 위해 생산설비 자동화를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목제지의 가격대비 우수한 성능에 주목하던 공영홈쇼핑 상품 기획자들도 입점 제안을 요청했다. 2019년 홈쇼핑 첫 방영 매진을 시작으로 20번 연속 매진을 기록하면서 목표치의 121%를 기록했다. 

이처럼 이 대표는 해를 거듭할 때에도 변하지 않은 '집요한 성실함'으로 회사를 성숙시켰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대표도 변하는 시장 환경에 고민이 깊다.

이 대표는 "인건비와 원자재 값이 오르면서 생산 단가를 맞추지 못해 국내 주요 제지업계들도 적자폭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 요소수 생산 업계도 채산성이 낮아 폐업했는데 요소수 부족 사태가 발생했듯, 나중에는 펄프 제지업계도 채산성이 낮아 먼 훗날 '휴지 부족 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이같은 위기도 극복해야만 한다는 게 이 대표 의지다. 특히 자신을 믿어 준 가족을 위해서 더욱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한창 부모님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시기에 나들이도 못 갈만큼 제가 바빴다"며 "그런 상황에서도 아들들이 탈 없이 잘 자라줘서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예비 여성 경제인을 향해 "처음부터 성공을 바라지말고 차근차근 나아가야 내실 있게 성공할 수 있다"며 "준비된 자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 포기하지 말고 묵묵히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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