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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살리기 '판도라 상자' 금융 붕괴 발화점 되나

각종 규제 완화 '후폭풍' 금융취약성지수·가계부채 급증

전훈식·이유진 기자 | chs·lyj@newsprime.co.kr | 2023.07.13 11:33:04

2008년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함께 불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당시 '미국 4대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마저 파산한 바 있다. ⓒ 뉴욕타임스


[프라임경제] 최근 부동산 활성화 대책으로 인한 금융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부동산 시장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정부 대안이 금융계에 있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역전세 대란을 대비한 'DSR 완화 카드'는 자칫 금융 시장을 붕괴하는 발화점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금융계 혼돈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하락장에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각종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특례보금자리론 출시와 더불어 규제 지역 해제 및 전매 제한 등 각종 규제 완화 탓인지 점차 부동산 시장 회복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다만 이런 규제 완화 대책은 금융권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군다나 2~3년 전 부동산 호황기 시절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가계부채는 금융 안정에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있다. 

2023년 1분기 기준 한국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02.2%. 국제금융협회(IIF) 조사대상국 중 유일하게 가계부채가 경제 규모를 웃돌고 있다는 게 한국은행(이하 한은) 측 설명이다. 

이처럼 부동산 규제 완화는 금융 시장에게 있어 좋지 않은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유사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朴 LTV·DTI 완화 "빚내서 집을 사라"

부동산과 금융간 불편한 동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에도 업계 이목을 사로잡은 바 있다. 

2008년 불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배경은 2000년대 초반 주식시장 닷컴 버블 붕괴와 9.11 테러 대응으로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집중되면서 나타난 주택가격 버블 현상 때문이다. 

2007년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준 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부동산 버블이 붕괴, 부실대출을 감행한 금융기관들 파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당시 '미국 4대 투자은행'이던 리먼 브라더스마저 사태 여파로 무너지면서 글로벌 금융 위기로 확대됐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진한 일명 '초이노믹스'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는 성공했지만, 이에 따른 후폭풍으로 가계부채가 감당하긴 힘들 정도로 확대됐다. Ⓒ 연합뉴스


해당 사태 후폭풍은 국내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실제 이때를 기점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던 매매·전세가는 갑작스레 급락하기 시작했으며, 전국 곳곳에서 미분양 주택수도 불어났다. 하물며 금리 인상에 따라 원리금 상환마저 어려워 경매 주택들이 급증하기도 했다. 

당시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정부(2012년)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4.1 부동산대책(2013년) 양도세 한시 면제 △7.24 경제정책방향(2014년) LTV·DTI 규제 완화 등 경기 부양책을 추진했다. 2014년에는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를 유예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사실상 없애며 조합원 주택 수를 늘리는 '부동산 3법'도 국회 마지막 본회를 통해 통과됐다. 

"전세가격이 매매가 70% 수준인 현 상태에서 30%만 더 있으면 집을 사는 것이 가능하다. 신용보강이 이뤄지면 전세를 거주자 상당수가 매매로 전환할 수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2014년 7월28일)

무엇보다 2014년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명 '초이노믹스'를 통해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꾀하고자 했다. 이는 '빚내서 집을 사라'라는 오해를 빚으면서 비난을 피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런 과감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결실은 가시적 성과를 이뤄냈다. 2012년 연간 100만여건에 그쳤던 전국 주택 거래량은 2013년 118만건으로 늘어났으며 이후에도 △2014년 144만건 △2015년 170만건 △2016년 162만건 △2017년 175만여건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호황기'를 맞이한 부동산 시장과 달리 금융 업계는 이에 따른 후폭풍을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초이노믹스 시행 이전 1035조원 규모였던 가계부채는 2015년 말 기준 1200조원으로 급증했으며, 국가채무도 490조원에서 595조원으로 늘어났다. 

가계 가처분 소득대비 부채 비율 역시 2014년 말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164.2%에 달했으며, 2015년 2분기(166.9%)에는 이보다 2.7%p 확대되는 상황에 처했다. 

박 정부 대책은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면에서는 목표가 이뤄냈지만, 금융 시장에게 있어 '부풀려진 가계부채'라는 짐을 떠안아야 했다. 

◆尹 DSR 아닌 DTI 적용 '판도라의 상자' 금융 파장은

이런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간 불편한 동거는 현재 국내 경제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실제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 방향'으로 부동산 활성화를 꾀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로 인한 가계부채 급증을 우려하는 눈치다. 특히 세입자 보호조치 명목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이 아닌, DTI(총부채상환비율; 60%) 적용' 방안을 두고 업계 시선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 '2023년 하반기 경제 방향'은 침체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꾀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로 인한 가계부채 급증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해당 방안은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임대인에게 한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등은 이로 인해 임차인은 역전세난과 무관하게 보증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 역시 금융 불안정을 우려하면서도 '일부 규제 완화'에 있어 수긍하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문제는 규제 완화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에 따른 고금리 기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만큼 가계 부채 급증이 불가피하다는 게 금융권 진단이다. 

실제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해 1800조원을 넘었다. 국제금융협회(IIF)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34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국가는 우리나라(102.2%)뿐이다. 

여기에 한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가계대출 차주들은 이미 가처분소득 40% 이상을 대출원리금 상환에 사용하고 있는 처지다. 금융 취약성 지수도 지난해 3분기 44.9%에서 올 1분기 48.1%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가계대출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다. 금리 하락 기대감과 함께 '주택 가격 바닥'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4월 이후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금융 업계는 떼어놓을 수 없는 협력 관계다. 한 쪽에서 위기가 닥치면 결국 함께 무너지기 마련이다. 더불어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은 금융권에 있어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과연 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초이노믹스를 반면교사로 삼아 '부동산 활성화'와 '금융 안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악순환에 머무른 채 역사를 반복할 지 이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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