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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움'에서 오는 신박한 정리, 신박한 인생

 

한현석 서울IR 네트워크 대표이사 | press@newsprime.co.kr | 2021.05.28 16:42:00
[프라임경제] 시간은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효율'에서 승부가 갈린다는 관점에서 인생이나 비즈니스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역시 유한하다. 예컨대 집이나 회사 등 우리가 활동하는 공간이 그러하다. 따라서 공간 활용도 시간과 마찬가지로 '효율'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많은 물건을 쌓아두고 산다. 공간의 주인이 나인지, 물건인지 모를 정도로 불필요한 물건이 많다. 입지 않는 옷, 읽지 않는 책, 쓰지 않는 그릇 등이 언젠가는 쓰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중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많은 물건들로 인해 나의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그것들은 결국 짐이 된다. 지나치게 많은 물건은 뇌를 복잡하게 하고, 단순한 삶에서 멀어지게 한다. 일본의 유명한 미니멀리스트(Minimalist) 사사키 후미오는 '우리는 공간을 채우느라 공간을 잃는다. 물건을 치우느라 시간을 잃고 정리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한다'고 말했다. 어쩌다 우리는 물건에게 공간을 내주게 됐을까?

경제가 발전하고 삶이 풍요로워지면서 인간의 욕구도 자연적으로 증가했다.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마케팅 기법도 고도화되면서 소비가 늘고 결국 소유하는 물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현대에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을 100년 전과 비교해 보면, 물건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실감할 수 있다. 물건이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그 중 불필요한 물건이 너무 많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집이나 회사를 둘러보라. 불필요한 물건이 많지 않은가? 물건이 많으면 우리는 물건을 소유할 수 없다. 오히려 내가 물건들에 소유 당할 수 있다. 여기서 물건을 대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질적인 것에 최소한의 의미만을 부여해, 너무 많은 물질을 소유하는 것을 경계해야 정신이 건강해진다. 

일본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많은 물건이 오히려 흉기가 돼 피해가 커진 사건을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최소한의 물건으로 생활하자는 인식이 강해졌고 미니멀라이프가 열풍처럼 유행하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는 평소 동일한 패션만을 고집했는데,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할 시간을 아껴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경영을 잘하는 것 외에 일상의 작은 일들을 처리하는 데 에너지를 쏟지 않기 위한, 즉 '결정 피로'를 줄이기 위한 그의 노하우였다. 입어야 할 옷을 결정하는 일상의 잡다한 선택에 뇌를 쓰지 않고 보다 중요한 일에 집중한다면 더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삶은 추구하는 미니멀라이프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는 것'과 '필요한 물건을 잘 정리하는 것' 두 가지를 잘해야 한다.

버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가장 힘든 것은 버리는 행동이 아니라 무엇이 필요하고 불필요한지 판단하는 일이다. 필요는 없지만 버리기 힘든 물건도 있겠지만, 물건에 과감히 이별을 고하고 나면 홀가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쓸모없는 물건을 계속 보관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낭비다. 물건을 많이 소유할 것이 아니라, 좋은 것과 필요한 것을 가져야 한다. 필자도 큰 결심 끝에 불필요한 물건을 버린 적이 있다. 추억이 깃든 물건을 버릴 때는 괴롭기도 했지만, 버리고 나니 오히려 마음은 홀가분해지고 정신은 가벼워졌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면 다른 소중한 것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도 생길 뿐더러, 여백의 공간이 다시 정신을 충만하게 해준다.

'정리정돈'은 물건을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지혜다. 집이나 회사에서 어떤 물건을 찾느라 시간을 낭비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허비해서야 되겠는가? 

삶의 본질은 물건을 통해 구현되지 않는다. 필요 이상의 것을 절제하는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함으로써 공간의 낭비를 줄이고 여백이 있는 충만한 삶을 추구할 수 있다. 적게 소유하는 삶의 풍요로움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누릴 수 있다.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신박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신박한 정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현석 서울IR 네트워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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